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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靑 비서실장이 정부 비판 시위대를 ‘살인자’로 몰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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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05 23:22:27 수정 : 2020-11-05 23: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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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제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국감에서 “8·15 광복절 집회 주동자들은 살인자”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허가되지 않았던 광복절 집회만으로 (코로나19) 확진자만 600명 이상 나왔고 7명 이상이 죽었다”며 “광복절 집회는 경제성장률만도 0.5%포인트 하락 요인으로도 작용했다”고도 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그는 “너무 과한 표현이었다”고 물러섰다. 마지못해 “국민을 대상으로 살인자라고 한 적이 없고, 집회 주동자에 대해 말씀드린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이라기엔 너무도 섬뜩하다. 집회를 주도하거나 참가했다는 이유로 살인자 누명을 씌우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자기가 한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긴 한 건가.

이뿐만이 아니다. 당헌당규를 맘대로 바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공천하려는 여당의 행태에 대해선 정쟁에 휘말리기 싫다는 이유로 입을 닫았다. 그런 그가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당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한 게 적절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코로나에 걸렸어도 밥은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기가 찰 일이다.

당시 광복절 집회가 방역정책에 역행한다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국민을 살인자로 치부하는 노 실장의 시각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시 광화문에는 이른바 ‘재인산성’으로 불리는 차벽으로 집회 참가자를 가둬 놓은 것과 달리 인근에서 열린 민노총 집회는 별다른 제지도 없었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자제령이 내려진 추석 당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봉하마을을 방문해 수많은 사람과 접촉한 것은 뭘로 설명할 건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국민을 극단적 범죄자로 내모는 것은 편가르기 차원을 넘어 국민 모욕 행위나 다름없다.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가진 것인지 묻고 싶다.

청와대 권력의 독선이 도를 넘고 있다. 국감 자료 제출 거부도 모자라 국감 증인 출석 요청에 얼토당토않은 핑계로 빠질 궁리만 한다. 손님이 주인 행세를 하며 국회에서 야당 원내대표 신체 수색까지 벌이는 오만까지 서슴지 않는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하는 막중한 자리다. 누구보다 진중한 언행이 요구되는 비서실장이 경제 실정(失政)까지 국민 탓으로 돌리는데도 대통령은 침묵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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