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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 전셋값에 작은 예식장 잡기도 힘들고… “자기야, 허니문이 비터문 되겠네” [연중기획-피로사회 리포트]

, 연중기획-피로사회 리포트

입력 : 2020-10-25 15:30:00 수정 : 2020-10-25 21: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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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뉴노멀’… 예비 부부들 한숨
코로나로 ‘스몰 웨딩’ 대세
거리두기 장기화… “실속·경제적” 선호
인기있는 예식장 내년 2월까지 ‘풀 예약’
임대차3법 후 전셋집 구하기 하늘별따기
불과 몇달 만에 2억~3억 올라 고민 1순위

직장인 이모(34)씨는 최근 신혼집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당초 서울시내 신축 아파트를 전세로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2개월 사이에 2억원이나 전세가가 올라버린 탓이다. 더욱이 그마저도 매물을 구하기 힘들어 다른 신혼부부와 시간차로 경쟁한 뒤 겨우 반전세를 구했다. 이씨는 “10군데 정도 부동산에 전화를 돌려 해당 아파트단지의 괜찮은 매물이 나오면 알려 달라고 했다”며 “다른 신혼부부가 오후 7시에 집을 보러 온다는 말에 30분 일찍 가서 계약을 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반전세이지만 그나마 결혼 전에 집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2월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부인 은행원 박모씨도 결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긴 마찬가지다. 신혼여행을 가지 않는 대신 예비신랑이 콘솔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5와 4K가 지원되는 텔레비전 등을 혼수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남자친구가 최근 실내에서 있는 시간이 늘면서 게임에 빠져 있다”며 “그렇다고 일반적이지 않은 혼수품까지 준비하는 건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전세가가 올라 전셋집을 구하는 데도 일부분 부담했는데 또다시 생각지 못한 혼수품을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웨딩 풍속도가 달라졌다. 예비 신혼부부들은 신혼여행이 사라진 대신 가전제품 등 혼수에 돈을 쓰고 있고 최근 급격하게 오른 전세가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스몰웨딩을 선호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은 이제 또다른 스트레스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스몰웨딩이 대세, 작은 식장 잡기에 애먹는 예비부부

“결혼날짜를 예식장이 있는 날짜로 미뤘습니다.”

올해 연말 결혼을 계획했던 정모씨는 “결혼을 내년으로 미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규모 결혼식을 올리려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모이면서 서울에 작은 규모의 웨딩홀을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초 원하는 날짜가 아니라 예식장이 있는 내년 3월로 결혼날짜를 미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예비신랑인 이모씨도 최근 결혼식장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씨는 “코로나19로 100명 정도가 참석하는 소규모 예식을 계획했지만 마음에 드는 소규모 예식장은 내년 2월까지 모두 예약이 다 찬 상태”라며 “어쩔 수 없이 최소 보증인원을 늘려 150명이 참석하는 예식장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스몰웨딩에 대한 인식이 늘면서 예비 신혼부부들이 예식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결혼식을 내년 초로 미룬 신혼부부들까지 가세하며 서울의 인기 있는 예식장은 3월까지 예식이 모두 차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스몰웨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 추세다. 최근 엠브레인모니터가 전국 만 19~45세 미혼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결혼’ 및 ‘결혼식’ 관련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선호하는 결혼식의 유형을 묻는 질문에 미혼남녀 대부분이 경제적이고 실속 있는 결혼식(36.1%, 중복응답)과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하는 소규모 결혼식(32.3%),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하는 작은 결혼식(16.8%)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을 원하는 경우(6.5%)는 많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몰웨딩이 가능한 예식장은 사실 인기가 많지 않은 편이었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스몰웨딩을 찾는 신혼부부들이 많아져 오히려 작은 예식장은 씨가 마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사를 진행한 송으뜸 트렌드모니터 차장은 “최근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며 “지나치게 형식과 외형을 중시하고 경제적 비용을 많이 필요로 하는 기존의 결혼식 관행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좀 더 실속 있고 경제적인 ‘스몰웨딩’을 선호하는 미혼남녀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스몰웨딩’은 점점 필연적인 선택이 되어가는 모습”이라며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와 함께 많은 하객들을 초대하기보다는 소수의 긴밀한 관계의 사람들을 초대하여 결혼식을 올리는 풍경이 점점 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천정부지로 솟는 전세가, 2030 신혼부부들의 절규

최근 예비 신혼부부들의 고민거리 1순위는 천정부지로 솟은 전세가이다. 임대차 3법 등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낼 시간도 없이 이들은 당장 결혼 후 살 집을 구해야 한다.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역세권 신축 집값은 2030 신혼부부들이 쉽게 쳐다볼 수 없을 만큼 올랐다. 최근 성동구 신금호와 금호의 역세권 신축 아파트 전세가는 2억∼3억원이 올랐다. 불과 3개월 만의 일이다.

