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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마음도 놓친 정부 대책… ‘부동산 불패 심리’ 역대 최고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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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4 17:00:00 수정 : 2020-11-24 2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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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0월 소비자동향 발표..
주택가격전망 지수 ‘역대 최고’
한은 "3분기 가계신용 1682조원
2분기 말 대비 44.9조원 증가"
사진=뉴스1

정부가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는 게 오히려 ‘부동산 불패 심리’를 더욱 공고히 만드는 것은 아닐까. 최근 정부가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소비자 전망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의 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대책이 집값 안정을 위한 최선의 수단이 아님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주택가격전망 CSI 역대 최고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는 130으로 2013년 1월 집계 시작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났다. 종전 최고치는 2018년 9월에 기록한 128이었다. 지난 10월(122)과 비교해도 한달 만에 8포인트가 뛰었다.

 

소비자동향조사의 각 지수가 100보다 큰 것은 해당 질문에 대한 긍정적 대답이 부정적 대답보다 많다는 뜻이고, 지수가 100을 더 크게 웃돌수록 긍정적 응답의 비율이 더 높다는 얘기다. 즉 현재와 비교해 1년 후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응답한 가구 수가 하락할 것으로 응답한 가구 수보다 많음은 물론, 이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이란 얘기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올해 7∼8월 이후 주택가격전망지수가 높아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최근 전셋값이 올랐고, 서울은 약간 오름세가 둔화했지만, 전국 주택가격 상승세가 꾸준히 유지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주택가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대답한 분들이 늘면서 높은 수치가 나왔지만, 실제로 추가 상승할지는 정책 효과가 어떻게 반영될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뉴시스

◆정부 대책 발표하면 더 오른다

 

그간 주택가격전망 CSI 추이를 살펴보면 공교롭게도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급등했다. 공급량을 늘리는 게 아닌 수요를 억제하는 방식의 부동산 규제 대책의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종합부동산세를 골자로 한 ‘9·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던 2018년 9월 주택가격전망 CSI는 128까지 치솟았다. 이번 2020년 11월 이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지난해 연말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며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를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등을 담은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의 주택가격전망 CSI도 125로 전월 대비 5포인트 올랐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파로 인해 경

사진=연합뉴스

기 전체가 침체되면서 4월과 5월엔 주택가격전망 CSI는 96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 확대 및 대출 규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6·17 부동산 대책’이 나온 6월의 주택가격전망 CSI는 112로 전월 대비 16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양도소득세 인상 등을 담아낸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7월엔 6월보다 13포인트 오른 125였다.

 

이번 11월 소비자 동향 조사 기간은 10일부터 16일까지로 공공 임대주택 확대를 골자로 하는 ‘11·19 전세 대책’이 발표되기 전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확대된 전세난이 반영되며 주택가격전망 CSI가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그렇다면 규제 발표 이후로 조사될 12월 주택가격전망 CSI는 11월의 그것을 더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추론도 가능한 셈이다.

 

◆ 식지 않은 ‘빚투’ 열풍, 가계대출도 역대 최고치

 

정부가 부동산을 비롯해 갖가지 대출 규제로 가계빚을 억제하려고 하지만, 지난 9월말 기준 가계부채 잔액은 1682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대해 ‘빚투’(빚 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열풍이 식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불과 3개월(7∼9월) 사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22조원 넘게 급증한 것이 잘 보여준다.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대출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분기(7~9월)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682조1000억원으로 지난 2분기말 대비 44조9000억원 늘었다. 증가율은 2.7%로 지난 2016년 4분기의 4.2%(46조1000억원) 이후 최대폭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을 뺀 가계대출의 3분기 말 현재 잔액은 158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사상 최대 기록이고, 3분기 증가액(39조5000억원)은 2016년 4분기(41조2000억원)에 이어 2위다.

 

가계대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잔액 890조4000억원)은 3분기에만 17조4000억원 불었다. 증가폭이 2분기(14조8000억원)보다 더 커졌고, 2016년 4분기(24조2000억원) 이후 3년 9개월 내 최대다. 잇따른 부동산 규제 대책 발표에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었음을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신용대출이 포함된 기타대출(잔액 695조2000억원)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기타대출은 3분기에만 22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지난 2분기(9조4000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자 자금이 부족해진 주택수요자들이 그 우회로로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급증 현상에 대해 “3분기 중주택매매, 전세 거래량이 2분기나 작년 3분기보다 늘었기 때문에 주택자금 수요가 있었고, 주식자금 수요도 있었다”며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까지 늘면서 통계 편제 이래 역대 최대 분기 증가액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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