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스쿨존서 또 일가족 참변… 반년 전 사고당한 아이도 목격했다

입력 : 2020-11-18 06:00:00 수정 : 2020-11-18 08:28:5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6개월 만에 또 교통사고
광주서 8.5t 화물차가 4명 덮쳐
2살 여아 숨지고 엄마·언니 중상
횡단보도 있지만 신호등은 없어
5월에 같은자리서 車에 치인 7살
사고 후 처음으로 학교 가다 목격
할아버지가 손으로 손자 눈 가려
덩그러니 남은 신발 17일 3명이 숨지거나 다친 사고가 난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횡단보도 인근에 사고 어린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이 놓여 있다. 광주=연합뉴스

어린이가 차에 치였던 광주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6개월 만에 또다시 세 모녀가 숨지거나 다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사고 당시 횡단보도에 신호등을 설치해달라고 한 주민들의 요청을 소홀히 여긴 당국과 사람이 서 있는 횡단보도 앞에서 차를 멈추지 않은 운전자들의 행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5분쯤 북구 운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A씨가 운전하던 8.5t 화물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B(여)씨와 B씨의 자녀 3명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유모차에 타고 있던 B씨의 둘째 딸(2)이 사망했고, B씨와 첫째 딸(4)이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유모차에 함께 타고 있던 막내 아들(1)은 유모차가 튕겨나가면서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다.

 

해당 도로는 아파트 밀집 지역에 있는 왕복 4차로로, 인근에 어린이집이 있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횡단보도는 있지만 신호등은 없다. 사고 당시 B씨는 2인승 유모차에 둘째(사망)와 막내를 태우고, 첫째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이었다. 횡단보도 건너편에는 첫째의 어린이집 통학 차량이 서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 가족은 횡단보도로 2차로를 건너다 반대 차로 차량들이 멈추지 않고 쌩쌩 달리자 도로 중간에 잠시 멈춰섰다. 이들이 멈춘 곳은 A씨의 화물차 앞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A씨의 차가 있던 차로는 차량 정체가 있어 화물차가 횡단보도 앞에 정차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차량 정체가 풀리면서 이들을 보지 못한 A씨의 차량이 그대로 출발해 사고가 났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일명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치사)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고 현장에 정차해 있는 사고 가해 차량의 모습. 연합뉴스

사고가 난 장소는 지난 5월에도 7살 어린이가 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었던 곳이어서 당국의 부실한 대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월28일 C(7)군이 이 길을 건너던 중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여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C군이 사고를 당할 때는 횡단보도조차 없었다. 경찰은 C군 사고 이후 해당 차로에 횡단보도를 그리고 방지턱을 설치했다. 주민들은 신호등 설치까지 요구했지만 인근 교차로에 신호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과거 같은 장소에서 손자가 사고를 당한 사건을 인터뷰하는 보호자의 모습. 이날 사고가 난 장소에서는 지난 5월에서 7살 어린이가 중상을 입은 교통사고가 발생한 장소다. 연합뉴스

C군은 이날 사고 현장 주변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로 몸 일부가 마비됐다 다시 거동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한 C군은 사고 후 처음으로 이날 다시 학교에 가는 날이었다. C군을 데리고 학교에 가던 할아버지는 사고 현장을 목격한 순간 손자의 눈부터 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손자가 또다시 큰 충격을 받을까봐서다. C군의 할머니는 “남편이 집에 돌아와 주저 앉아서는 ‘그곳에서 또 사고가 났다. 위험해서 어떻게 사느냐’고 하소연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해당 아파트단지의 한 주민은 “사고가 연이어 나 주민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며 “어린이보호구역인데 사고 위험이 계속 상존함에도 추가 대책이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