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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잡아라”… 증권사들, 앞다퉈 디지털 혁신 박차 [마이머니]

입력 : 2021-03-08 03:00:00 수정 : 2021-03-07 19: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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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證 다양한 금융혁신 서비스
소액으로 해외주식 투자도 가능
국내 첫 온라인 금융상품권 돌풍
AI기술 적용해 리서치 서비스도
핀테크 넘어 테크핀으로 진화 중

모바일증권사 개설로 시장 선점
MTS 나무 월 사용 230만명 달해
수수료 30% 인하 ‘공격적 마케팅’
공인인증서 없이 금융 거래 가능
올해 코스피 3000시대를 연 증권사들이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산관리 분야에서 혁신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전담조직도 강화하고 있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혁신’을 화두로 꼽았다. 동학개미 열풍을 주도하며 신흥 큰 손으로 부상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로 밀레니얼세대+Z세대 합성어)를 공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의 신규 개설 주식계좌 추이를 살펴보면 2030세대의 비중이 50%를 넘는다. 모바일 관련 일부 서비스는 80% 이상이 2030세대인 경우도 적잖다. 핀테크(금융기술)에 익숙한 이들은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유튜브 증권 정보 채널 등을 통해 학습하면서 체계적으로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아울러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디지털 혁신은 증권사들로서는 피할 수 없는 도전 과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디지털 금융혁신을 핵심 경영과제로 삼고 디지털 환경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정일문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제 금융시장의 화두는 ‘핀테크’를 넘어 ‘테크핀’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위기 의식을 강조했다. 정 사장은 “우리의 일상 안에 디지털 혁신의 길이 있으며, 누구든 언제든 어디서든 디지털 혁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고 ‘디지털 혁신의 일상화’를 주문했다.

◆1000원으로 해외주식 산다… ‘미니스탁’ 가입자 60만명 돌파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소액으로도 쉽게 해외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미니스탁(ministock)’을 출시했다. 기존 해외주식은 1주 단위로 구매해야 했던 것과 달리, 별도의 환전 없이 1000원 단위로 주문해 소수 여섯 번째 자리까지 나눠 매수할 수 있도록 했다. 200만원이 넘는 아마존 주식도 고객이 필요에 따라 1만원어치만 매매할 수 있는 식이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기도 했다.

앱을 통해 손쉽게 증권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직관적이다. 구글·애플·아마존·테슬라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형 우량주 260여개 종목에 투자가 가능하다. 출시 3개월 만에 가입자 30만명, 누적거래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는 가입자가 60만명을 돌파했다. MZ세대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미니스탁 이용고객 중 2030세대가 약 80% 비중을 차지한다.

◆금융습관을 선물하다… ‘온라인 금융상품권’ 돌풍

지난해 3월에는 국내 최초로 ‘온라인 금융상품권’도 출시했다. 온라인쇼핑 플랫폼을 통해 올해 2월까지 약 346만장(1671억원 규모)가량 판매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 금융상품권은 주식이나 채권, 펀드, 발행어음 등 각종 금융상품을 액면가만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커피쿠폰처럼 카카오톡 선물하기 채널을 통해 손쉽게 구매하거나 선물할 수 있다.

상품권 사용방법은 간편하다. 일련번호를 복사한 후 ‘한국투자’ 모바일 앱(App)에 붙여 넣기만 하면 액면가만큼의 금액이 금융상품계좌에 충전된다. 고객들은 충전 금액 내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고 원할 경우 출금도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의 온라인 주식거래 서비스인 ‘뱅키스(BanKIS)’의 누적 계좌 수도 온라인 금융상품권 등의 출시에 힘입어 2019년 135만개에서 2021년 현재 400만개로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2030세대 젊은 투자자들의 비중은 2018년 말 전체 고객의 37%에서 57%로 증가했다. 온라인 금융상품권은 초보 투자자들이 자산관리 시장에 관심 갖고 손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내 최초 인공지능 리서치 서비스 ‘에어(AIR)’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리서치 서비스 ‘에어(AIR, AI Research)’를 오픈했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 3만여 건을 인공지능이 자동 분석하고, 이 중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만 골라 리포트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하여 십만 건 이상의 뉴스 데이터를 학습하고 피드백을 거쳐 개발됐다. 기계공학, 통계, 수학 등을 전공한 퀀트 애널리스트들을 중심으로 리서치센터 전 애널리스트가 개발에 참여했다. 단어가 아닌 문장과 맥락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특화되어 있다.

