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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운동회 그리웠지?”… ‘온라인 체육대회’ 열어 활기 찾는 학교들 [밀착취재]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 밀착취재

입력 : 2020-09-25 06:00:00 수정 : 2020-09-25 14: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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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교육 시대 新풍속
저글링·스쿼트 등 대회종목 제시
4주 연습 후 수행영상 올려 ‘시상’
학생들 “집콕 울적했는데 설레요”
서울교육청 주관 ‘스포츠 한마당’
333개교 1만여명 참가 신청 ‘후끈’
“잘 찍고 있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율전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22일 복도에서 온라인 가을 운동회 종목을 직접 해보며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수원=허정호 선임기자

“야∼ 제대로 다시 해봐. 연습 때는 잘 하더니 왜 이렇게 실전에 약해. 물 한 모금 마시고 물병 던지기 다시 해봐.”

 

‘3분의 1 등교’ 방침에 따라 학교에 왔던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온 학교가 조용해진 지난 22일 오후. 경기 수원의 율전중학교 복도에는 긴박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과 함께 세 학생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복도에 체육 교구들을 일렬로 늘어놓고 물병 던지기에 이어 공 돌리기에 도전하는 한 학생을 사이에 두고 1m 간격으로 떨어져 선 두 학생은 각기 초시계와 동영상 촬영 모드가 켜진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 교우들에게 보낼 시범 동영상을 찍기 위해서다. 이날 이 학교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온라인 가을 운동회’가 개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기반 교육이 지속되고 있는 24일 일부 학교에서는 온라인 체육대회가 열렸다. 소풍, 수학여행, 운동회 등 즐거운 체험활동 기회를 모두 빼앗긴 학생들의 실망감을 덜어주고자 서울 덕성여고, 고대부중, 잠실중, 인천 부광중 등 수도권 일부 학교가 온라인 가을 체육대회를 기획하고 나선 것이다.

 

율전중의 경우 물병 던지기, 저글링, 공 돌리기, 스쿼트, 발목줄넘기 등 7가지 체육 활동을 99초 안에 수행하는 온라인 체육대회를 열었다. 시범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보고 학생 개개인이 4주간 연습 후 참가 영상을 찍어 올리면 체육선생님들이 채점해 시상할 계획이다. 진짜 운동회처럼 개인 시상은 물론 협동심과 참여도를 기준으로 반별 시상도 한다. 체육대회 참가에 필요한 교구는 ‘체육 꾸러미’로 만들어 등교 순번에 맞춰 전교생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온라인 체육대회를 준비한 김영민(38) 율전중 체육부장 교사는 “비대면 교육 상황에선 아이들이 신체 활동을 하기 어려워 체력도 떨어지고, 정서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기 쉽다. 온라인으로나마 활발한 신체 활동에 동참하며 몸과 마음이 모두 단련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온라인 체육대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획에 참여한 이 학교 이정우(27) 교사는 “올해 체육대회가 당연히 없어질 거라 생각하고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온라인으로라도 체육대회를 한다고 하니 기대가 높다. 아이들마다 성향이 다른데 신체활동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특히 좋아한다”며 “등교해서 체육 교구를 받아간 아이들이 집에서 해보고 벌써 재밌다고 얘기해주기도 해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온라인 체육대회를 반겼다. 시범을 맡은 율전중 학생회장 원대연(15)군은 “비대면 수업 기간 동안 운동도, 야외활동도 못하니 울적하고 고립된 느낌이 있었는데 체육대회를 하게 돼 반갑다”며 “온라인으로 이런 특별한 교내 행사를 하는 건 처음이다 보니 낯설지만 재밌고 설레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박성훈(15)군은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온라인 교육에서도 이런 즐겁고 활동적인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돼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체육대회에 참가한 3학년 이정원(15)양은 “온라인 수업에서 일방향으로 영상을 보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온라인은 진짜 수업이 아니다’는 생각도 있었다. 온라인 체육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진행돼도 학교는 똑같이 학교구나’ 생각하게 돼 온라인 교육 상황을 더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지난달 신청을 받아 ‘서울 학생 온라인 스포츠 한마당’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대면 체육 대회가 어려워지자 시교육청 차원에서 비대면 체육대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현재까지 333개교 1745팀 1만1284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행사를 기획한 박연주 장학사는 “대면 스포츠 클럽 대회를 열기가 어려워져 대안으로 온라인 스포츠 한마당을 열게 됐다”며 “예상보다 참여율이 훨씬 높다. 학교 차원에서 교육청 온라인 체육대회에 참가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들도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새로운 체육교육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송현석(29) 율전중 교사는 “비대면 수업이 교육계의 새 과제가 되면서 더 좋은 방향성을 찾기 위해 선생님들도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학교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단체 활동을 통해 배우는 협동심인데 온라인 교육은 개인화되는 경향이 강하다. 어떻게 하면 온라인 교육으로도 아이들이 최대한 많이 함께 하고 ‘우리’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 화성 서연중의 최수민(29) 교사는 “체육 교사들이 학년이 아닌 종목별로 담당을 나눠 아이들이 각자의 흥미에 맞는 신체활동을 선택하게 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등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온라인의 한계를 넘어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체육교사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많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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