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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조두순 보호해”…손발 묶인 채 두려움에 떠는 국민들

입력 : 2020-12-11 08:00:00 수정 : 2020-12-10 23: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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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출소 앞두고 '응징' 예고한 시민들
경찰 "사적 보복 시 법에 따라 엄정 대응"

"조두순 형 낮다" 사회적 공감 형성에도
'일사부재리 원칙' 따라 재심 청구 못해

'조두순 방지법' 국회 통과 가능성 낮아
전문가 "출소자 사회적응 도와 재범 줄여야"
경북 청송교도소에 수감된 조두순. 청송교도소 CCTV 캡처

“전치 7주만 만들어 버리죠 뭐. 잘 때릴 수 있어요.”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68)이 12일 출소할 예정인 가운데 이종격투기 선수 명현만 등이 ‘응징’을 경고하고 나섰다. 조두순이 형량을 마치고 ‘만기출소’하지만 명 선수 외에도 많은 이들이 ‘정부 대신 국민이 나서야 한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사적 보복 예고글을 올리고 있다. 아동 성범죄 처벌 수위와 국민 법감정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방증이다.

 

◆‘보복’했다간 ‘자력구제금지 원칙 위반’… 중형 선고될 수도

 

하지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개인이 보복을 하면 ‘자력구제금지 원칙 위반’으로 형법상 강력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대전고법은 지난 11월 13일 자신의 전 여자친구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30년지기 친구를 살해한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비문명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사적 보복행위를 한 것”이라며 “사회에서 정해진 절차를 지켰어야 했다”고 판시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조두순을 향한 사적 보복행위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조두순이 출소할 때 다른 출소자들과 분리해 별도 차량에 태워 내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심 청구 불가… “왜 법이 나서 조두순 보호하나”

 

조두순이 저지른 범죄에 비해 형량이 너무 가벼웠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그를 상대로한 재심 청구를 할 수 없다.

 

2017년과 2018년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각각 61만여명, 21만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2017년 청원 답변에서 “재심은 유죄 선고를 받은 범죄자가 알고 보니 무죄이거나, 죄가 가볍다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에 처벌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만 청구할 수 있다”며 “무기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재심 청구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조두순이 재범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는 것밖에 가능한 대안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만 4세 여아를 키우는 워킹맘 양모(37)씨는 10일 “조두순 출소 때문인지 얼마 전 딸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모르는 사람이 가자고 하면 ‘싫어요! 안 돼요! 도와주세요!’라고 하라고 배웠다고 말하더라”라며 “‘엄마도 알아두라’고 알려주더라. 가해자는 활보하고 오히려 시민들이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했다”고 씁쓸해했다.

 

양씨는 “오죽하면 ’누가 대신 조두순을 처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부모들의 공포감이 크다”며 “왜 조두순을 정부가 나서 보호까지 해주는 건가. 법이 조두순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켜주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2일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 앞에서 조두순의 출소를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심신미약’ 인정돼 감형받은 조두순… “형이 과하다” 

 

2008년 12월 ‘전과 17범’의 조두순이 당시 8세이던 피해자를 잔혹하게 성폭행해 영구 장애를 갖게 하고도 징역 12년형을 받은 데에는 법원의 ‘심신미약’ 인정이 주효했다. 법원은 가해자의 나이가 많고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는 이유로 유기징역형 상한인 15년에서 3년을 깎았다.

 

애초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고 오히려 조두순이 “형이 과하다”며 항소·상고했으나 기각됐다. 법원이 성범죄에 너무 관대하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후 2010년 유기징역형 상한을 기존 15년에서 30년으로 높이고 가중하면 50년까지 가능하도록 형법이 개정됐다. 강화한 개정 성폭력 특례법에선 법관의 재량으로 성범죄에 주취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은 주취를 감형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중국 등은 ‘사형’… 우리나라 형량 턱없이 낮아

 

미국은 주(州)마다 차이가 있지만 징역 25년형부터 종신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일부 사형이 집행되기도 했다. 아동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두 번 받으면 무조건 무기징역에 처하는 제도도 운용한다. 캐나다는 아동 성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집행하고, 중국은 사형을 선고한다.

 

반면 국내 처벌 수위는 턱없이 낮다는 비판이 거세다. 2017년 12월 경남 창원 자택 근처 차량 안에서 유치원생인 6세 여아를 성폭행한 50대 남성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심지어 1심 10년형에서 3년이 감형된 것이다.

 

지난 10월 자신의 미성년자 조카를 성폭행한 30대 남성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기존에 차고 있던 전자발찌를 제거한 지 10개월 만에 저지른 범죄였다.

 

같은 달 미성년자 아르바이트생을 성폭행한 40대 남성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음에도 징역 5년형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지난달엔 친딸이 초등학생 때부터 7년간 성폭행한 50대 남성이 징역 18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10일 “전체 사법 체계 내에서 고려해야 하므로 아동 성범죄의 형량을 올리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타범죄와의 균등성, 침해 정도의 평균성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작정 종신형∙사형식으로 형량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쏟아져나온 ‘조두순 방지법’… “국회 통과 가능성 낮아”

 

공 교수의 지적처럼 최근 발의된 ‘아동 성범죄자 종신형 선고’, ‘화학적 거세’, ‘출소 후 보호시설 영구 격리’ 등 급진적 내용이 담긴 ‘조두순 방지법’들은 모두 국회 법사위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처벌 수위를 높이는 신규 법안들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형벌불소급 원칙’에 따라 조두순에게 적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13세 미만 아동 성폭력범죄자에게 종신형을 선고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 측은 “종신형법은 법사위 심사를 통해 과도한 제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심사 결과 통과 의결이 안 됐다”며 “심사 과정이 보수적이고 법체계 속에서의 종합성이나 범죄자의 인권 등을 고려했을 때 (비슷한 내용의 법안들도) 사실상 통과될 가능성이 낮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 측은 “비슷한 이유로 성폭력 관련 법안들이 항상 계류되다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일이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며 “조두순 이상의 범죄자가 나오거나 다른 상황이 바뀌어 저희 법의 심사 계기가 생기지 않는 이상 종신형 선고법은 의결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한 주택가에서 경찰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 “출소자 취약계층 많아… 재범 막도록 사회 적응 시스템 만들어야”

 

경찰청이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13세 미만 아동 대상의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2016년 1080건, 2017년 1261건, 2018년 1277건, 2019년에는 137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성폭력 범죄 재범률 또한 2016년 4.4%에서 2019년에는 6.3%로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재범을 막으려면 출소자의 사회 적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공 교수는 “재소자의 교도소 연간 수용비가 2500만원이다. 그런데 출소 후 갱생기관에 지원되는 금액은 1인당 15만원 밖에 안 된다”며 “출소자 중엔 취약계층이 많은데 결국 사회에 적응 못하고 다시 교도소에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범죄에 대한 국민 감정이 안 좋은 건 당연하지만 결국 출소자의 사회적응을 돕는 게 재범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사회 내에 치료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확대하고 충분한 예산과 전문직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진행 중인 ICT 빅데이터 기반 출소자 재범 방지 AI 플랫폼 등을 이용하면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도 ‘교정행정’의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날 “국민들이 조두순에 분노하는 것은 그가 변화했다는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으며 “가해자가 교도소 재소 기간 피해자와 사회에 진심어린 사과를 할 정도로 달라진 사람이 되어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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