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간(P2P)금융 업체들의 개인 대상 부동산 담보대출 누적 대출액이 지난해 말 대비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12·16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후 P2P대출이 규제 우회통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P2P대출은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받지 않아 일부 업체들은 ‘LTV 최대 85%, 10억원까지 대출된다’며 주택담보대출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19일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44개 회원사의 지난달 개인 대상 부동산담보대출 누적 대출액은 1조2571억원으로 전월(1조1686억원) 대비 7.5% 증가했다. 올해 들어 매달 4~5%대 증가폭을 기록하던 P2P 부동산담보대출이 7%대를 기록한 건 지난달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돌파하는 등 주택시장이 과열된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8624억원)에 비하면 누적 대출액은 45.7% 늘었다. 전체 P2P금융업체가 240개 이상인 만큼 개인이 P2P금융업체를 통해 빌린 부동산담보대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발표된 12·16 부동산대책은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LTV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책 발표 전까진 주택가격과 관계없이 40%의 LTV가 적용됐으나 대책 발표 후 투기과열지구의 시가 9억원 초과 아파트는 LTV 20%가 적용되고 있다. 시가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구입용 주담대는 아예 금지됐다.
당시 이같은 대책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P2P대출이 규제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2P대출에 대해서는 주담대 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에 한국P2P금융협회는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겠다고 자율규제안을 내놨지만 자정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율규제다 보니 이를 어겨도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고, 오는 27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P2P금융법) 시행을 앞두고 협회가 새롭게 꾸려지고 있어 협회의 입김이 약해진 상태다.
이에 일부 업체들은 ‘LTV를 금융권의 약 2배인 최대 80~85%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개인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실제로 80% 이상의 LTV를 적용받아 대출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 신청부터 승인까지 모든 과정이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최대 10억원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 보니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이 무턱대고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담보비율을 높게 인정해주다보면 상환능력에 비해 과한 대출이 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오는 27일 시행되는 P2P금융법에는 P2P금융업체가 자기 재산으로 대출을 내줄 때 LTV를 70%까지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단, 투자자들로부터 펀딩을 받은 돈으로는 지금처럼 70% 이상의 LTV를 제공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P2P금융법에) LTV 70% 초과대출에 대해 업체들이 자기 재산으로 투자하는 걸 금지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면서도 “일정 정도는 규제를 받지만 은행이나 일반적인 금융기관에 비해서는 규제 강도 등이 약하다”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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