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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에도 알려지지 않은 여성 거장 21명의 삶·예술철학

입력 : 2020-07-04 03:00:00 수정 : 2020-07-03 19: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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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지 지음 / 은행나무 / 1만6000원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 김선지 지음 / 은행나무 / 1만6000원

 

“도대체 여성 화가들은 어디에 있는 거지?” “여자가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발가벗어야 하는가?” “꼭 아름답고 에로틱해야만 하나?”

남자 화가 작품으로만 가득한 서양의 거의 모든 미술관을 둘러보다 의문을 품은 작가가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를 집필한 배경이다. 역사학도 출신 미술작가인 저자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소포니스바 앙귀솔라, 라비니아 폰타나, 앙겔리카 카우프만, 로자 보뇌르, 수잔 발라동, 한나 회흐, 카린 라르손, 거트루드 지킬 등 위대한 걸작을 남기고도 미술사에서 이름이 누락된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 태동기까지의 여성 거장 21명의 삶과 예술철학을 담아냈다.

15세기만 해도 여성은 거의 예술가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여자에게는 예술을 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 없다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과 가부장 체제가 여성들을 이중 질곡에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 자신 앞에 놓인 다양한 유형의 편견과 모순을 넘어서며 필사적으로 미술에 매달려 전문 화가의 길을 개척했다. 그리고 마침내 여성의 예술은 한낱 아마추어에 불과하다는 편견에 맞서 위대한 예술작품을 탄생시켰다.

프로페르치아 데 로시는 르네상스 시대 최초의 여성 조각가다. 그림과 시, 회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중 특히 당시만 해도 금녀의 세계였던 조각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는 산페트로니오 성당 파사드 조각공모전에 입상하고,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라는 걸작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데 로시가 조각가로 이름을 날리자 동료 남성 화가는 그녀가 인체조각, 특히 남성의 인체 묘사에 탁월한 것은 성적으로 문란하기 때문이라고 헛소문을 퍼뜨려 모든 공공작업에서 손을 떼야 했다.

인상주의 회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성화가 중에 베르트 모리조와 메리 카사트가 있다. 이들은 전시회에 수차례 출품하며 인상주의 회화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드가 같은 당대 남성 화가들에 가려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는다. 특히 모리조는 860점을 그린 전문 화가였지만 사망 서류에는 어이없게도 ‘무직’이라고 기입되었다.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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