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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경찰 주연, 검찰 조연’ 원칙…'LH 수사' 실효성 있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 2021-03-10 06:00:00 수정 : 2021-03-10 1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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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강제수사 시작부터 난관
투기의혹 제기 1주일 지나서야 착수
본사·집 동시다발 실시… 15명 出禁
전수조사 불응 땐 수사 의뢰 검토
내부정보 활용 땅매입 입증 회의적
광명시 “땅매입 직원 5∼6명 더 있어”
경찰 관계자들이 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LH 과천의왕사업본부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갖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9일 오전 경남 진주 LH 본사 등에 대해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산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했지만,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땅 투기 의혹을 공개한 지 일주일 만에 수사에 나서 ‘뒤늦은 압수수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대상인 국토교통부 공무원 1명과 LH 임직원 11명은 개인정보 공개 요구를 거부하며 투기 의혹 조사에 반발했다. 정부는 전수조사에 불응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30분쯤 수사관들을 LH 본사와 경기 과천의 LH과천의왕사업본부, 광명의 LH광명시흥사업본부에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강제수사는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직원 13명의 자택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전체 투기 관련자 15명 가운데 전직 직원 2명의 자택은 제외됐다. 다만 경찰은 15명 모두를 대상으로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포렌식 요원 등을 포함해 모두 67명이 투입됐다. 과천의왕사업본부에는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직원 중 3명이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고, 광명시흥사업본부는 투기 의혹이 불거진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9일 경기 광명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광명=하상윤 기자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에선 동요 없이 수사가 진행됐다. LH 본사의 압수수색 대상부서 등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이곳 수사에는 경찰관 8명이 투입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업무상 취득한 비밀이 땅 매입에 이용됐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사를 통해 LH 직원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내부 정보를 활용해 땅을 샀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투기 의혹 직원을 대상으로 부패방지법 위반을 적용하기 위해선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이 법 7조 2항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과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고 취득한 재산상의 이익은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게끔 돼 있다.

 

한편, 광명시는 이날 신도시 예정지 토지를 매입한 직원이 6급 공무원 A씨 외에 5∼6명이 더 있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0일 LH 직원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해 긴급 관계기관 회의를 소집하고 검경 지휘부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회의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행) 등이 모두 모인다. 이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라며 검경 협력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앞줄 왼쪽 두 번째)과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직무대행(앞줄 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셀프조사에 증거인멸 시간도 충분… “정부 심각성 과소평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9일 LH 본사와 지역 사업본부 등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하면서 수사 잰걸음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발 빠르게 수사를 병행하고 합조단 조사 결과는 그때그때 국수본에 넘겨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속도를 높이는 양상이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된 지 일주일이나 지난 탓에 증거인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늑장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수사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은 특수수사의 성패는 수사대상자의 허를 찌르는 압수수색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초기 얼마나 신속하게 관련 증거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수사대상자를 압박할 카드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검찰수사관이라고 밝힌 한 인사도 전날 온라인에 올린 글에서 “만약 검찰이 수사했다면 (이미) 대대적 압수수색에 들어갔을 것”이라며 “(경찰의) LH 수사는 이미 망했다”고 비판했다.

수사를 주도하는 경찰청 국수본은 특별수사단을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로 격상하고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전국 자치단체별로 개발 중인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투기 의심 지역까지도 전방위로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출범한 이후 맡은 첫 ‘대형 사건’ 수사에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남구준 본부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수사를 검찰이 맡아야 한다는 야권 주장에 대해 “검찰이 (사건을) 맡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경찰 주연, 검찰 조연’ 원칙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의욕만 앞세운다고 수사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축적된 수사 경험과 노하우, 기법이 필요하다. 대형 사건 수사경험이 풍부한 검찰 역할론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등을 불러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9일 오후 경기 광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LH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로서는 떨떠름한 입장이다. 여권이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힘을 실어준 데 이어 검찰에 남은 6대 범죄 수사권까지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 뺏으려는 상황에서 협조자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문 대통령이 당부한 대로 검찰과 경찰 간 유기적인 협조관계가 이뤄질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추후 이뤄질 공소제기 등을 위해 ‘부동산투기 수사전담팀’을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꾸린 상태다. 박 장관도 이날 안산지청을 찾아 “공직 부패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검찰은 그 부분에 대해 열어놓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4급 이상 공직자 비리가 드러나 검찰이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지 않는 이상 검찰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미 늦었다는 비판이 많다. 이번 의혹이 단순 개인 일탈이라 볼 수 없는 만큼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강제수사에 착수했어야 하는데, LH와 국토교통부가 먼저 자체조사 등을 진행하는 등 수사가 지연되면서 증거를 없앨 시간을 벌어줬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바로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증거를 확보했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며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정부 합동수사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물타기’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 반성, 자책은 않고 말단 공기업 직원에게만 호통치는 모양새”라며 “정권책임론 면피를 위한 전형적 꼬리자르기이자 노골적인 수사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검찰 참여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민 의원은 “정부 합동수사본부에 전문성을 갖춘 검사를 파견하는 방법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며 “검사들을 배제함으로써 또 다른 소모적 논란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권한대행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卞 “평소 투기 억제 노력… 일부의 일탈”

