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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희 주심 “다시 생각해도 그 판정이 최선…김연경 퇴장시켰으면 국제적 조롱거리 됐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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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13 15:16:07 수정 : 2020-11-13 15: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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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배구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에서 흥국생명 김연경이 득점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김연경(32·흥국생명)이 경기 도중 보인 ‘분노의 리액션’으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해당 경기를 담당했던 주심이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그 판정이 최선이었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지난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방문 경기에서 GS칼텍스와 격전을 펼친 끝에 세트 스코어 3-2(23-25, 25-22, 25-19, 23-25, 17-15)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신흥 라이벌전답게 시종일관 치열한 명승부가 이어졌다. 특히 김연경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답답함과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거침없이 표출해 시선을 모았다. 2세트에는 공격이 GS칼텍스 김유리의 블로킹에 막히자 공을 바닥에 세게 내리쳤고, 미간을 찌푸리며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문제의 장면은 5세트에 나왔다. 김연경은 공격이 상대 권민지의 블로킹에 다시 한 번 막히자, 네트를 손으로 잡아당기는 행동으로 분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를 본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주심에게 “경고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강주희 주심은 GS칼텍스의 주장 이소영에게 “(김연경의 행동은) 상대를 자극하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표출한 것이라 경고를 줄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차 감독은 경기 후 김연경의 행동에 대해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경고가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표했으며,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승부욕과 책임감에서 그런 행동이 나온 것 같다. 절제해야 할 부분은 절제해야 한다고 김연경에게 이야기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연경은 “나에 대한 표현이었지만, 네트를 잡아당긴 건 과했던 것 같다. 상대를 존중하지 못한 건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다만 공을 내리친 행동에 대해서는 “상대에게 피해가 안 가는 범위 내에서의 표현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1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배구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에서 흥국생명 김연경이 GS 칼텍스의 블로킹을 피해 공격을 펼치고 있다.

 

이날 김연경의 행동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논란이 됐다. 팬들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을 벌였으며, 몇몇 배구인은 “승부욕은 이해하지만 비신사적 행동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한국배구연맹(KOVO)은 12일 “김연경 선수의 행위에 대해 주심인 강주희 심판이 선수를 제재하지 않고 경기를 진행한 점에 대해 잘못된 규칙 적용이라 판단하고, 해당 심판에게 제재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주심은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판단이 최선이었다”고 확신했다.

 

강 주심은 “그날 경기에서 김연경 외에 GS칼텍스 선수도 실책 후 네트를 붙잡는 행위를 했다. 실제로 경기 중 많은 선수가 아쉬운 마음에 그런 행위를 하지만, 모두 경고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의도와 당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주심은 당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킨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짚었다. 먼저 김연경의 행위가 비신사적인 것은 맞으나, 상대팀을 자극하거나 경기를 방해하려는 의도, 또는 심판에게 항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강 주심은 명승부 와중에 심판이 선수의 행위를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운영이라는 걸 두 번째 이유로 언급했다.

 

강 주심은 “경기가 잘 마무리되도록 운영하는 것도 주심의 큰 임무다. 5세트 막판 양 팀 모두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주심이 선수의 행위를 과도하게 해석해서 레드카드나 퇴장을 시켜 경기를 끝내는 조치는 국제 심판계에서도 잘못된 운영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국제대회나 해외 리그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선수의 행위가 심각한 정도가 아닌 한 레드카드나 퇴장 조치를 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을 세 번째 이유로 들었다.

 

강 주심은 “만약 내가 그런 조치를 취했다면, 아마 해외토픽감으로 조롱을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1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배구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 5세트에 강주희 주심이 GS칼텍스 주장 이소영에게 김연경이 네트를 붙잡은 행위에 대한 판정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또 강 주심은 “빅 매치의 접전 상황에서는 어떤 판정을 내려도 욕을 먹게 돼 있다. 결국 규정과 소신에 따라 판정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김연경의 행위가) 레드카드나 퇴장 조치를 줄 상황은 아닌 것 같지만, 주심이 자제하라는 제스처 정도는 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는 한 전직 국제심판의 의견도 전했다.

 

한편 강 주심은 22세에 선수 은퇴 후 1994년 심판으로 전업했으며, 2014년 국제배구연맹(FIVB) 국제심판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국내 유일의 FIVA 국제심판이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심판 20명 중 1명으로 선정된 데 이어 내년 도쿄 올림픽에도 참가를 앞두고 있는 베테랑이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연합뉴스·한국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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