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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 당연시 안돼”… 갑질에 공분하는 2030

입력 : 2020-07-02 06:00:00 수정 : 2020-07-01 22: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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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순재 매니저 갑질 논란에 / “상하관계 지킬건 지켜야” 목소리 / 상반기 직장갑질 제보 1588건 / 강제 회식선 “노래 못하면 감봉” / “그 학력에 무슨 취업” 막말 사례도 / 온라인선 젊은층 문제 제기 활발 / “갑질 감수성 높아져… 존중 필요”

“매일 언론에 수많은 갑질 사건이 나오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직장인 황승현(27·가명)씨는 최근 불거진 배우 이순재씨의 ‘매니저 갑질’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 논란은 이씨의 매니저로 일한 김모씨가 쓰레기 분리수거·생수통 운반 등 허드렛일을 했다고 폭로하며 시작됐다. 이순재 측은 1일 “좀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있고 이로 인해 상처 입은 해당 로드매니저에게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사적인 일을 부탁한 적은 있지만 ‘머슴살이’나 ‘갑질’이라는 표현은 실제에 비하여 많이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황씨는 “아무리 업무 범위가 불명확하고 이런 관행이 전부터 있었다고 해도 그걸 당연시하면 안 된다는 걸 왜 모르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매니저 갑질 논란은 20∼30대의 높아진 ‘갑질 감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이번 논란에도 업무나 업계 특성상 사생활 지원이 불가피하다거나 4대 보험이나 추가 수당 문제도 용인 가능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20∼30대는 관행과 무관하게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직장인 최모(28)씨는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매니저 관련 에피소드를 보다 보면 업무 영역이라고 하기엔 지나친 일들도 보이곤 한다”며 “아무래도 20~30대들이 상하관계에 의한 ‘갑질’에 민감하다 보니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온라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적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2030의 높아진 갑질 감수성은 실제 제보로 이어지기도 한다. 1일 직장갑질119가 올해 상반기(1∼6월)에 받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1588건을 분석한 결과 700건(44.1%)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특히 모욕·명예훼손이 191건(27.3%)으로 가장 많았고, 폭언·폭행(113건·16.1%), 따돌림·차별(111건·15.9%), 강요(87건·12.4%), 부당지시(80건·11.4%)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직장인들은 폭언·강요·모욕과 같은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중에는 회사 대표가 퇴근하려는 직원들을 막무가내로 회식에 데려가고 노래방에서 “노래가 재미없으면 감봉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그 학력으로는 어디 다른 데 취업도 못 해. 남들은 지방에 4년제라도 돈만 있으면 들어가는데 너는 그것도 못 갔냐”며 모욕을 일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젊은 층의 갑질 감수성이 높아지고 문제 제기로까지 이어지는 데는 온라인 공간의 역할이 크다고 진단한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과거에는 개인이 문제라고 느끼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 서로 의견을 개진할 만한 공간이 없었다”면서 “갑질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고 문제 제기가 활발해지는 것은 여전히 한국 사회 문화가 변화될 측면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존중하는 문화가 더욱 확산해야 한다”고 했다.

 

유지혜·이강진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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