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하정 청백리상’ 대상 수상
20년간 ‘노숙인 슈바이처’로 헌신
코로나 병동 주치의로 솔선수범도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서울시 공립병원 모든 의료진이 이런 상태일 겁니다. 졸려서 그런지 수상 소감이 생각나지 않네요.”
최영아(51·사진) 서울시립서북병원 내과과장은 올해 12회째인 ‘서울시 하정 청백리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정 청백리상은 조선 초 황희·맹사성과 더불어 삼청(三淸)으로 꼽힌 하정(夏亭) 류관 선생처럼 청렴·결백하며 사회에 헌신·봉사해온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주는 상이다.
서울시는 최 과장을 올해 청백리 대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로 △코로나19 병동 전담 주치의로서 솔선수범 △(노숙자 등) 사회 소외계층의 지역사회 정착에 기여 △서울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수십년간의 의료봉사를 꼽았다.
최 과장은 2001년 내과 전문의 자격증 취득 이후 지금까지 줄곧 노숙인 등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진료 및 치료, 자활에 매달렸다. 2001년 청량리 다일천사병원, 2004년 영등포 요셉의원, 2009년 서울역 다시서기의료진료소, 2013년 마리아수녀회 도티기념병원 등을 거쳐 2017년 8월 노숙인 전담병원 중 하나인 서북병원에 부임했다.
최 과장은 지난 20년간 ‘길 위의 의사’ ‘노숙인·쪽방촌의 슈바이처’로서 인생을 살게 된 계기를 묻자 담담하게 이화여대 예과생 2학년 때 청량리역 급식봉사 당시 느낀 충격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비 오는 길바닥에 주저 앉아 빗물과 함께 밥을 먹는 노숙인들을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단 노숙인들이 앓고 있는 질병이 궁금했고 일주일에 한 번 약을 주고, 한 달에 한 번 진료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이 길에 들어섰다는 설명이다.
노숙인 질병과 발병 양상, 원인 등에 관한 그의 진료 내용을 정리한 게 2015년 펴낸 ‘질병과 가난한 삶-노숙인을 치료하는 길 위의 의사, 14년의 연구 기록’이다. 최 과장은 노숙인 등 사회 취약·소외계층 관련한 의료문제는 육체적 질병뿐 아니라 정신과적 장애, 사회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어 이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평일에는 서북병원에서 근무하고 휴일에는 (시민단체 마더하우스·회복나눔네트워크 대표로서) 서울시 취약계층을 무료로 도와주고 진료하는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하자 서 과장은 “요즘 코로나19 확진자를 보면 누구한테 감염됐는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바이러스가 일상 곳곳에 퍼져 있다”며 “의심증상이 나타나거나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방역당국이나 의료진 말에 따라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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