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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도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 청와대서 홀로 외친 간호사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20-06-30 22:00:00 수정 : 2020-06-30 18: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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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영 간호사 “공공병원 설립과 의료인력 확충” 요구 / ‘최전선에서 묵묵히 희생하는 간호사의 목소리를 청와대가 들어 달라’ / 코로나19 사태로 ‘간호사 인력 부족’ 논란에 불을 지펴 / 전문가, 코로나19 2차·3차 대유행 예고…의료인력 확충으로 대비해야
‘건강권을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인 우지영 간호사가 30일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공공병원 확충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

 

30일 정오쯤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마스크를 쓴 우지영 간호사가 팻말을 들고 청와대를 향해 이같이 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전선에서 묵묵히 희생하는 간호사의 목소리를 청와대가 들어달라는 것이 그의 요구다.

 

‘건강권을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인 우 간호사 2013년부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우 간호사는 “공공병원 설립과 의료인력 확충” 골자로 7월 3일까지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진행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두 번째로 주자로 참여했다.

 

앞서 지난 29일 첫 번째 주자로 참여한 신동훈 간호사는 제주대병원에서 11년째 근무하고 있다. 신 간호사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은 반드시 올 것”이라며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 코로나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공공의료 확대·강화와 병원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환자들의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폭우가 쏟아질 듯 잔뜩 흐려진 하늘에서 구슬 비는 옷이 푹 젖을 만큼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분수대 광장 곳곳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사람들도 우산을 꺼내 쓰기 시작했지만, 우 간호사는 두 시간 동안 팻말을 양손으로 들어야 하는 탓에 비를 맞아야 했다.

 

우 간호사는 현장의 구슬땀을 쏟아내며 희생하던 동료들의 대신해 목소리를 냈다. 마스크를 착용한 그는 ‘자가격리 의무화, 스크리닝 검사 의무화’라는 큰 글귀와 ‘코로나로부터 생명을 지켜낸 간호사, 이젠 그들을 지켜주세요’라는 작은 글귀가 적힌 팻말 손에 쥐고 청와대를 향해 외쳤다.

 

우지영 간호사가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공공병원 확충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앞서 팻말을 살펴고 있는 모습.

 

쉬는 시간을 쪼개 청와대로 달려간 우 간호사는 “지금의 간호등급은 진정 환자와 간호사의 안전을 위한 기준이 맞을까요?”라며 “병원이 돈 벌게 해주기 위해 조직돼 진 것이 아닌가?”라며 간호사의 현실을 직시해 달라고 했다.

 

간호사들은 대구에서 폭발적인 코로나19 확산세를 보이자 만사를 제쳐놓고 자원해서 대구를 찾았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숨이 턱턱 막히는 방한복을 입고 구슬땀 쏟아내며 현장을 사수한 의료진 덕분에 지난 2월 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폭발적인 확산세를 겪었다. 의료인력이 부족한 현실 가운데 이른바 ‘의료인을 갈아 넣어’ 꾸역꾸역 막았다는 씁쓸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해묵은 ‘간호사 인력 부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 2018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간호대 입학정원은 2008년 1만1686명에서 올해 1만9683명으로 9년 새 68.4%(7997명) 급증했고, 편입 등을 통한 정원외 입학 등 제도도 운용되고 있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3.5명(2016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5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우 간호사는 “코로나19 감염은 지금도 증가하고 있다”며 “간호사 인력 충원을 망설이지 말고 바로 실행해 간호인력 증가도 멈춰져서는 안 된다”고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했다.

 

이어 우 간호사는 “대구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부족한 인력으로 일한 의료인의 희생이 느낄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국회 추경예산에서는 간호사들의 위험수당 지급 논의조차 없다”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구에서 간호사들은 환자들 건강을 위해 헌신했다”라며 “그러나 약속한 위험수당마저 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위험한 일터에서 누가 일을 할 수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우지영 간호사가 팻말 들고 있는 모습.

 

우 간호사는 자신이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간호 인력 현실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병원에서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는 환자가 같은 자세로 오래 누워있게 될 경우 욕창이 발생한다”라며 “따라서 중환자들은 시간별로 자세를 바꿔주는 간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대병원조차도 2인 이상이 환자의 체위를 변경하도록 할 인력이 없다”라며 “수차례 인력요구를 했지만, 병원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역 중소병원 감염뿐만 아니라 폭언과 폭행도 언급했다. 우 간호사는 “야간 병동에서 환자의 폭언, 폭행이 발생에 대비할 인력이 없어 사건 발생 시 간호사는 당직 직원에게 전화로 요청하는 현실”이라며 “폭언, 폭행을 예방 지침이 있으나,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수시로 점검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우 간호사가 소속된 ‘건강권을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청와대 릴레이 1인 시위에 앞서 “모든 전문가가 코로나19 2차, 3차 대유행을 예고하고 있다”라며 “의료진 희생으로 막았지만, 고군분투했던 간호사들의 요구를 듣고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두 번은 막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 부족과 간호사 등 인력부족으로 입원을 기다리던 환자가 죽어갔다”며 “간호사들이 코로나에 감염됐던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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