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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원욱 의원이 그제 온라인 합동연설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대통령에 의해 임명받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이기려고 한다.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검찰 수장을 개에 빗댄 것은 충견에 대한 폄하이자 인간에 대한 모독이다.

개가 주인을 배반하지 않는 미덕을 지닌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검찰의 주인이 왜 정권인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어록에 비춰 보면 모든 공직자의 주인은 국민이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다짐하는 ‘머슴’의 지향점도 결국 국민이다. 만약 국민 아닌 다른 것을 주인으로 받든다면 명백한 배신이다. 검찰에 충성을 압박하는 여권의 행태는 ‘가짜 주인’을 섬기라는 것이나 진배없다. 굳이 검찰을 개에 빗댄다면 워치독(감시견)에 가까울 것이다. 워치독의 소임은 국민을 위해 정권의 부패를 감시하고 막는 일이다. 권력형 부패에 눈감는 한줌의 검사들은 자기 본분을 잊고 정권에 꼬리를 흔드는 애완검(檢)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후 과학기술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첫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있는 존재가 되어야지,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선 안 된다.”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지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다.” 말은 맞지만 실천이 없다. 장중한 어록만 허공을 떠돈다.

유대인 학살의 주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저 평범하고 성실한 공직자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아이히만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사는 “그의 범죄는 양심에 따라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행동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꾸짖었다. 태어날 때부터 악인인 사람은 없다. 불의에 침묵하고 순종하면 누구든 악인이 된다.

영국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는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대한민국 공직자들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시점이다. 우리의 주인은 누구인가? 나는 영혼이 있는 공무원인가?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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