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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인권기록, 통일 후 중요자료… 진영 넘어서야”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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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3 05:00:00 수정 : 2020-11-23 00: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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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DB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 최기식 변호사
검사출신 북한·통일분야 전문가
민간서 구금·폭행 등 사례 DB화
국제사회 관심 갖고 돕도록 해야
제3국 있는 탈북민들 삶 돕고 싶어

“북한과의 교류협력과 관계개선을 중시하는 정부는 북한 인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곤란해합니다. 대신 부족한 게 뭔지 확인해서 도와줄 생각을 하는데, 인도적 지원 쪽에 초점을 맞추면 북한의 실제 인권침해 조사·기록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됩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최기식(51·사법연수원 27기)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법무법인 산지 파트너 변호사)은 북한인권기록사업이 진영을 넘어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법조계의 대표적인 북한·통일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검찰 재직 시절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을 지냈고 최근 민간단체인 NKDB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으로 취임해 민·관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을 모두 맡게 됐다. 2003년 설립된 NKDB는 북한인권백서 발간 등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다.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1961년 당시 서베를린 시장이었던 빌리 브란트가 동독의 인권침해사례를 기록하기 위해 만든 중앙법무기록보존소를 모델로 해서 2016년 설치됐다. 북한의 처형, 구금, 폭행 등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 가해자의 이름과 직책, 지역 등 정보를 분류해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화한다.

 

최 소장은 “독일에서도 동독과 교류협력을 강조했던 사회민주당 계열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기록보존소를 없애자는 얘기가 많았고 동독에서도 없애라고 요구했지만 계속 유지가 됐다”며 “기록보존소의 사례 4만7000건 정도가 나중에 통일 이후 형사처벌 증거자료로 쓰이기도 하고 일부는 동독 공무원의 재임용 선별기준이나 피해자의 복권자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독일은 그 기록을 이관해서 지금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도 이러한 기록이 현재 북한 인권문제 개선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향후 통일이 되면 중요한 자료로 쓰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민간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역할에 대해 “현재처럼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때 민간에서 조사한 자료로 백서를 만들고 국제 인권단체에도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알려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돕도록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최기식 소장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검사 재직 시절부터 통일 분야에서 일해온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최 소장은 1996년 법조계에 발을 내딛으며 일찌감치 주류와는 거리가 먼 통일 분야로 길을 정했다. 사법시험 1차만 연거푸 4번 떨어지는 와중에 가족의 사망과 사고 등을 겪으며 희망이 사라져갈 즈음 힘들게 ‘선물’처럼 합격증을 받고 “반드시 사회, 국가를 위해 인생을 던지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독일이 통일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참 국내에서도 통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사법연수원 내에 막 만들어진 통일법학회를 보고 뭣도 모르면서 통일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뜨거워졌다”며 “그때부터 통일이라는 말을 품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주독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 법무부 통일법무과장, 서울중앙지검 총무부장과 형사5부장, 대구지검 1차장검사 등을 맡았다. 특히 통일법무과장 시절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통일에 관심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통일과 법률 아카데미’를 만들었고 개성공단에서 북한 법조인들과 회담도 하는 등 북한 관련 활동을 왕성하게 했다.

최 소장은 지난 9월 20여년간의 검사직을 내려놓으며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변호사로서 이 땅에 와 있는, 그리고 중국 등 제3국에서 유리하는 탈북민의 삶을 보듬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앞으로도 탈북민 법률지원 등의 일을 하면서 언젠가 올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최 소장은 “동·서독의 베를린 장벽이 예상치 못한 날 무너졌듯이 갑자기 북한이나 남북관계에서 급격한 변화가 온다면 우리가 변화를 수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에 대비한 정책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열정 있는 공무원, 연구자 등과 같이 만들어보는 것이 남은 꿈”이라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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