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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신중’ 이낙연 vs ‘과감’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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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16 22:52:33 수정 : 2020-09-16 22: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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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부터 지지율 접전
정반대 캐릭터여서 흥미 더해
문 대통령은 등거리 유지 전략
2021년 4월 재보선 분기점 될 듯

훗날 되돌아보면 2020년 8월14일은 20대 대선 레이스에서 주요 변곡점이 형성된 날로 기록될 것이다. 1년 이상 이어져 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이 깨졌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를 제치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날 처음으로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9월 중순까지 발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와 이 지사는 초접전 양상을 보인다. 지난 11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도 이 지사가 22%, 이 대표가 2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앞으로 대선구도는 수없이 요동치겠지만, 당분간은 양강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이 지사의 대결은 두 사람이 닮은 구석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고향, 직업, 인생 이력도 다르지만 가장 판이한 것은 ‘사고’와 ‘접근법’이다. 이 대표는 정제된 언어와 신중함이 강점이다. 총리 시절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품격있고 단호하게 받아치는 답변으로 존재감을 높였다. 반면 이 지사는 과감하며 언어도 직설적이다. 이 지사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이 지사의 과단성과 추진력을 높이 산다.

박창억 논설위원

두 사람은 지지층 구성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 대표는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서 이 지사를 압도한다. 이 지사는 수도권과 고향인 영남에서 이 대표를 앞선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 대표가 앞서고,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는 이 지사가 앞선다. 유권자 이념 성향별로 보면 진보층에서는 두 사람 지지율이 비슷하지만, 중도층에서 이 지사가 앞선다. 요약하면 이 대표는 ‘호남·친문’, 이 지사는 ‘수도권·중도’에서 강점이 있다.

모든 면에서 대비되는 두 사람의 긴 승부가 시작됐다. 벌써 몇 차례 날카롭게 부딪쳤다. 지난 7월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단 이후 지지율이 급등한 이 지사가 자신은 ‘흙수저’, 이 대표는 ‘엘리트’로 규정 짓자 이 대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궁핍한 환경 속에서 써내려간 성공 신화는 서민층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인에게 양보할 수 없는 주요 덕목이다. 두 사람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무공천’을 놓고도 충돌했고, 이제는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의 경쟁에 앞으로 어떤 점이 변수로 작용할까. 우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추이가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친문·호남의 지지가 높은 이 대표의 지지율이 안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의 경우에는 이 지사에 대한 기대가 커질 것이다.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일체화 전략을 펼치는 반면 이 지사가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며 선명성 높이기에 주력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 의중도 결정적 변수 중 하나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 행사에서 이 대표에게 예정에 없던 오찬을 갑자기 제안했다. 오찬 사실과 일부 대화를 대변인을 통해 공개할 것을 지시할 정도로 이 대표에게 신뢰를 보인다. 그렇다고 이 지사에게 거리를 두는 것도 아니다. 이 지사는 최근 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과 관련해 여권에 날 선 발언을 내놓았지만, 문 대통령은 7일 “다른 의견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며 이 지사를 감싸안았다. 문 대통령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등거리’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친문 핵심 인사는 얼마 전 사석에서 “우리는 일단 이 대표를 지지하겠지만,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면 지지 대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의 의중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외에도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원 판결, 강력한 야당 후보의 부상 여부도 대선 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대표와 이 지사 간 승부의 또 다른 변곡점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이 대표가 6개월간 거대 여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서울시장 선거까지 승리로 이끈다면 그의 입지가 한결 공고해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지사에게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내년 봄 과연 누가 웃을 수 있을까.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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