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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생활’에 신고 더 어려워진 가정폭력

입력 : 2020-11-24 19:57:21 수정 : 2020-11-24 23: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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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긴급전화 1366 상담 자료 중
올 9월까지 가정폭력 57% 차지
코로나 직후 비율 14%P나 늘어
경찰 신고건은 전년과 비슷 대조
전화상담만 진행돼 개입 어려워
“화상상담 활성화 등 대책 마련을”
#. 평소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려온 A씨는 올해 초 이혼하자는 얘기를 꺼냈다가 집에서 감금을 당한 채 1시간 넘게 폭언과 함께 골절, 뇌진탕 진단을 받는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 남편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도망간 A씨는 남편을 경찰에 신고했다. 남편의 폭력은 처음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아내를 폭행해 왔고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A씨는 남편이 처벌받지 않기를 원한다고 요청해 가정보호사건으로 넘어가 보호처분을 받아왔다. A씨는 “어린 아들이 있고,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이혼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잘하겠다는 말을 듣고 나만 참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텨왔는데, 결국 폭력은 반복되더라”고 토로했다.

가정폭력은 지속적이며 재범률이 높다.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보니 피해 사실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외부활동이 줄어들고 가정 내 생활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

 

24일 여성긴급전화 1366이 발간한 상담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9월까지 가정폭력으로 상담을 받은 건수는 13만9482건으로, 이 중 가정폭력이 자치하는 비율은 57.3%에 달한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과 후의 상담 통계자료를 비교했을 때도 전체 상담 중 가정폭력의 비중이 1월 26%에서 2~3월 40%대로 비율이 늘어난다. 반면 경찰청에서 발표한 올해 월별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3월 1만8822건(전년 동월 2만186건), 4월 1만9024건(1만8836건), 5월 1만9465건(1만9465건)으로 전년과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소폭 낮았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안전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월 열린 ‘가정폭력 현황과 대응’ 토론회에서 “현재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정폭력이 급증하는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반면 우리나라는 전화상담 건수는 증가해도 신고는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현장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가정폭력 문제 개입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지만, 충분한 피해자 지원체계가 구축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제오복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는 “면접상담이 중단되고 전화상담으로 진행되다 보니 적극적 개입이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면서 “전화상담 진행 시 ‘오늘 갑자기 남편이 재택근무라 집에 있어요’라고 개미 같은 목소리로 상담이 어려운 상황을 알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송란희 한국 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가정폭력상담소는 지난 2~6월까지 코로나19로 4차례 휴관하고 피해자 지원을 비대면으로 실시했다”면서 “쉼터 등은 계속 운영하도록 정부에서 예외조항을 두고 방역비를 지원했지만, 방역과 관련한 지침이 없어 신규입소자를 사실상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송 처장은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다 보니 피해자의 결정과 선택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가정폭력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합한 임시시설이나 보호시설을 확충하는 등 촘촘한 지원체계 마련과 더불어 정부의 지원 정책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 공동대표는 “피해자 지원을 개선하기 위해 중단된 면접상담을 대체할 수 있는 전화상담 및 화상상담의 활성화와 안전한 상담이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가정폭력 피해자의 약 1%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만큼 피해자들의 고립을 막기 위해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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