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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상 멈춤’에 분노·불안감 커졌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9-08 06:00:00 수정 : 2020-09-08 09: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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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대학원 설문, 10명 중 8명 “사회안전·건강위협”
대화 기피하고 노마스크에 짜증
한달새 분노지수 2배·공포 3배 ↑
‘아무도 믿을 수 없다’ 불신 더 커져
사진=뉴스1
직장인 A씨는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턱에 걸친 사람을 보면 불쑥 화가 치민다. 그렇다고 제대로 쓰라고 말하기에도 주저된다. 낯모르는 사람과 얘기하거나, 싸우는 게 찝찝하고 겁이 나서다. 자리를 피해 혼자 분을 삭이고 만다. A씨는 “일부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더 오래갈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사람들 심리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코로나블루(코로나우울)’를 넘어 ‘코로나앵그리’도 번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는 ‘지뢰밭’ 같은 상황이다 보니 타인을 믿지 못하는 기류가 강해졌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코로나19 기획 연구단’은 ‘코로나19 와 사회적 건강’을 주제로 지난달 25∼28일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복수 응답)를 7일 공개했다. 응답자 85.5%는 사회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코로나19를 꼽았다. 나의 건강과 안녕에 위협이 되는 요인도 코로나19라고 밝힌 응답이 87.8%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뉴스에 어떤 감정을 가장 크게 느끼는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불안 47.5% △분노 25.3% △공포 15.2%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초 응답과 비교하면 분노는 2.2배, 공포는 2.81배 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응답자들은 일부 사람의 비협조, 집단 이기심, 무분별, 무책임 등에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8·15 서울 광화문 집회와 사랑제일교회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공포를 느꼈다는 사람들은 확진자 후유증, 사망 가능성, 이대로 가다간 모든 것이 멈춰버릴 것 같은 상황 등을 두려워했다.

이렇다 보니 타인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번졌다. 국내 코로나19 대응에서 주체별로 신뢰하는 정도를 조사한 결과 ‘모르는 사람’에 대한 신뢰는 20.7%에 불과했다. 언론이 33.6%로 그 다음이었다. 코로나19 방역기관(선별진료소, 검역소)과 병원, 방역 당국에 대한 신뢰는 각각 89.9%, 89.7%, 88.1%로 높았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국가적인 방역 노력에서 일부의 일탈로 상호 신뢰가 상당 수준 훼손된 것이 확인됐다”며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경고가 ‘아무도 믿을 수 없다’로 흘러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불안과 분노는 일상의 제약이 많아진 데 기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9개 항목에 대한 경험 빈도를 조사해보니 응답자 절반 이상이 일이나 생활에서 자유 침해(55%), 걷기 등 신체활동 감소(50.9%)를 겪었다. 중요한 일정(결혼식, 시험, 취업)의 변경·취소(32.4%), 중요한 목표 실현 실패(16.6%) 등의 경험도 있었다. 9개 항목 중 하나라도 경험한 비율은 91.5%에 달했다. 10명 중 9명 이상인 셈이다. 유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 거의 모두가 일상의 자유로움을 제약받고 자유로움이 박탈되면서 정서적으로 지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실질적인 심리방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119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지역발생은 108명으로, 지난 3일 이후 닷새 연속 100명대를 기록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접촉이 줄고 접촉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에 이러한 노력이 반영되면 이번주 감소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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