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도 지나고 간간이 꽃샘추위가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계절은 점점 봄으로 가고 있음이 느껴지는 시기다. 단일 온실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시온실을 보유한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은 그런 봄기운을 먼저 느끼려는 방문객들로 때 이른 성수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로 실내 시설 이용 인원을 제한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시온실을 비롯해 식물원 실내외에 이식할 식물 모종을 키우고 관리하는 서울식물원 재배온실은 요즘 더욱 바빠진 부서다. 지난해 가을 경기도 인근에서 수집된 큰제비고깔 씨앗을 신희선 주무관이 조심스레 하나하나 배양토에 심어 나간다. 국내 고유종으로 다 자라면 자주색의 예쁜 꽃을 피운다고 설명했다.
재배온실 한쪽에 파릇파릇 올라온 유묘(幼苗·어린 모종)가 눈길을 끈다. 고유진 실무관이 트레이 사이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새싹들의 성장 상태를 꼼꼼히 점검했다.
땅속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기까지 매일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한다.
“미스트 작동시킵니다. 카메라에 물 안 튀게 조심하세요.” 이진숙 실무관이 분사장치를 작동시키자 안개처럼 물줄기가 퍼져 나갔다. 1차로 수분 공급 작업이 끝나면 식물 종류와 발육 상태에 따라 분무기와 특수 제작된 덮개를 이용해 부족한 수분을 보충해주기도 한다.
식물이 자라기 가장 적합한 환경인 평균 온도 18도에서 25도 사이, 습도 60% 이상으로 유지되는 재배온실에서 근무자들의 움직임은 마치 병원 신생아실을 연상케 했다.
전시온실 출입문 앞에 모아둔 어린 꽃 화분들 주변으로 재배온실 관리자들이 모두 모였다. 화분마다 일일이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고 말라버린 잎을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전시온실로 나가기 전 거치는 최종 과정으로 씨앗 단계부터 시작해 예쁘게 꽃을 피우기까지 들인 정성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재배온실 직원들의 이러한 노력으로 서울식물원을 찾는 시민들의 마음에 봄이 더욱 성큼 다가올 듯하다.
글·사진=남제현 선임기자 jeh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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