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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협력' 당부에도 연일 尹 때리는 秋… "총장 존재감 안 보여"

입력 : 2020-06-26 06:00:00 수정 : 2020-06-25 21: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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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연일 ‘윤석열 때리기’ / 법무부, 한동훈 검사장 감찰지시 / 채동욱 前 총장 외 전례 없는 조치 / 당시 채, 감찰지시 받자 바로 사의 / 尹 수사자문단 소집 결정 무력화 / ‘한명숙 사건’ 감찰 불협화음 재현 / 장관, 巨與 요구 부응 지적 나와 / 尹은 아무런 메시지 내놓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서로 협력하라”고 당부했지만 윤 총장을 향한 추 장관의 압박은 오히려 더 매서워지고 있다.

전날 “법 기술을 벌이고 있어 대단히 유감”이라며 윤 총장을 겨눴던 추 장관은 이날은 “(윤 총장이 추 장관의)말을 잘라 먹었다”고 더 거세게 몰아세웠다. 추 장관은 그러면서 윤 총장이 검찰에 내린 지시를 뒤집고 재지시하는 방식으로 윤 총장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25일 법조계는 추 장관의 압박성 발언과 이날 단행된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한 업무배제·감찰 지시는 사실상 윤 총장을 향한 노골적인 거취 압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법무부가 검사장을 직접 감찰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법무부 감찰규정에는 검찰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청 소속 공무원에 대한 감찰은 검찰이 자체적으로 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몇 가지 예외 조항을 두고 있는데, 한 검사장에게 이 예외 조항이 적용됐다.

실제로 법무부의 단독 감찰을 받은 인물은 ‘혼외자 논란’에 휩싸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2013년 9월 의혹이 불거지자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감찰을 지시했고, 채 전 총장은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그 외 감찰은 법무부와 대검이 함께 진행하거나 대검이 맡아왔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봉투 만찬사건’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이 동시에 진행했고,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뇌물 의혹이나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 스폰서 비리는 대검에서 감찰했다.

검찰청 순회 때 한동훈 만나는 尹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지난 2월13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지방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무엇보다 감찰 대상이 윤 총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이다. 한 검사장은 윤 총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핵심 보직인 3차장을 지낸 뒤 윤 총장의 취임과 함께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영전한 ‘윤석열 사단’의 중심인물이다.

여기에 윤 총장이 검찰에 내린 지시를 추 장관이 다시 지시하는 상황이 재연되면서 윤 총장의 존재감은 뚜렷이 약화되고 있다. 윤 총장은 앞서 한 검사장이 연루된 의혹을 살펴볼 ‘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한 검사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며 윤 총장의 의도를 꺾어놨다. 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위증 강요 의혹과 관련해서도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맡겼지만, 추 장관은 이를 대검 감찰부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추 장관이 그 당시 검찰청법 8조(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를 강조하면서 사실상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수사지휘권이 발동되면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해 왔다. 그만큼 불명예스러운 일이란 뜻이다.

추 장관의 행보는 여당 내 ‘검찰 개혁’ 강경파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추 장관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청회에서 법조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여당 행사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한 검사장에 대한 감찰과 직위해제 역시 여당 의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결정으로 보인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 내에서 감찰권을 갖고 다툼이 생겼을 때는 법무부가 직접 감찰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입건된 검사장에 대한 직위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불협화음에 문 대통령은 22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협력을 당부했지만 추 장관은 24일 윤 총장을 겨냥해 “자기 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 기술을 부리고 있어 대단히 유감”이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윤 총장은 아무런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하명수사와 관련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설 정도로 기세가 등등했던 ‘윤석열 검찰’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1·8 인사로 윤 총장의 수족이 잘려나갔고 공룡 여권이 탄생해서인지 검찰총장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민주연구원 주최의 ‘슬기로운 의원생활’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추 “檢 정치하듯 왜곡 수사… 파사현정 정신 있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5일 “검찰 스스로가 정치를 하는 듯 왜곡된 수사를 목격하면서 과연 파사현정(破邪顯正) 정신에 부합하는 올바른 공정한 검찰권 행사가 있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에서 축사를 통해 이같이 검찰을 비판했다. 그는 전날 “자기 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 기술을 부린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작심 발언을 했다.

 

추 장관은 “이른바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정의라고 할 만큼 칼이 무뎌지거나, 칼집에서 빼내지 않거나 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며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불교용어 ‘파사현정’을 언급했다.

 

추 장관은 올해 초 취임 직후 추진한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두고 “정의로운 검찰의 역할을 무력화하기 위해, 또는 정권을 봐주기 위해 엄호하는 법무부 장관이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도 있었다”며 검찰 안팎의 비판에 불만을 드러냈다.

 

사진=뉴시스

그는 이르면 다음달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 “권한에 걸맞게 운영 과정에서도 국민의 민주적 통제 시스템이 구현돼야 하고 인권친화적 수사 방식이 고민돼야 할 것”이라며 “형사사법절차에 있어서 절차적 정의를 준수하는 전범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법 제정은 도입 논의 20여 년 만에 그 결실을 맺은 것으로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며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에 대해 성역 없이 수사하면 공직사회의 투명성과 청렴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공수처 출범을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부터 이어져온 사법구조의 획기적인 대전환”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형사사법체계의 구조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공수처 출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필재·김청윤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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