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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나쁜 날”… 총격범 두둔한 美 경찰에 비난 빗발

입력 : 2021-03-18 20:18:36 수정 : 2021-03-18 20: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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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참여 보안관, 인종차별주의자 의혹도
과범행, 증오보다 성중독 범죄 무게
“백인용의자에 특혜” “2차 가해” 등
네티즌들, 브리핑 동영상에 격분

보안관, 폐북에 인종차별 티셔츠
중국 원색 비난… 네티즌, 사퇴 촉구
미국 조지아주 체로키카운티 보안관실의 제이 베이커


한국계 4명을 포함한 8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 수사에 참여 중인 보안관이 용의자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브리핑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가 아닌 ‘성 중독’에 의한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둔 그는 과거 소셜미디어에 인종차별적 게시물을 올린 사실도 드러났다.

조지아주 체로키카운티 보안관실의 제이 베이커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애틀랜타 경찰국과의 공동 브리핑에서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에 관해 “(총격을 저지른) 어제는 그에게 정말 ‘나쁜 날’(bad day)이었고 이것이 그가 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사지숍은 용의자가 제거하고 싶었던 욕망”이었다며 “그는 완전히 지쳤고 일종의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었다”고 했다.

8명이 숨진 참극이 빚어진 하루를 베이커 대변인이 그저 용의자에게 “나쁜 날”이었다고 덤덤하게 묘사하는 동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확산하면서 미국 네티즌의 분노를 자아냈다.

아시아계 여성들을 주로 겨냥한 총격 사건이 일어나 한국계 여성 3명이 숨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골드마사지 스파’ 앞에서 한 시민이 17일(현지시간) 딸과 함께 희생자를 애도하며 조화를 놓고 있다. 애틀랜타=AP연합뉴스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 연대 집회에 참석한 모자가 각각 ‘아시안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인종차별을 중단하라! 우리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필라델피아=로이터연합뉴스

한 네티즌은 “정말 안 좋은 날이었다는 언급은 갓난아기가 버릇없이 굴 때나 하는 말”이라고 꼬집었고 “백인 용의자에 대한 특혜”, “희생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총기 반대 단체 ‘맘즈 디맨드 액션’ 설립자 섀넌 와츠는 “경찰이 총기 난사 사건을 이상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아든 조는 소셜미디어에 “경찰은 이게 증오 범죄가 아니라 범인이 그저 나쁜 날을 보낸 것이라고 말한다”며 “그건 당신이 인종차별주의자이기 때문이지. 제이 베이커도 마찬가지야”라고 썼다.

베이커는 특히 코로나19가 미국을 강타한 직후인 지난해 3, 4월 중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티셔츠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수차례 홍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매체 데일리비스트가 전했다. 티셔츠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언급할 때 자주 썼던 표현인 ‘CHY-NA에서 수입된 바이러스’라는 문구가 적혔고, 코로나19의 영어 표현 ‘Covid19’의 알파벳 C는 코로나 맥주 디자인을 그대로 본떴다. ‘CHY-NA’는 트럼프가 중국을 비꼬듯 말하면서 ‘챠-이나’라고 발음한 데서 유래한 철자로 극우 유튜버들이 종종 사용한다.

베이커는 티셔츠 사진을 올리면서 웃는 표정의 이모티콘과 함께 “물건이 남아 있을 때 주문하라”는 글을 남겼다. 체로키카운티의 전직 보안관이 차린 단체 주문복 업체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이 티셔츠는 22달러(약 2만5000원)에 팔렸다고 데일리비스트는 설명했다.

중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티셔츠.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증오 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인종차별주의자로 드러났다면서 베이커의 사퇴를 촉구했다. 베이커는 언론의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사진=AP연합뉴스·소셜미디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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