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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집중’ 기존 질서 탈피, 사회적 가치 창출·객관화 선도 [창의·혁신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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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15 03:00:00 수정 : 2020-07-14 20: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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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그린뉴딜 시대 사회적가치 공들이는 SK / 왜 사회적 가치인가 / 이상기후 등 지구적 위기에 인식 전환 / 맹목적 팽창보다 지속가능 성장 힘얻어 / 패러다임 변화 읽은 SK, 한발 앞서 준비 / 그린뉴딜과 일맥상통 / 이젠 ‘싼값에 최대 에너지 생산’ 벗어나 / 소비량 예측 효율성 극대화 최고 가치로 / 생산·이익 줄지만 환경보존·상생 창출 / 사회적 가치 객관화 박차 / DBL 기반 SV 화폐단위 측정 지표 개발 / 상품·서비스 등 비즈니스 모델도 변화 / 글로벌 기업들 주목… 정식 파트너 인정
최태원 SK 회장(왼쪽)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사회적가치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류는 커다란 전환점에 놓였다. 확장 위주의 무분별한 발전이 새로운 유형의 감염병은 물론, 홍수나 가뭄, 대형 산불, 허리케인 등 이상기후와 대규모 재난을 초래했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하더라도 경기침체에 골몰했지만, ‘변하지 않으면 지구가 멸종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그린뉴딜이 새롭게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맹목적 팽창보다 지속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사회적가치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됐다.

인류 발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가운데, 이를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해온 SK의 행보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SK는 경제적가치 위주의 기존 질서를 탈피해 다양한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며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SK는 지난해부터 경제적가치(EV)와 사회적가치(SV)를 동시에 추구하는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을 근간으로 사회적가치를 측정, 발표하고 있다.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는 공감대 속에 화폐화 기반의 사회적가치 측정 지표를 개발해 재무제표처럼 구체적으로 실체화해 공개하는 셈이다.

SK 관계사의 사회적가치 측정은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의 3대 분야로 나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다양한 차원의 변화가 수반된다.

사회적책임의 수행과 공헌의 용어로 대표되던 기존 경제질서에서는 사회적가치가 일종의 부가적인 것이었다. 기업이 저비용 투입, 고효율 창출의 경영을 통해 매출과 이익을 증대시키는 것에 모든 초점이 집중됐고, 그 과정이나 이후에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었다.

이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부터 소비, 사후관리 등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 불만이나 환경문제 등이 발생하더라도 매출·이익 증대의 뒷전으로 밀렸다. 이를 보조하는 차원에서 별도의 기부·봉사 등의 형태로 사회적공헌이 수행되는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 전담 조직을 통해 실행됐다.

그러나 DBL에 따른 사회적가치 측정이 모든 조직으로 확산하면 전담조직이 맡는 형태가 아니라 경영관리·지원 조직처럼 일종의 컨트롤타워가 지휘·조율하는 방식이 된다. 특히 SK가 핵심평가지표(KPI)에 반영하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시행하게 될 경우, 각 부문에 녹아든 사회적가치에 대한 배점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품 및 서비스 모델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사회적가치가 별도로, 부차적으로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반에 녹아들며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셈이다.

이는 큰 틀에서 그린뉴딜과도 방향성이 같다. 에너지 부분만 하더라도 기존에는 환경파괴가 되든, 발전소가 들어서는 현지 주민이 피해를 입든 간에 싼값으로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잉여 에너지를 어떻게 저장·재활용할지에 대한 문제는 그다음이었고, 버려지더라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이로 인해 지구적인 위기가 찾아옴에 따라 맹목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탈피해 얼마나 필요한지, 절약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고 소비 과정에서 모자라거나 남는 부분을 최소화하도록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게 최대의 가치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각종 제도 개편도 필수적이다.

새롭게 바뀐 에너지 분야를 기존의 잣대로 평가할 경우 전체적인 생산 감소와 이에 따른 이익 감소 등 부정적인 지표만 남는다. 환경보전이나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상생 등의 가치는 제대로 평가를 받을 길이 없다. 새로 창출되는 가치가 분명히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식하고 공감하지만, 객관적인 수치로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선도적으로 사회적가치 창출을 실현 중인 SK의 가장 큰 고민도 여기에 있다. SK가 사회적가치 창출을 평가에 정식으로 반영했지만 아직 초기인 만큼 측정에 대한 기준은 완벽하지 않다. 가령 SK의 임직원이 외부기관에서 진행한 봉사활동에 대해 사회적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수치화, 화폐화한다면 그 가치를 SK 임직원의 시급으로 할 것인지, 얼마나 가중치를 부여할 것인지도 불분명하지만 자원봉사자나 외부기관의 관점에서 시급을 부여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모여 기준을 세우는 것 외에 사회적합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둘러싼 공감대 형성도 필수적이다.

주요 선진국의 대선 어젠다와 정부의 우선 과제로 떠오른 그린뉴딜 또한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평가·수치화에 대한 부분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SK처럼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주체들의 행보는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회적가치를 비롯한 새로운 경제질서에 대해 고민하며 사회적가치 측정 체계의 글로벌 표준을 수립 중인 유럽·미국 기반의 글로벌 기업들이 SK를 정식 파트너로 인정하고,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등에서 SK를 핵심 연구 사례로 삼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SK는 글로벌 기업 및 다양한 싱크탱크 등과 선의경쟁을 통해 사회적가치 측정 기준을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선보인 독거노인 대상 인공지능(AI) 돌봄 서비스를 올해 치매 관련 콘텐츠를 포함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모델로 확장했고, SK인천석유화학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원을 활용해 추가 화석에너지의 소모 없이 인근 지역에 냉·난방 열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역사회 기여도를 높이고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변모 중이다.

사회적가치 창출에 고민하며 사업 모델 자체가 고도화한 경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연구개발(R&D) 조직인 AIX센터(전 ICT기술센터)와 사회적가치 관련 조직은 협업을 통해 원천기술과 사회적가치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 결과 V2X(Vehicle to Everything) 기반 고속도로에서 T맵 사용자에게 급정거 알림을 통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줄이는 모델을 도출한 바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관계사별로 사회적가치의 효과를 객관화하고, 사회적 편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연구개발과 사회적합의 등 다양한 노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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