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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국제 질서… 세계 중심 美가 없다면?

입력 : 2021-02-06 03:00:00 수정 : 2021-02-05 21: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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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계 안보·교역 등 보장에 소극적
국제 질서 불안정… 지속성도 흔들려
세계화 붕괴 속 지정학 전면으로 부상

과거 시대는 제국·질서 등 3개로 나눠
‘美 없는 무질서한 세계’ 4시대로 구분
美, 세계서 발 빼고 자국에 집중 전망

中, 세계질서 후퇴땐 결속력 상실 관측
아시아선 日, 유럽선 佛 부상 내다봐
韓 관련해선 北 의미 축소 등 언급
세계적인 지정학 전략가인 자이한은 2030년대가 되면 세계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미국 주도의 세계’가 아닐 것이라며 각자도생의 지정학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필리핀해에서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호(CVN-71)와 니미츠호(CVN-68)를 동원해 훈련하고 있는 모습. 美 7함대 제공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피터 자이한/홍지수 옮김/김앤김북스/1만9000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호 ‘미국 우선주의’가 상징하듯이, 세계의 중심에 섰던 미국이 최근 세계의 안보와 교역, 질서 보장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국제 질서가 불안정해 졌고 지속성도 흔들리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동맹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고 독자적인 태도로 선회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동맹국들을 오도했고, 오바마 행정부는 동맹국들을 무시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을 모욕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여년 만에 국제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세계화’는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아예 붕괴하고 있다. 세계에 대한 접근, 에너지 수입, 세계 시장, 미군 등이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대신 지정학이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는 냉전과 더불어 시작된 시대의 끝자락에 서 있다. 앞으로 세계는 … 2000년대나 1950년대보다는, 1930년대 경제상황을 배경으로 1870년대의 대격돌과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참혹한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적인 지정학 전략가인 자이한(Peter Zeihan)은 책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구축한 세계 질서가 붕괴되고 2030년대가 되면 세계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세계가 아닐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용 출처나 참고문헌이 거의 없지만, 담대한 분석과 섬뜩한 전망은 국제 질서의 향방과 우리의 대응에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원제는 ‘Disunited Nations’.

피터 자이한/홍지수 옮김/김앤김북스/1만9000원

저자는 세계가 걸어온 길을 ‘제국’, ‘질서’, ‘국경 없는 질서’라는 ‘3개 시대’로 구분해 살펴보면서 주요 국가들의 역량과 향후 전망을 제시한다.

먼저 제1시대는 ‘제국의 시대’로, 지속성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성공한 국가들이 해외에 진출하며 제국이 되고 이들이 세계의 규범이 됐던 시대였다. 하지만 원양 항해와 산업화 분야에서 기술 효율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제국간 균형이 깨지고 극단적인 전쟁, 제1,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만다.

제2시대는 제2차 대전 이후 새롭게 소련과 미국 간 이념 중심의 냉전 체제가 형성되면서 막이 오른다. 미국은 소련을 봉쇄하기 위해 군사력을 이용해 동맹들을 보호하고 경제력을 이행해 실존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세계 질서를 재구성했다.

하지만 1991년 소련이 와해되면서 냉전 체제가 해체됐고 평화롭던 세계 질서가 무너지면서 ‘국경 없는 질서’의 제3시대가 시작됐다. 세계 질서가 무너진 것은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이 사라진 것도 있었지만, 미국 역시 세계 질서 주도자로서의 역할에 흥미를 잃어버린 측면도 컸다. 조지 W 부시는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전망 없는 중동전쟁에 휩쓸렸고, 오바마는 진지하게 국제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으며,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세계와 절연을 시도했다. 그 사이 동아시아에선 중국이 부상했고 유럽에서 독일이 부상했다.

저자는 바야흐로 제4시대인 ‘미국 없는 무질서한 세계’가 동터오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2030년대 새 시대에는 세계 중심에서 스스로 몸을 빼고 자국 이익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중국은 어떻게 될까. 중국의 성공을 단일한 경제적 공간으로 통합한 규모의 경제 덕분이라고 진단한 저자는 세계 질서가 후퇴하면 정치적 통일성을 잃어버리고 규모의 경제도, 지속성도 잃게 돼 급속하게 과거로 되돌아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미래의 세계를 지배하리라는 생각은 유토피아적 환상에 불과하다. 중국은 미래에 필연적으로 지역 맹주라도 될 거라는 시큰둥한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적 실존과 정치적 결속력을 뒷받침하는 현재의 세계 질서를 지키거나 유지하거나 대체할 힘이 없다.”

대신 아시아에선 일본이 손을 떼는 미국을 대신해 우두머리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힘의 공백을 메울 자본, 해군, 기술력을 잘 갖추고 있고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에선 프랑스가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지만 러시아와 독일은 쉽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중동에선 터키와 이란이 주요국으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저자는 한국의 경우 4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먼저, 북한 문제는 한국에게 지금보다 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미국이 세계 질서에서 후퇴하는 상황에서 북한 문제 연루 강도를 낮추려 할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둘째, 다국적 공급사슬이 깨지고 안전한 해상 운송망이 흔들리면서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셋째,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인구 구조의 악화는 한국을 근원에서 뒤흔들 것이고, 마지막으로 다가올 수십년 동안 동북아의 만사를 중재하게 될 일본을 맞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은 다만 중국과 일본, 북한 세 나라에 짓눌려 멸절하기는커녕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산업국가로 성장했다며 난관을 극복한 근성이 있다고, 저자는 위로한다. “한국의 눈부신 성공은 두말할 필요가 없거니와 한국의 존재 자체가 경제이론과 지정학을 모두 거스른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독특하다. 앞으로 닥칠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한국은 그 독특함을 절대로 잃지 말아야 한다.”

작금의 상황은 힘을 부쩍 키우는 중국에 너무 과도하게 경도되는 것도 ‘잃어버린 20년’의 일본을 너무 경시하는 것도 옳지 않고, ‘한국이 세계 최고’라는 ‘국뽕’에 취할 여유도 없어 보인다. ‘미국 없는 세계’에서 한국의 앞길을 고민해야 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을 비롯한 국회의원이나 외교안보 관련 부처 공무원과 전문가, 세계로 뛰는 기업인, 오피니언 리더 등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듯하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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