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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사과문… 변명 일관 홀트아동복지회 특별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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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1-09 13:00:00 수정 : 2021-01-09 13: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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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인이 입양 절차를 진행한 홀트아동복지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미혼모단체와 한부모단체 및 아동인권단체 및 입양인단체들이 양천 입양아동학대사망사건과 관련해 홀트아동복지회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7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양아동학대사망 사건과 관련해 입양절차를 진행한 홀트아동복지회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국내입양인연대와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미혼모협회 아임맘,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뿌리의집, 정치하는엄마들, 탁틴내일,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한국한부모연합 등이 참여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지난 6일 ‘故정인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인이가 세상을 떠난 지난해 10월13일로부터 3개월 가까이 지난 뒤였다. 단체들은 “사과라는 말을 하는 것조차 이렇게 오래 걸렸다는 사실에서 또 한 번 먹먹함을 느끼며 같은 날 경찰청장이 직접 대국민사과를 했던 것과 매우 비교되는 형식과 내용을 취했다는 점도 유감”이라고 밝혔다.

 

단체들은 아이의 고통을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던 홀트아동복지회가 왜 정인이를 지켜주지 못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홀트아동복지회가 아동을 많이 입양시키면서 아동에게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줄 책임은 없는 곳인가”라며 “단순히 매뉴얼에 따라서만 일하는 곳이라면 우리는 더 이상의 책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홀트아동복지회가 발표한 사과문의 제목은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돼 있었으나, 내용은 딴판이었다. 가정방문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에 사례관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그와 관련한 회신을 받지 못했으며, 의사의 소견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학대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고 취할 조치도 더는 없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또, 양부모의 정신과 소견에 대해서는 정부에 제출한 진단서와 법원 판단 등을 제시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구체적으로 제시한 1차 가정방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문성과 업무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 다수 있었다. 가정방문을 실시해 아동 신체상의 상처를 확인했으나 양부모가 “자주 넘어졌다”, “(아이가) 몸을 긁어 생긴 상처다”라고 답변하자 세심하게 보살필 것을 당부하며 마무리했다. 정인이 사망에 대한 사과문이었지만, 오히려 속상함과 억울함을 토로하는 양부모의 심경을 강조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2차 아동학대 의심 신고 후 가정방문의 내용에서도 쇄골 주위의 실금에 대해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이 우려할 만한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추가 방문도 이뤄졌지만, 홀트 측은 “양모에게 아동의 안전을 위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줄 것을 당부했고, 상황과 상담 내용을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에 공유했다”고 밝혔다. 매뉴얼에 따라 가정방문을 해 나름의 조치를 했고, 관련 정부기관에 전달도 했으니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는 말이다.

 

대규모 해외입양으로 인해 ‘아동수출국’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온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사건과 같은 입양아동학대사망사건이 수도 없이 반복됐다. 그때마다 주된 후속조치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매뉴얼 정비에 그쳤다. 매뉴얼을 아무리 정비해 횟수를 늘리더라도 양부모의 변명에 별다른 대응 없이 돌아서는 가정방문이라면 의미가 없다.

 

반복되는 아동학대사망사건들을 살펴보면 상처 부위가 몸통이나 발바닥, 허벅지 안쪽 등 부모의 실수나 ‘사랑의 매’ 차원으로는 도저히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부위는 옷을 입히면 쉽게 드러나지 않는 부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입양기관들은 양부모를 두둔하며 돌아서기만을 반복한 뒤 매뉴얼을 준수했음을 강조해왔다.

 

정부에 의한 입양절차 진행 및 아동인권 보호 등을 촉구하며 국제사회는 우리나라에 헤이그국제입양협약에 가입할 것을 촉구해왔다. 복지부는 2013년 진영 전 장관 당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국제입양 아동의 안전과 인권을 책임지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국내외에 밝힌다”며 헤이그협약에 서명했다. 협약의 비준을 위해서는 민법과 아동복지법, 입양특례법 등 관련 법제를 정비해 입양에 대한 정부 책임을 공고히 해야 한다.

 

당시 복지부가 “2년 안에 비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7년이 지나도록 비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매뉴얼 등 시스템 정비를 구실로 공공이 아닌 민간(입양기관)이 입양이 진행하는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입양 절차 전반은 입양기관들에 의해 이뤄진다. 처음 상담부터 진행, 사후방문에 이르기까지 입양기관들이 모든 과정을 위탁받아 진행하며, 정부는 그에 대한 보고를 받는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민간이 입양절차를 대행하는 이상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직접 진행하는 것과 비교할 때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을 묻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체들은 특별감사를 통해 홀트아동복지회의 입양절차 진행 및 사후방문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원칙 준수 여부 등을 파악할 것을 요구했다. 입양절차 전반에 공적 책임을 강화할 것도 촉구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세 번이나 아동학대신고를 받고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입양까지 한 선한 부모들이 설마 학대를 했을까 하는 인식 때문이었다”며 “이런 상황을 바로잡고 입양아동의 입장에서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었더라면 정인이의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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