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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 개미’ 인기 종목 이항 홀딩스, 하루만에 주가 63%가량 급락한 사연

입력 : 2021-02-18 07:56:45 수정 : 2021-02-18 07: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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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의 대형 드론 제조업체 이항 홀딩스, 부정적인 보고서에 발목 잡혀 주가 급락
지난해 11월11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 주변에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개최로 열린 도심항공교통(UAM) 실증비행 행사에서 중국 이항사의 2인승 드론택시 ‘EH216’가 무인으로 시험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의 대형 드론(무인비행기) 제조업체 이항 홀딩스가 부정적인 보고서에 발목이 잡혀 16일(이하 현지시간) 하루 만에 주가가 63%가량 급락했다.

 

자율주행 ‘에어택시’ 개발로 주목을 받은 이항은 최근 주가도 고공행진을 해왔는데, 국내에서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인 이른바 ‘서학 개미’들이 보유한 인기 종목이기도 하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하는 국내 투자자의 이항 홀딩스 주식 보유 잔액은 지난 16일 기준 5억5000만달러(약 6090억원) 규모로, 이는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해외 주식 중 상위 10위에 해당한다. 특히 서학개미는 올들어 5000억원가량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가 급락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항 홀딩스의 주식은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62.69%(77.79달러) 내린 46.30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날 시가총액만 25억달러가량 증발했다. 주가는 앞서 지난해 12월 초 13.62달러에서 지난 12일에는 124.09달러까지 치솟아 두달여 만에 9.1배 수준으로 급등했었다. 2019년 12월 상장했으며, 올들어서만 지난 12일까지 487%나 올랐다.

 

로이터 통신은 공매도 투자 업체이자 글로벌 투자정보 업체인 울프팩리서치가 이항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낸 여파로 주가가 급락했다고 전했다.

 

울프팩리서치는 이 보고서에서 ”이항이 생산과 제조, 매출, 사업협력 등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다”며 특히 주요 거래처인 상하이 쿤샹 텔리전트테크놀로지의 정체에 의구심을 표했다. 양사 간 매출거래가 가짜라는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예를 들어 상하이 쿤샹 홈페이지에 나온 회사 주소 3군데를 직접 찾아가봤으나 2곳은 호텔과 11층짜리 건물의 13층 주소인 허위였고, 나머지 1곳은 사무실에 평일 오후임에도 직원 한명만 달랑 근무하고 있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회사는 이항과 4억5000만위안(약 773억9100만원) 규모의 계약을 맺기 9일 전에야 설립됐으며, 자본금은 1000만위안(17억2000만원)에 그쳐 계약을 이행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 사진과 통화 녹음, 현장 방문 동영상 등을 통해 광범위한 사기 정황 증거를 수집했다고도 밝혔다. 

 

보고서는 또 이항의 미수금이 많은 점도 매출 조작이 의심되는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이항은 2019년 12월 기업공개(IPO)후 매출이 1억2550만위안을 기록했으나 미수금이 1억30만위안 증가했다. 매출의 80%를 돌려받지 못한 셈인데, 이는 전형적인 조작 수법이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를 토대로 “이항은 조작된 판매 계약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실제 제품을 사기보다는 이항 주가 상승을 부풀리는 데 관심이 많아 보이는 고객들과 허위 판매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직접 찾아간 중국 광저우 소재 이항 본사에는 선진 제조설비 및 첨단 조립 라인은 없었으며 보안도 형편없고 주중 낮임에도 사실상 텅 비어 있었다고 전했다. 생산시설 1층 주요 제조구역이 정돈되지 못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보고서는 “‘EH216’ 설계·생산에 사용되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 관련 제조·저장시설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EH216는 이항의 2인승 드론 기체다. 

 

이처럼 산업용 기계, 조립 라인, 원료 재고 및 드론 공장에서 흔히 보이는 특수작업 구역도 없었다는 게 보고서의 전언이다.

 

이항의 생산설비 증설 발표도 오도하는 내용이 많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광둥성 윈푸시에 새 공장을 지어 생산능력을 확대하겠다고 공표했으나 윈푸 산업단지 관계자는 “이항이 시설을 임대한 것은 맞지만 생산에 필요한 인력을 아직 고용조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게 보고서의 전언이다.

 

이항은 또 EH216이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여객 등급(passenger-grade)용 장기 승인을 받았다고 선전했으나 미 당국에 확인한 결과 이와 달리 특정 지역의 특정 고도와 특정 시간대에만 시험 비행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도 지적했다. 비행 인증(flight certifications)도 아니었고, 보도 자료에서 발표한 ‘승객 수용’ 또는 ‘규제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글로브 뉴스와이어에 따르면 이항은 나스닥 상장 후 14개월 동안 이와 같은 내용의 홍보 보도자료 50개를 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이항의 끊임없는 보도자료가 사실이 아니라는 건 쉽게 증명된다”고도 밝혔다.

 

이항은 이에 대해 울프팩 보고서가 수많은 오류와 입증되지 않은 진술, 오해 등을 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항 측은 “울프팩리서치의 보고서에는 대량의 잘못된 사실이 포함됐을 뿐 아니라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정보가 기술돼 있다”며 “회사 및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공동 주최로 진행된 드론 배송·택시 실증 행사에서도 이항이 개발한 드론택시가 선을 보였는데, 당시 드론은 쌀가마를 싣고 한강 주변 도심 상공을 날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예탁결제원 증권정보 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들어 서학개미의 이항 매수 결제 규모는 4억6261만달러(약 5123억원)로 매수 결제액 기준으로 해외 주식 중 5위에 해당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준 보관 금액은 4억2345만달러에 달한다.

 

국내 기관 투자자 중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법인이 미래에셋글로벌이 이항 주식 8만3063주를 보유 중이다.

 

앞서 지난해에도 ‘중국판 스타벅스’로 평가받으며 나스닥에 상장해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루이싱커피가 분식회계 의혹으로 상장폐지된 바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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