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떴다방’ 등 기획부동산이 기승을 부린 황해경제자유구역 내 현덕지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지난 6월 경기도가 기획부동산의 투기를 차단한다며 도내 29개 시·군의 임야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지 한 달여만이다.
◆ 강남 기획부동산 등 13곳이 ‘쪼개기’ 판매…3∼4배 가격 부풀리기
10일 경기도는 최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현덕지구를 2022년 8월14일까지 2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면적 이상 토지를 승인받지 않고 거래하거나 허가 목적 외로 이용한 사람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계약 체결 당시 토지가격(개별공시지가)의 30%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이번에 지정된 현덕지구는 평택시 현덕면 권관리·장수리, 포승읍 신영리 일원 2.32㎢를 아우르는 곳이다. 앞서 2014년 1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관리돼왔으나, 개발사업시행자의 실시계획 승인 조건 미이행으로 2018년 8월 사업시행자 지정이 취소된 바 있다.
도 관계자는 “이번 지정은 서울 강남의 기획부동산 등이 현덕지구 상업지역 땅을 집중적으로 매수한 뒤 과대광고로 투자자를 모집해 3∼4배씩 비싸게 되파는 거래를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은 실거래 자료 분석을 통해 지난 6월 기준 기획부동산으로 추정되는 13개 법인이 현덕지구 15필지를 사들인 뒤 200여명의 개인에게 지분을 쪼개 비싸게 팔아 36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토지가 곧 개발돼 수익이 발생할 것처럼 설명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농지 등이 포함된 토지도 있었고, 일부 구매자는 자신의 공유지분 비율도 자세히 몰랐다고 경기도 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은 해당 법인을 지난달 13일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16일 도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요청했다.

◆ 국토교통부장관 아닌 도지사가 직접 지정…스마트밸리·반도체 클러스터 등도 도마 위에
그동안 경기도는 기획부동산 ‘공유지분 쪼개기’의 주요 대상지로 꼽혀왔다. 예컨대 기획부동산의 최대 프로젝트로 꼽혔던 성남시 금토동 산 73번지의 경우 매수자만 4800여명, 판매액만 9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는 이런 기획부동산들과 전면전을 선포한 뒤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대규모 개발을 앞두고 국토교통부 장관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것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에선 보기 드문 모습이다.
이재명 지사는 남양주 그린 스마트밸리 조성사업 예정지구(2018년),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 지구(2019년), 성남시 상적동 임야(2020년) 등을 잇달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한편 도는 이날 허가구역 지정 정보를 도보에 게재하고 평택시, 관할 등기소와 황해경제자유구역청, 국토교통부에 이를 알렸다. 현덕지구에선 올해 말 민·관 합동 개발방식으로 사업이 다시 추진될 예정이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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