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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마녀사냥 멈춰야…‘공포정치’ 막을 조직 필요”

입력 : 2021-02-22 12:39:28 수정 : 2021-02-22 12: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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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사냥에 혈안이 되어 ‘수백만 구독자와 유튜버 vs 학계’의 대립 구도를 만들고, 저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들이 실시간 놀이처럼 벌어지고 있습니다. 반복적 마녀사냥에 대항하기 위한 연대체 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가 페미니즘 연구가에 대한 마녀사냥을 ‘공포정치’에 비유하며 이에 대응할 연대의 행동을 요청했다.

 

윤김 교수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자극적인 유튜브 콘텐츠로 페미니스트에 대한 마녀사냥을 끊임없이 생산, 재생산해내는 작금의 삭태를 목도했다”며 “유튜버들에 의해 양산되는 이 같은 공격 좌표 찍기 놀이는 페미니스트 활동가·유튜버, 성평등 연구회 교사, 학자까지 가리지 않고 실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김 교수는 “단 시간에 수익성과 흥행성을 담보하는 가장 유형화된 증오 선동의 하나”라며 “사회의 소수자가 다수자의 몫을 빼앗아가고 있으며, 자신들이 오히려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왜곡된 현실에 대한 인지 편향을 강화해주는 세속화된 담론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회수와 좋아요, 리트윗이라는 실시간 단위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공간 속에서는 정보의 단편적 제공과 왜곡, 낙인찍기 행위가 정보의 확산을 가속화하기 위한 비법 정도로 가볍게 치부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행태는 이른바 ‘카더라’ 소문이 굳건한 진실로 탈바꿈한다고 윤김 교수는 이어갔다. 그는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논문에서 사용하는 비판적 연구의 분석 대상이나 분석 방법론을 맥락 없이 가져와서 자극적 혐오 선동 소재로 소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페미니스트 학자로서 얼굴과 실명을 내걸고 연구와 활동을 해나가며 숱한 악플과 허위사실에 대한 유포와 비방, 음해, 조롱, 협박 메시지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고 밝힌 윤김 교수는 “여러 사상들을 끊임없이 배워나가며 철학적 문제의식들을 심화시켜 연구 궤적을 치열하게 일궈나가는 것이 이러한 저열한 공격행위들에 대한 가장 큰 반격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별 불평등한 여성혐오적 현실에 대한 비판과 분석의 논문들마저 유튜버들에 의해 조롱과 공격의 타겟이 될 뿐 아니라, 논문에서 쓰이는 분석 대상에 대한 용어와 방법론들을 자극적으로 뽑아내어 왜곡, 오도하고 이를 진리이자 팩트인양 날조해내는 일들, 나아가 논문을 게재한 학회와 한국연구재단에 대한 대대적 공격 명령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더 이상 이를 묵과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유튜버 및 구독자들과 학계의 대립 구도를 형성해 논문 철회 협박과 학회를 대상으로 한 집단 사이버테러 등을 자행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윤김 교수는 이들이 “페미니스트 사냥에 혈안이 되어 공정하고 엄격한 동료심사라는 학계 시스템의 전통마저 무산시켜 페미니즘 논문이 생산되고 읽히는 것 자체를 막으려 한다”며 “논문과 저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조롱과 비방, 공격을 함으로써 저자에게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로 협박하는 일 등 저열하고도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일들이 실시간 놀이처럼 벌어지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행태에 문제 의식을 느끼는 이들이 연대 활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성 평등 사회를 위해 활동 및 연구하는 이들이 누구보다 지속적으로 사이버 폭력, 협박 등에 노출돼 온 만큼 이에 대항하기 위한 법률적 대리, 자문 제도 조직화, 심리 상담, 지원의 체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계에 몸담고 있으시거나 독립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신 연구자 여러분들은 물론, 논문을 읽고 학문 후속세대로 진입하고자 하시는 학생분들, 이론보다도 실천으로 페미니즘을 먼저 접했지만 페미니즘을 그 누구보다 실행해나가고 있으신 많은 분들, 성별에 의해 차별 받지 않는 평등한 사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신 분들, 학문의 자유가 보장되고 학적 논의의 장이 위축되지 않기를 바라시는 모든 분들이 지금 자행되고 있는 페미니스트 마녀사냥을 멈추기 위한 연대의 행동에 동참해주시길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일상 속에서 여성혐오를 근절하기 위해 애쓰시는 많은 분들에 대한 공격은 단순히 개인에 대한 공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 평등 사회의 도래를 저해하는 일이자 그들을 침묵시키기 위한 공포정치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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