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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한우 육질·풍미 ‘첨단 개량’… 미식도시 홍콩도 홀려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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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1-22 03:30:00 수정 : 2021-01-21 19: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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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로 업그레이드… 세계 공략
유전능력 뛰어난 씨수소 까다롭게 선발
출하체중 2배, 1등급 이상 출현 8배로
사료배합 프로그램 개발 ‘투뿔’ 13%P ↑
단맛·감칠맛 높아 亞시장 수출 러브콜

한반도에서는 4000여년 전부터 소를 키웠다. 예로부터 농사일을 돕는 동물로 귀하게 여겨졌고, 농기계가 소를 대체한 현대에 들어서는 단백질 공급을 위한 고기 목적으로 특화됐다.

우리가 먹는 한우의 평균 출하 체중은 694㎏(2019년 기준)이다. 358㎏이었던 1974년과 비교하면 약 50년 만에 몸무게가 두 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압축적 진화’라 불리는 가축개량 기술의 발달 덕에 가능했던 일이다. 과학 기술의 결과물인 한우의 육질과 풍미는 ‘한식 한류’를 타고 세계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 2000억원 경제 효과… 우수품종 생산하는 보증씨수소

한국의 한우 개량사업은 1969년 시작됐다.

그간 한우는 출하 체중 증가와 함께 1등급 이상 출현율도 1993년 10.7%에서 2019년 88.8%로 8.3배 증가했다. 크기뿐 아니라 육질도 크게 향상된 것이다.

한우 개량 50여년 만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한우 보증씨수소의 선발과 정액 보급 역할이 컸다.

농촌진흥청은 6개월마다 한우 유전능력 평가를 실시해 도체중(도살한 가축의 몸 체중), 등심단면적, 근내지방도, 등지방두께 등이 우수한 유전능력을 가진 보증씨수소를 15마리 내외(1년 약 30마리) 선발한다.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749마리의 보증씨수소가 선발됐으며,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한우의 86% 이상이 보증씨수소를 통해 태어난다.

보증씨수소는 자신의 능력을 검정하는 당대검정을 통해 후보를 선발한 뒤 후대검정(아빠 소로서의 자질을 검사하기 위해 자손의 능력 검정)을 거쳐 최종 선발한다. 따라서 최종 선발까지 기간이 최소 3년 이상 걸리며 기준도 까다롭다.

씨수소를 통해 점차 향상되던 한우 품질은 2017년부터 유전체 정보 활용 기술이 적용되면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연구결과 이전 방법보다 체중은 12%포인트, 등심단면적 16%포인트, 등지방두께·근내지방도는 9%포인트 향상(12개월령 기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보증씨수소 사업을 통한 체중 증가 및 고급육 생산으로 연간 2042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된다. 씨수소 한 마리당 70억원에 가까운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셈이다.

우수한 형질이 유전되려면 부계 못지않게 모계도 중요하다.

축산과학원은 한우 암소의 능력을 송아지 때 알 수 있는 ‘한우 암소 유전체 유전능력 예측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부터 농가에 서비스하고 있다. 이 기술은 암송아지의 유전체 정보만으로 유전능력을 예측하는 것인데, 암소의 능력을 일찍 알게 되면 암송아지 때 번식소로 키울지 고기소(비육우)로 키울지 판단할 수 있다.

박미나 농진청 농업연구관은 “그동안 수소 위주로 진행됐던 한우 개량을 암소까지 확대함으로써 앞으로 한우 개량을 더욱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우는 ‘맛있다’… 아시아 시장 공략

고급육 생산기술 연구에 빠질 수 없는 것은 사양기술이다. 농진청은 한우를 비육(살찌우기) 할 때 사료량에 따른 에너지 이용 효율을 연구해 2002년 한국가축사양 표준을 제정했고 이후 5년마다 개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우 사양표준을 기반으로 한 한우 사료 배합비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해 농가에서 직접 배합비율을 조성해 사료를 만들 수 있다. 실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한우 농가를 분석한 결과, 최적의 영양소를 공급해 일투플러스(1++) 등급, 일명 ‘투뿔’의 출현율이 12.9%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과학기술의 결과물인 한우는 맛도 좋을까?

한우 고기와 수입 쇠고기는 지방산 성분과 함량이 다르다. 축산과학원에 따르면 쇠고기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방산인 올레인산 함량을 비교한 결과, 한우 고기가 약 49∼52% 수준으로 수입 쇠고기(39∼42%)보다 높았다.

또 한우고기는 수입 소고기보다 단맛(글루코스)과 감칠맛(구아노신일인산염, 이노신일인산염)을 내는 성분이 많았다. 반면 신맛(락테이트)과 쓴맛(하이포크산틴)을 내는 성분은 적었다. 우리 농업계는 이를 ‘한우가 수입 쇠고기보다 맛있다는 과학적 근거’라고 설명한다.

입맛은 나라별·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객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외국에서도 한우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홍콩이다.

2015년 12월 한우가 홍콩으로 처음 수출된 이후 2년 만에 수출량 100t을 돌파했다. 한류와 글로벌 프리미엄 이미지에 힘입은 성과였다. 이후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에도 한우가 수출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한우 수출 시장은 고전하고 있다. 한우 수출 규모는 2016년 46t에서 2018년 65t로 늘어났다가 최대 수출시장인 홍콩 시위사태가 악화하면서 2019년 52t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 외식시장 위축 탓에 46t까지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우수한 품질을 앞세워 2016년부터 해외시장에 본격 진출했고 성과를 냈으나 최근 홍콩 시위사태와 코로나19로 주춤한 상황”이라며 “한우수출업체를 대상으로 물류비와 현지 마케팅비 지원을 강화하고 유관기관 협력을 강화해 한우 수출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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