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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천국 정선 만항재 눈꽃 가득 피었네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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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1-10 08:00:00 수정 : 2021-01-08 14: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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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구곡폭포 물줄기 거대한 빙벽 변신/백두대간 정선 만항재도 눈꽃 만발

정선 만항재 눈꽃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올라간 낙엽송들. 잎은 모두 떨어졌지만 겨울산은 일년 중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시기다. 온통 상고대와 눈꽃이 피어 순백의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은 보기만 해도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다. 쌩쌩 부는 매서운 찬바람이 귓불을 에는 한파가 기습했지만 잠깐이면 사라지는 풍경을 놓칠 수 없어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겨울왕국을 찾아 낭만여행을 나선다.

춘천 구곡폭포 가는 길

#춘천 구곡폭포 아찔한 빙벽에 심장이 ‘짜릿’

 

강원 춘천시 강촌역에서 차로 5분이면 구곡폭포 주차장에 도착한다. 물길이 봉화산 자락을 아홉 굽이 휘어지며 돌고 돌아 떨어져 구곡폭포라는 이름을 얻었다. 봄, 여름, 가을 웅장하게 쏟아지는 물줄기가 마음 속 때를 씻어주는 구곡폭포는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하늘벽 바위, 짙은 숲과 어우러져 절경을 뽐낸다. 특히 겨울이면 폭포가 얼면서 대형 고드름으로 꾸며진 높이 약 50m의 아찔한 빙폭으로 변신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겨울왕국을 선사한다.

구곡폭포 전망대 

구곡폭포 매표소부터 겨울 풍광을 즐기며 걷는 호젓한 산책로가 평탄하게 이어진다. 약 20여분 올라 구곡정을 지나면 삼거리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오르면 구곡폭포,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문배마을이다. 삼거리 안내판에 ‘동절기에는 항상 아이젠을 착용해달라’는 당부가 적혀 있을 정도로 길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으니 등산화나 트레킹화가 필수다. 구곡폭포 앞에서면 눈과 얼음이 어우러진 장엄한 폭포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덕분에 겨울이면 빙벽 등반을 즐기는 산악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빙벽에 로프를 걸고 얼음과 한 몸이 돼서 아슬아슬하게 빙벽을 오르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짜릿짜릿하다. 다만 이번 겨울에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빙벽 등반이 통제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폭포 앞 계단을 오르면 거대한 얼음 절벽을 코앞에서 감상하는 전망대가 있어 빙벽을 오르지 않더라도 자연이 만들어낸 진귀한 겨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구곡폭포

구곡폭포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긴 뒤 다시 삼거리로 내려가 문배마을을 거쳐 검봉산, 봉화산으로 겨울 산행을 나설 수 있다. 30분 정도 피톤치드를 폐속 깊숙이 저장하며 가파른 산길을 올라 ‘깔딱고개’를 넘으면 예상하지 못한 평평한 분지가 펼쳐지며 자연부락인 문배마을이 나타난다. 200여년 전 마을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데 돌배보다는 크고 과수원 배보다는 작은 문배나무가 있었고 마을의 생김새가 짐을 가득 실은 배 형태여서 이런 이름을 얻었단다. 현재 10가구 정도 있는데 산채비빔밥, 촌두부, 도토리묵, 백숙 등을 토속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여행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생태연못도 조성돼 있고 주변으로는 산책로를 냈다. 연못은 구곡폭포에 사계절 물이 떨어질 수 있도록 수량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정선 만항재 눈꽃

#야생화 천국 정선 만항재에 눈꽃 가득 피었네

 

강원 정선군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승용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로 해발 1330m에 달한다. 고한읍 상갈래교차로에서 구불구불 이어지는 414번 지방도를 따라 오르면 정선, 태백, 영월이 경계를 이루는 만항재에 닿는다. 대덕산, 금대봉, 은대봉, 함백산을 거쳐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중 하나인 만항재는 사실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는 ‘천상의 화원’이다. 하늘과 맞닿은 듯한 만항재 정상에 오르면 도로 양쪽으로 천상의 화원과 하늘숲 정원이 펼쳐진다. 고요한 숲속에서 산들산들 부는 바람을 즐기며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야생화를 감상하며 걷다 보면 저절로 힐링된다.

정선 만항재 눈꽃

이런 만항재가 겨울이면 상고대와 눈꽃이 화려하게 피어 진정한 겨울왕국으로 변신한다. 겨울산 눈꽃을 감상하려면 한라산, 소백산, 태박산 등 높은 산에 올라야 하지만 만항재는 편안하게 겨울왕국 입구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만항재야생화쉼터에 도착해 차에 내리자마자 등장하는 설국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만든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걷다 보면 어린 시절의 추억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온통 눈밭이니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샷이 완성된다. 여유가 있다면 만항재에서 함백산 정상까지 눈꽃산행을 강추한다. 함백산은 해발 1573m로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하지만 만항재와 고도차가 243m 정도이고 1시간이면 닿는 거리여서 눈세상을 즐기며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함백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

만항재 오르는 길에 만나는 정암사에도 겨울정취가 가득하다.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통도사, 법흥사, 봉정암, 상원사와 함께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으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보물 수마노탑이 여행자들을 이끈다. 당나라에서 유학한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진신사리를 받았으며 용왕의 도움으로 당나라에서 마노석을 옮겨와 정암사를 지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수마노탑은 높이 9m의 7층 모전석탑으로 두께 5~7㎝ 정도의 회색 마노석으로 벽돌처럼 정교하게 쌓아올렸다. 1964년 보물 제410호로 지정된 이 탑은 지난해 6월 국보 제332호로 승격됐다.

 

인근 삼탄아트마인은 송중기와 송혜교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원래 1970년대 석탄산업의 메카로 명성이 높던 삼척탄좌를 중심으로 전성기를 누린 탄광촌이 있던 곳이다. 채산성이 떨어지면서 2001년 폐광된 뒤 방치됐다가 2013년 폐광과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했다. 갤러리, 역사관, 스튜디오, 예술체험관, 레스토랑 등을 갖추고 있다. 삼탄자료실과 박물관에서는 삼척탄좌의 급여명세서, 작업일지 등이 보관돼 탄광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수백 명의 광부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샤워실은 그대로 살려 갤러리로 꾸몄다. 코로나19로 임시휴관중이니 출발전에 개관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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