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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역풍 우려한 듯 “당론 아닌 의원들 자율판단 맡겨”

입력 : 2021-01-29 06:00:00 수정 : 2021-01-28 21: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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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연루 판사 탄핵 추진
보선 앞두고 쟁점화 부담 눈치
의원총회서도 찬반격론 오가
이탄희 등 의원 111명 제안
거여, 野 반대해도 소추 가능
과거 두차례 시도… 모두 불발
법조계 “1심 무죄받았는데…
떠나는 사람을 탄핵 씁쓸”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민주당 이탄희(오른쪽 두 번째부터), 열린민주당 강민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사법농단 법관탄핵’을 제안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재적 과반·150석 이상) 의석 수를 넘어서는 민주당이 판사 탄핵 추진에 나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판사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을 기준으로 범여권 의원 111명(민주당 100명)이 임 부장판사의 탄핵 추진 제안서에 서명해 발의 요건(국회 재적 3분의 1인 100명 이상의 발의)을 충족했다. 탄핵안이 발의되면 본회의에 보고된 뒤 법사위에 회부하거나 이 절차 없이 24∼72시간 이내에 표결 처리를 해야 한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73석이다. 정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 등 범여권 정당 의원들도 이번 탄핵안 처리에 가세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최종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한다. 헌재가 탄핵 여부를 심리해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파면된다.

 

과거에도 두 차례의 법관 탄핵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모두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불발됐다. 1985년 12대 국회는 당시 판사들에게 불공정한 인사를 했다는 이유로 유태흥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재석의원 247명 중 찬성 95표, 반대 146표, 기권 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2009년 18대 국회에선 광우병 촛불집회 개입 의혹 관련 신영철 대법관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으나 72시간 이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자동폐기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법관 탄핵소추의 파장을 고려해 ‘당론 추진’이 아니라 ‘허용’ 수준으로 수위를 낮췄다. 그러면서 개별 의원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고 했다. 법관 탄핵 추진이 입법부의 사법부 통제 시도로 비쳐지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오후 2시간가량 이어진 민주당 의총에서는 법관 탄핵소추안 추진을 두고 찬반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2월 임시국회에서 법관 탄핵을 추진할 경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으로 누적된 국민 피로감이 또다시 도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성근 판사

당초 당 지도부는 의원들의 요구에 “2월 민생국회에 대한 고민이 많은 만큼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일부 의원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이를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재판부가 명백히 헌법 위반이라고 판시한 상황에서 탄핵소추를 하지 않는 점에 대해선 국회 임무를 방기하는 꼴이 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판사 탄핵 제도 취지를 고려하면 크게 무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재판부는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재판 절차 진행에 간섭하는 재판관여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면서도 “각 재판 관여행위는 징계사유 등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는 다음 달 퇴직이 예정돼 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5년간 변호사 등록과 공직 취임이 불가능해지고, 퇴직급여도 일부 제한된다.

 

이번 탄핵안 발의를 추진해온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임 부장판사가 어떠한 형사처벌도, 징계도 받지 않은 채 2월 말 경 임기만료로 퇴직한다”면서 “명예롭게 퇴직해 변호사로 활동하며 전관예우를 누릴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판사 출신인 이 의원은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하면서 이번 사건의 시발점이 된 인물이다. 이후 법원에 사표를 낸 그는 민주당의 4·15영입인재로 정계에 진출, 배지를 달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사법부에서 이번 ‘판사 탄핵’을 과연 반기겠나 싶다”며 “현 여당이 사법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처사”라고 말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씁쓸하다”고 평했다. 이 판사는 “떠나는 사람을 탄핵해도 실효성은 없는 상황인데, 정치권이 나서서 ‘뭔가 보여주겠다’는 취지의 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혜진·김선영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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