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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주택 공급 압박에'… 태릉골프장 주변 與의원들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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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31 06:00:00 수정 : 2020-07-31 09: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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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골프장 주변 지역구 의원은 모두 민주당 소속
청와대·정부는 주택 공급 추진하는데 주민들은 ‘반대‘
우원식 “관계부처 추진방식에 우려, 신중해달라”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상당 부분을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특히 최근 서울 내 주택 공급 부지로 떠오른 태릉골프장 주변 지역구는 온통 민주당 의원들이다. 정부 정책과 지역구 이익이 상충되면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주례회동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 대신 태릉 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계속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릉 골프장은 서울 노원구에 있지만 동쪽으로 구리 갈매지구와 남양주 별내지구가 맞닿아 있다. 남쪽으로는 서울 중랑구와 연결되는데 이 지역이 모두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다. 노원 갑·을·병은 고용진·우원식·김성환 의원, 구리는 윤호중 의원, 남양주 별내는 남양주을 김한정 의원, 서울 중랑을은 박홍근 의원의 지역이다.

 

◆與의원들 지역 주민들 반발을 어찌할꼬

 

아직 정부의 공식발표는 없지만 문 대통령의 언급에 따라 정부에서는 태릉 골프장을 주택 부지로 활용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대주택을 대규모 공급할 지, 일반 분양을 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어떤 경우라도 인근 지역 주민들은 반발이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1일 올라온 태릉 골프장 주택 공급 반대 청원에 1만40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태릉 골프장 주변은 이미 ‘베드타운‘이어서 출·퇴근길 교통 대란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극심한 정체구간인 동부간선도로와 북부간선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이고 조금 더 동쪽으로 가면 외곽순환도로까지 연결돼 있어 혼잡하다. 거꾸로 말하면 ‘교통의 요지’이지만 러시아워에는 지옥이 따로없다는 얘기다.

 

대중교통 환경도 불편하다. 여권에서는 태릉 골프장 일대가 역세권이라며 치켜세우지만 경춘선 갈매역은 20∼30분에 한 대씩 오는 수준이어서 서울지하철과는 차원이 다르다. 수도권광역철도인 GTX-B가 지나갈 예정이지만 언제 개통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때문에 여당 의원들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주택난 해소 차원에서 태릉 골프장 개발을 청와대와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지역구 표심을 자극해 다음 총선에서 낙선할 우려가 교차해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정부가 택지 개발을 논의 중인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인근 지역의 지난 22일 모습. 연합뉴스

 

◆노원을 우원식·남양주을 김한정 등 민주당 의원들 공개 우려 표명

 

태릉 골프장 주변 지역구 의원들은 ‘실세’로 통한다. 구리 윤호중 의원은 민주당 사무총장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다. 중랑을의 박홍근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이고, 노원을 우원식 의원은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중진이다. 노원병 김성환 의원은 이해찬 대표 비서실장, 노원갑 고용진 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여서 다들 쟁쟁하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지역구 의원에게 민원을 강하게 제기하면 힘있는 여당 의원들이 정부 정책에 ‘비토’를 놓을 여지도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가장 맏형인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최근 정부가 주택공급 정책의 하나로 육사, 태릉골프장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우려가 깊다”며 “저와 고용진·김성환 의원,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어제 태릉CC와 주변 일대를 직접 방문해 현장실태를 확인하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자들의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주민들의 우려를 강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우 의원은 “직접 살펴본 태릉CC는 분명 보존 가치가 있는 땅이었다”며 “크고 작은 호수들이 있고 오래전부터 내려온 산림도 울창했다. 이곳을 콘크리트로 채우기보다 녹지공원으로 개조해 더 많은 시민이 애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하고 왔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지금 당정은 시민에게 질 좋고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주택공급계획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협의 중에 있다”며 “정부의 부담도 적지 않다. 다만 더 많은 공급을 목표로 그린벨트를 개발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유산을 사용하는 일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주민들의 우려가 현실이 돼서는 안 된다”며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 관계부처의 추진방식에 강한 우려를 표하는 바다. 해당 부처에 신중한 검토를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앞서 김한정 의원도 지난 22일 대정부질문에서 정 총리에게 “정부가 강남의 집값을 잡겠다고 강북의 녹지에 집을 지어 주택 공급을 한다고 하자 별내와 갈매지구 등 인근 주민들의 걱정이 많다”며 “주택 약자와 부동산값 안정을 위해 주택을 공급하는 데 대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라고 이해하지만, 만약 태릉골프장의 주택 공급이 확정될 경우 그에 부수되는 교통, 녹지환경, 교육, 사회복지 인프라 등을 충분히 감안해서 강북 인근 주민에게 새로운 혜택이 될 수 있는 쪽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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