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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고용시장… 제조업·청년층에 더 가혹

입력 : 2020-06-10 20:16:11 수정 : 2020-06-10 22: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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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5월 고용동향 / 경기둔화·수출급감 리스크 더 커져 / 제조업 취업자수 5만7000명 줄어 / 채용 꺼려 청년취업도 18만명 ‘뚝’ / 생활방역 전환에 서비스업 감소 둔화 / 기재부 “1차 고용충격 서서히 벗어나” / 전문가 “기업 부도·대량 실업 우려 / 구조적 문제 선제 대응 필요”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고용시장에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주력 업종인 제조업과 미래 주역인 청년층의 고용 충격이 크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실적이 악화한 기업이 채용을 꺼려 고용 부진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주요 수출 상대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다.

5월 실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3만여명 늘어난 128만여명을 기록해 1999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1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지원센터에서 실직자들이 실업급여 설명을 듣고 있다. 이제원 기자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5∼64세 고용률은 65.8%로 전년 동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5월(63.5%) 1.3%포인트 하락했던 때와 비슷한 충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취업자 감소폭이 39만2000명으로 전월(47만6000명)보다 축소됐다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대면서비스업 분야를 중심으로 감소세가 약해진 데 따른 것이다. 숙박·음식업 취업자 감소폭은 18만3000명으로 전월(21만2000명)보다 완화됐고, 온라인 개학과 학원 개강 등으로 교육서비스업 감소폭도 4월 13만명에서 5월에는 7만명으로 축소됐다. 예술·스포츠·여가업과 운수·창고업은 취업자 증가폭이 나란히 확대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서비스업 고용시장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1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50명 발생하는 등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방역 성공이 고용시장 상황 개선의 전제조건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심각한 것도 우리 경제에 악재다. 교역 상대국의 경제 위축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줄어들고, 그 여파는 제조업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5월 5만7000명 감소해 전월(-4만4000명)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

 

청년층(15∼29세)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소매업 등 청년 고용 비중이 높은 업종의 고용이 부진에 빠지면서 5월 취업자가 18만3000명이나 줄었다. 특히 취업자 수 증가를 견인해 온 20대의 경우 봄철 채용과 면접이 연기돼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13만4000명 감소했다. 이에 따라 청년 고용률은 42.2%로 1.4%포인트 상승했고, 청년실업률은 10.2%로 0.3%포인트 높아졌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고용동향과 관련해 “지난 3∼4월 고용지표와 비교해 보면 긍정적 변화가 관찰된다”며 “5월 계절조정 취업자 수는 전월 대비 15만3000명 늘어 코로나19의 1차 고용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이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내 경기둔화, 수출감소 등 코로나19의 2차 충격에 따른 제조업 고용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이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이 한동안 부진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은 경기에 후행한다”며 “일용직이나 임시직은 잠시 (취업자 수가) 올라갈 수 있지만 제조업은 (부진이) 더 오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현재 코로나19가 해결된 게 아니고 계속 50명 이상 감염되고 있고 집단감염 사례도 나오고 있다”며 “미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수출이 정상화되기까지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이나 항공 관련 제조업이 유동성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어 생산해도 재고를 쌓아놓는 상황일 텐데 현재 상황이 지속하면 기업이 부도가 나고 대량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고용동향으로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라 현재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4월에 이어 5월에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증가했는데 기존 고용원을 해고했거나 일자리를 못 구해 ‘나 홀로 창업’이 늘어난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자영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 숫자는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업급여 설명회… 줄 지어선 구직자들 5월 실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3만여명 늘어난 127만여명을 기록해 1999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설명회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어 고용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공공 일자리 공급뿐만 아니라 민간 일자리 창출 기반 강화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정책 시차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정부는 다양한 고용안정대책을 담은 정책대응 패키지를 마련하고 이 정책들을 실행할 재원 확보를 위해 지난 4일 국회에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하고 애타는 심정으로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국회의 조속한 심의를 촉구했다.

 

세종=우상규·박영준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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