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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급하고 중요한 일부터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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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01 22:38:23 수정 : 2020-07-01 22: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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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가장 시급한 현안 / 개인들 손 놓고 관심 안 기울여 / 車이용 줄이기 등 방법은 많아 / 작은 것에서부터 해결 나서야

6월부터 참 덥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더운 것은 아닌 모양이다. 서울이 35도이던 6월 말의 어느 날 시베리아의 가장 추운 지역 중 하나인 베르호얀스크는 38도까지 기온이 올라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알래스카에서는 이상기온으로 대형 빙하가 몇 차례씩 무너져 내려 몇 년 후에는 메가 쓰나미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먼저 당장 시급한 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찌는 듯한 더위에 기후변화 때문인가 싶다가도, 실내에 들어가 잠시 있다 보면 한기가 들 만큼 추워 금세 더위는 잊혀진다. 이제는 극도로 더운 여름과 이상할 만큼 따뜻했다 무자비하게 춥기를 반복하는 겨울을 오히려 뉴노멀로 적응되는 것 같기도 하다. 굶주려 삐쩍 마른 북극곰이나 해외의 재난 소식들은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것까지 신경 쓰기에는 눈앞의 급한 일들이 산재해 있다. 몇 년 전에도 8년 후 큰일 난다 했던 것 같은데, 올해 다시 8년 후 큰일 난다 하니, 자꾸 둔해진다.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그러나 기후변화는 매우 시급한 현안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증후들은 멀리 북극이나 남극이 아닌 바로 지금 우리 코앞에 있다. 작년 녹색연합 주최로 ‘기후변화의 증인들’이라는 콘퍼런스가 있었는데, 제주에서 50년 전부터 물질을 시작하여 61세인 현재까지 현직 해녀로 활동하는 김혜숙씨와 경남 함양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마용운씨는 본인들의 생업의 변화를 생생히 증언했다.

옛날에는 톳, 감태, 모자반과 같은 해조류로 빡빡했던 물속인데, 이제는 전복이나 고동, 오분자기가 바닥에서 나뒹구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 풀이 있어야 그 사이에 물고기들이 알을 낳는데, 알 낳을 곳이 없으니 물고기도 줄었다. 그 빈자리에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형형색색의 열대어와 이름도 낯선 열대 해역의 그물코돌산호와 거품돌산호가 자리 잡았다. 마용운씨는 언제까지 사과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푸념한다. 농사란 예측되는 날씨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인데, 들쑥날쑥한 날씨는 사과 농사를 연거푸 망치고 있다. 어느 해는 고온으로 과수화상병에 걸리고, 어느 해는 따뜻한 겨울로 일찌감치 꽃을 피웠는데 4월 달 눈으로 냉해를 입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 작년 같은 경우 가을 햇볕을 받아 빨갛게 익어야 할 사과가 때늦은 장마로 익지 못해 가격이 폭락했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의 먹거리 자급력은 점점 허약해지고 있다.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대하고 부담스러운 담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할 수 있은 일은 많다.

영국 리즈대 연구팀은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10가지를 발표했는데, 그 1위는 자동차 이용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 밖에도 한 해 한 번 장거리 비행기 안 타기, 재생에너지 이용하기, 대중교통 타기, 채식 식단, 냉난방 줄이기 등이 있다. 이 모든 것을 실천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한 사람당 연간 약 9톤 줄일 수 있는데, 이는 영국에서 한 가구가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10톤)과 맞먹는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휴가를 쓰고 여행을 못 가 우울하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올해는 ‘비행 부끄러움(Flight Shame)’을 줄이는 한 해였다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자.

환경의 날인 지난 6월 5일에는 전체 228개 중 226개의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동참해 기후비상 선언을 하였다. 정부는 목표와 계획이 일치하지 않는 전력수급계획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진지한 선언과 실천을 하라는 내용이다. 서울시, 화성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 생태전환교육을 선언하며 과감한 도전들을 내놓았다. 모순된 정부를 규탄하고, 잘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밀어주고, 묻어가려는 지자체에는 무엇이라도 시작하자고 촉구하는 일도 너무나 중요하다.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는 국가로 손꼽히는 독일이나 스웨덴도 풀뿌리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했다.

기후변화는 급하고 중요한 바로 지금의 위기이다. 그리고 모든 해결의 실마리는 작은 것에서부터 나온다.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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