 

여야 의원들은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한 국토부의 대응과 조사 방식을 일제히 질타했다.

 

국회 국토위는 이날 전임 LH 사장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장충모 LH 사장직무대행을 불러 긴급 현안보고를 받았다. 변 장관이 앞서 ‘LH 직원들이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서 투자한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한 두둔성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며 비판이 쏟아졌다. 변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 면목 없다”,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는 답을 피했다. 변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요구에 “어떤 이유든 토지를 공적으로 개발하는 공공기관과 국토부 직원이 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대해 한 번도 다르게 얘기한 적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변 장관은 이번 사건을 ‘일부의 일탈’로 표현했다. 그는 ‘반칙과 특권을 철저히 도려내야 한다’는 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주문에 “평소 투기 억제를 위한 제도 개선과 실행에 노력해왔는데, 결과적으로 일부의 일탈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국토부 ‘셀프조사’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상당수의 LH 임직원이 본인이나 가족이 아닌 차명 거래로 땅을 샀다며 “토지거래시스템을 들여다봐서 LH 직원 본인과 직계존비속 이름을 동명이인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식의 조사로는 절대 이 사건의 진상에 다가갈 수 없다”고 문제 제기했다. 같은당 박성민 의원도 “직계가족 이름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우려했다.

 

이에 대해 변 장관은 “이번에 (합동조사단에) 금융위와 국토부도 참석하기 때문에 실제 (차명거래) 의심사례를 추적조사하면 다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 모든 필지에 대한 거래내역조사를 확대하는 방안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변 장관은 기존에 발표한 주택공급대책과 관련해선 “3월 후보지 공개 등 ‘3080+공급대책’의 후속조치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특히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있는 공공기관에 대해 실수요 외에 부동산 토지거래를 제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경기 광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 모습. 연합뉴스

◆토지 1000㎡ 넘게 쪼개 매입… ‘로또 분양권’ 노렸다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이 토지를 1000㎡ 이상으로 쪼개 나눠 보유한 것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9일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LH 직원들은 대부분 농지 필지를 1000㎡가 넘는 크기로 쪼개 매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위가 ‘협의 양도인 택지’(협택) 공급 자격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협택은 공람공고일 이전부터 사업지구 내 토지면적 1000㎡ 이상을 보유한 지주가 사업 시행자에게 양도하면 주어지는 단독주택 용지다. 해당 지역에 살지 않는 외지인 토지주가 공급 대상이다. LH가 보유 토지에 대해서는 현금으로 보상한 뒤 추가로 신도시 택지를 땅 주인에게 우선 공급하는 인센티브인 셈이다.

 

특히 협택은 공공주택특별법상 전매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고 있어 이를 분양받은 토지 소유자가 웃돈을 붙여서 다른 사람에게 팔아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다. 아울러 양도인은 이전까지는 단독주택 용지 추첨 자격을 얻었지만, 최근 정부는 해당 사업지구에 지어지는 아파트를 우선으로 특별공급받을 수도 있게 지침을 개정했다.

 

LH 직원들이 농사를 짓는 것으로 위장해 신도시 내 생활대책 용지를 받으려 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생활대책이란 도시개발사업 중 사업시행자가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사업지구 안에서 농업 등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생계·주거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LH 직원들이 신도시에 사둔 땅에서 농사를 지었다고 서류를 조작하고, 추후 사업지구 안에서 근린생활용지나 상업용지 등의 상가 용지를 받으려 했다는 것이다. LH 직원들은 빈 땅에 빽빽하게 묘목을 심어 농사를 짓는 것처럼 신고했다.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이는 보상금을 노린 것보단 경작 행위를 했다는 증거로 삼으려던 것으로 보인다”며 “보상 때 수목은 그루 수가 많다고 보상액이 늘어나지 않기에, 기준에 따라 지장물 이전비 수백만원 정도로만 평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흥·광명=오상도 기자, 나기천·이동수·김유나·김선영·장혜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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