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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의혁신리더십] 코로나19와 마초 리더십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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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30 22:11:31 수정 : 2020-07-30 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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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독불장군 美·英 등 스트롱맨 추락
의견 경청하는 포용적 리더십이 성과 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리더십이란 측면에서 가장 의미 있는 변화를 하나 꼽자면 ‘나만 따르라’로 대변되는 마초 리더십의 몰락을 들 수 있다. 마초 리더십의 대명사 격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그까짓 바이러스쯤 별거 아니다’란 안일한 태도로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자신은 죽어도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미국을 코로나19 방역 최악의 국가로 만들었다. 미국은 누적 확진자가 이미 400만명을 넘었으며,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까지 추락하여 이대로 가다간 11월 재선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역시 특유의 마초 스타일로 강한 리더십을 통해 브라질을 이끌어왔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애써 무시하고 마스크 따위는 쓰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자신도 최근 확진자가 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브라질의 감염자 숫자는 이미 250만명을 넘어 미국 다음으로 감염자가 많은 국가가 되었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율도 30% 밑으로 추락한 실정이다.

또 한 명의 스트롱맨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코로나19에 대한 허술한 대처로 사망자가 유럽 최대인 4만5000명이 넘었고 본인도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영국의 존슨 총리의 지지율 역시 40% 밑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코로나19 사태를 과소평가하고 초기 대응에 실패하여 국민들의 신임을 잃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코로나19 상황을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시각에서 인식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감염이 점점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이 보길 원하고 듣길 원하는 정보들만 선별적으로 선택하여 현실을 왜곡하려 했다. 또한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강한 리더십을 연출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중 앞에 나타나는 식의 정치적인 쇼를 하느라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들과 대조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으로 빛이 나고 있는 국가 지도자들도 있다. 대만을 코로나19 대응의 모범국가로 만든 차이잉원 총통, 대규모 검사를 조기에 단행하여 유럽 내 치사율을 최저수준으로 끌어내린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사태 초기부터 적극적인 록다운 조치를 내려 모든 국민을 자가격리시키고 국경을 봉쇄하여 확진자를 1500명 이하로 막은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CNN 방송은 “물론 모든 여성 지도자가 위기대처 능력이 뛰어나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여성 리더들의 성과가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의 성공원인으론 “독단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남성 지도자와 달리, 여성 지도자들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적극 수용하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같은 맥락으로 최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도 “여성 리더들은 코로나19 사태에 건조하지만 사실에 보다 더 가깝고도 현실적인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했다”면서 “남성 국가 정상들이 사태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허튼소리를 내뱉는 동안 여성 정상들의 리더십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남성 리더는 몰락하고 여성 리더가 세상을 이끌어가는 시대가 왔다고 단언하는 것은 조금 지나친 감이 있다. 어쩌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국가 지도자들의 성공과 실패를 젠더의 이슈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자기중심적인 리더십의 몰락과 경청과 투명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한 양방향의 수평적인 리더십이 위기대응에 더 적합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자신을 내려놓고 많은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포용적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

정동일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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