내년 3월 결혼을 준비 중인 예비신랑 김모씨는 “당초 직장과의 거리 등 이유로 신금호 전세를 가려 했지만 갑자기 오른 전세가에 영등포로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가려고 했던 신금호 파크자이는 불과 3개월 만에 20평대 전세가가 6억원대에서 현재 8억원대로 올랐다. 김씨는 “이마저도 이젠 매물을 찾기가 힘들어 여기저기 부동산에 전화를 돌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차 3법으로 전세매물에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은 전세 대신 고가의 월세를 선고하면서 전세는 ‘씨가 마른 상태’다.

12월 초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부 김모씨는 사정이 더하다. 결혼을 2개월 앞두고 겨우 신혼집을 구했는데 월세만 150만원이다. 김씨는 “당초 전세를 알아봤지만 매물이 없어 예비신랑과 상의한 끝에 월세에 들어가기로 했다”며 “결혼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지난 8월 21일부터 25일까지 20∼30대 무주택 미혼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58.0%)은 10년 이내에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계속 치솟는 집값’(74.7%, 복수응답)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고, ‘낮은 소득’(62.6%)과 ‘치열한 청약 경쟁’(19.0%), ‘부모의 경제적 지원 불가’(10.9%)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갓 결혼해 내 집 마련을 꿈꾸는 30대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패닉바잉(공황구매)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까다로운 규제를 내놓을수록 이들은 “더 늦으면 영영 집을 살 수 없다”는 심리로 주택 매매시장에 뛰어들면서 집값이 잡히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엔 전세나 월세를 사는 임차인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전세를 들어왔지만 최근엔 뛰어오르는 집값에 평생 전세나 월세를 살 생각을 하는 임차인들이 많아진 거 같다”며 “당장 계약이 급한 신혼부부들의 경우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높은 가격의 전월세를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 신혼여행 사라지고 혼수품 늘어”

 

“코로나 시대를 맞아 신혼여행이 사라지고 혼수품이 늘어나는 등 웨딩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웨딩시장도 이러한 비대면 시스템에 맞춰 온라인 플랫폼화되고 있다.

 

국내 최대 웨딩 플랫폼업체인 웨딩북을 통해 예비 신혼부부들과 비대면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이해진(사진) 웨딩북 대표를 만나 코로나 시대의 웨딩시장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23일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식이 많이 연기되거나 작고 간소화하게 가족끼리 치르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시대에 많은 하객에 부담을 느낀 예비 신혼 신혼부부들이 스몰웨딩을 추구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또 그는 “신혼여행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줄었고 실내에서 거주하고 있는 공간이 늘다보니 그런 비용을 가전 쪽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 백색가전 위주였지만 요즘엔 공기청정기와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가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관련 매출이 올랐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의 영향은 웨딩 트렌드뿐만 아니라 웨딩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웨딩북과 같은 온라인 웨딩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으로 ‘스드메’(스튜디오·웨딩드레스·헤어 및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혼수에서 답례품, 신혼집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결혼과 관련한 모든 것을 공유하고 비교하는 예비 신혼부부가 증가한 것이다.

 

2014년 시작한 웨딩 플랫폼 기업인 웨딩북은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각 분야마다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어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전체적인 웨딩 건수가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비대면을 통한 웨딩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고 있다”며 “향후 웨딩시장도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 다수 웨딩 관련 업체들이 플랫폼 시장으로 뛰어들었지만 현재까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은 웨딩북이 유일하다. 웨딩북이 플랫폼사로 살아남은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 파괴’와 ‘고객 중심의 운영’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많은 예비 신혼부부들이 비대면이 가능한 웨딩 플랫폼인 웨딩북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향후 예비 신혼부부들이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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