에어는 특히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소외되었던 소형주 섹터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다양한 중소형주를 적시에 분석해 △주가 추이 △뉴스 평가 △성장성 수익성 △밸류에이션 △배당 등 6개 지표와 함께 소개된다. 에어는 지난해 7월 출시 후 현재까지 총 1050개의 종목에 대해 2400여개의 리포트를 발간했으며, 이 중 코스닥 시총 100위 이하 중소형주를 다룬 리포트가 1100여개에 달한다. 에어는 지난해 10월 들어서 분석 범위를 해외로도 넓혔다. ‘AIR US’는 미니스탁 내 등재된 미국주식 550개 종목을 대상으로 한 리포트를 발간한다.

◆NH투자證 ‘모바일 플랫폼’ 활기

 

NH투자증권 모바일 투자 플랫폼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NH투자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나무(NAMUH)’는 월간사용자 230만명, 일간사용자 130만명, 동시접속자 36만명에 달한다. 지점 영업 없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MTS만으로 리테일업계 1위인 키움증권의 ‘영웅문’을 맹추격하고 있다.

 

◆‘모바일 증권사’ 출범으로 디지털시장 선점

 

2016년은 증권업계에 아주 큰 변화가 촉발된 해였다. 비대면 실명확인이 가능해져 증권사 지점이나 제휴 은행을 찾지 않고, 핸드폰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해졌다. 은행보다 영업점의 수가 적은 증권사에는 절호의 기회였다. 비대면계좌개설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NH투자증권은 기존의 은행연계증권 브랜드였던 ‘티엑스’를 ‘모바일증권 나무’로 리브랜딩했다. ‘모바일 증권사’ 출범으로 디지털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에서였다.

 

모바일증권 나무는 본격적으로 도래할 ‘모바일 온리(Only) 플랫폼’ 시대에 대비해 NH투자증권이 가장 빠르게 출사표를 던진 서비스 브랜드였다. 나무의 영문 브랜드명 NAMUH를 거꾸로 읽으면 HUMAN을 뜻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 관점에서 도움을 주는 선한 증권사로서의 철학을 가지고 고객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목표 하에 출범됐다”고 설명했다.

 

◆공격적 수수료 인하로 ‘한국형 로빈후드’ 노려

 

모바일증권 나무는 비대면 개설 계좌의 국내주식 매매수수료를 기존 0.0142%에서 0.01%로 약 30% 인하하며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비대면 계좌 대상 국내주식 매매수수료를 이 같은 수준으로 인하한 곳은 당시 모바일증권 나무가 유일했다.

 

마케팅 전략도 남달랐다. 2017년 8월 28일 모바일증권 나무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최초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 주식거래 수수료를 평생 우대 혜택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업계 최초로 전개했다.

 

브랜드 출범 당시부터 한국형 로빈후드 서비스 모델을 자처하며 기본 매매수수료를 최저 수준으로 낮춘 이후 한 번 더 업계 최초의 선택으로 판을 흔들면서, 당시 단 두 달간 진행된 이벤트 기간 동안 이벤트 전 대비 일평균 약 20배의 계좌가 개설되고 신규 유입 자산은 7650억원에 이르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다.

 

◆‘모바일 증권 나무’에 입힌 혁신

 

공인인증서 없이도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고객 편의에 혁신을 더했다. 공인인증 프로세스를 제거하고 6자리 간편 비밀번호번호인증 방식을 활용해 로그인부터 주식 거래자금 이체까지 모든 거래가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모바일 앱 사용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전면 개편 작업도 진행했다. 앱 하나로 국내주식, 해외주식, 계좌개설 등 필요한 모든 투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초보 투자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UX(사용자경험)를 구축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대부분의 증권사는 컴퓨터에서 쓰는 HTS를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왔는데 나무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UX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모바일증권 나무는 일찌감치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에 나섰다. 2016년부터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금융위원회가 주최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현재까지 총 8개의 포트폴리오로 참여했다.

 

나무의 CMA는 주식거래용 위탁계좌와 별도의 CMA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타 증권사와는 달리 CMA 계좌 하나로 주식 거래를 포함 모든 금융상품의 거래를 할 수 있다. 조건 없이 이체 수수료 무료, 체크카드 혜택 등 서비스 편의성까지 고루 갖추고 있어 인기가 높다.

 

여기에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모든 인터넷전문은행과 제휴해 새로운 고객 확보를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에 시작한 카카오뱅크 제휴는 2030 젊은 고객층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나무로 유입된 고객이 150만명인데, 이 중 47%인 72만명이 카카오뱅크를 통해 개설됐다. 이를 통해 30대 미만의 젊은 고객층이 전체 개설 고객의 66%를 차지할 정도로 고객 연령층이 매우 낮아졌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젊은 고객층의 활발한 증시 유입으로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고객 맞춤형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김준영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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