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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현실, 2층엔 꿈”… 우주로켓에 도전하는 중소기업의 열정

입력 : 2020-11-25 01:00:00 수정 : 2020-11-24 20: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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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인기작가 이케이도 준 ‘변두리 로켓’
일하는 이유와 꿈 실현하는 과정 그려
한 우물만 파는 ‘일본식 장인정신’ 구현
자국 기업문화에 대한 자부심 드러내
나오키상 수상… 시리즈 350만부 판매
이케이도 준은 ‘변두리 로켓’ 시리즈뿐만 아니라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등의 대형 히트작을 가진 일본의 인기 작가다. 미야마 에리 제공

일본이 과학분야에서 2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낸 비결 중 하나로 종종 언급되는 것이 중소기업이다. 장인정신을 존중하는 중소기업은 일본 과학기술 연구를 뒷받침하는 힘으로 간주된다. 100년 넘게 한 우물을 판 곳만 7만∼8만여개 있고, 원천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기술, 제품의 개발에도 열심이라고도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변두리 로켓’(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인플루엔셜)은 지극히 일본적인 소설인지도 모르겠다. 자국의 기업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읽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소설은 여러모로 전형적이다. 선과 악의 경계가 뚜렷하고, 각각에 배치된 등장인물들은 흔히 생각하는 ‘착한 분’, ‘나쁜 놈’의 일반적인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양쪽을 오가거나 양쪽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인물도 별로 없다. 결말은 더할 것도, 덜어낼 것도 없는 꽉 찬 해피엔딩이다.

“길고 고된 싸움이 끝나면 밝은 미래가 찾아오는 소설을 저는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런 세상이 되기를 절실히 바랍니다.”

한국어판 서문에 이런 고백과 바람을 털어놓은 작가의 작품답다.

우주로켓 연구자였던 쓰쿠다 고헤이는 로켓 발사 실패의 책임을 지고 연구직에서 물러난 뒤 아버지가 운영하던 중소기업 쓰쿠다제작소를 7년째 이끌고 있다. 자본금 3000만 엔, 직원 200명의 규모는 대기업의 작은 입김에도 날아가 버릴 수 있을 정도다. 그래도 로켓 연구를 하면 쌓아온 기술적 관록은 경영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대기업의 공세가 시작되면서 회사는 큰 위기를 맞이한다. 나카시마공업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자 쓰쿠다제작소의 패소를 지레짐작한 은행이 돈줄을 막고, 고객사들도 하나둘 떠나간다. 어렵게 소송에 이겨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지만 이번엔 데이코쿠중공업과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대기업과 힘겨운 기싸움을 힘겹게 이어가는 가운데 설상가상 “우리가 원래 무엇을 해왔는지를 잊어버린” 직원들과 내부 갈등까지 겪는다.

연구원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쓰쿠다가 험난한 현실을 헤쳐나갈 때 원칙은 분명하다. 그것은 이 소설의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일이란 이층집과 같다고 생각해. 1층은 먹고살기 위해 필요하지. 생활을 위해 일하고 돈을 벌어. 하지만 1층만으로는 비좁아. 그래서 일에는 꿈이 있어야 해. 그게 2층이야. 꿈만 좇아서는 먹고 살 수 없고, 먹고 살아도 꿈이 없으면 인생이 갑갑해. 자네도 우리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었을 거야. 그건 어디로 갔지.”

이런 원칙은 “신기술을 갈구하는 마음과 열정. 특허는 그 결정체다”, “정의는 우리 편”, “쓰쿠다가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연구자의 혼” 같은 표현들로 화려하게 장식된다.

스토리와 캐릭터가 전형적인 구석이 있지만 이야기 자체는 꽤 재밌게 전개되고, 읽는 내내 쓰쿠다의 성공을 기원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특히 로켓 밸브 특허의 사용료를 받아 편하게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길을 가지 않고, 누구도 생각지 못한 제안을 데이코쿠중공업에 하는 쓰쿠다를 보며 희열을 느끼게도 된다.

작가의 서명과 함께 적힌 “一階に 現實, 二階に 夢”(1층엔 현실, 2층엔 꿈)은 실제에 충실하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플루엔셜 제공

작가 이케이도 준은 일본에서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로 큰 성공을 거뒀다.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TV드라마로도 제작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시리즈의 첫 권이 이번에 한국어판으로 나온 ‘변두리 로켓’ 시리즈도 비슷한 성공 스토리를 이어가며 ‘최고의 스토리텔러’ 이케이도 작가의 명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책은 145회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시리즈는 누적 350만부의 판매고를 올렸다. 출판사는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시리즈 전 4권이 2021년 상반기까지 순차 출간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나오키상 심사를 맡았던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는 “이케이도 준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자기만의 문체를 완성해냈다. 온 힘을 다해 용기 있게 밀어붙이는 완고함에는 언젠가 벽을 깨부수는 힘이 있다”며 “‘변두리 로켓’은 그 사실을 증명했다”고 상찬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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