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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자 욕·고소 시비… ‘마음의 병’ 앓는 경찰

입력 : 2020-06-02 19:21:27 수정 : 2020-06-02 21: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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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20명 안팎 극단 선택 / 민원 응대 감정노동·사건 충격 등 / 우울증·가정불화·신변비관 불러 / 전체 공무원 자살률 2.5배 수준 / 전담 상담센터 시설·인력 태부족 / “이용 문턱 낮춰 초기 치유 도와야”

#1. 지난 4월11일 대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업무를 맡던 40대의 경찰관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A경위에게 타살의 흔적은 없어 경찰은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2. A경위가 발견되기 이틀 전에는 충북 영동군에서 B(47)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근무 중이던 B경위는 “잠깐 일을 보고 오겠다”며 순찰차를 타고 지구대를 나갔다. 약 세 시간 뒤 B경위는 지구대 인근 공터에 주차된 순찰차 안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동료 경찰에게 발견됐다.

 

많은 민원인을 상대하고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리는 일선 경찰관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업무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 심리적 문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찰관이 매년 줄어들지 않고 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이 2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순직한 경찰관(7명)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최근 3년간 자살한 경찰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각각 22명, 16명, 20명 수준으로 20명 안팎을 오갔다. 순직한 경찰이 같은 기간 17명에서 11명, 7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탓에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경찰의 자살률(19.8명)은 전체 공무원 자살률(7.8명)보다 2.5배나 높았다. 경찰이 2016년 만든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관의 자살 원인은 우울증(26.1%), 가정불화(22.5%), 신변비관(11.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당시 보고서는 “표면적으로는 우울증·가정불화가 주원인으로 분석되지만 교대근무·사건으로 인한 충격 등 각종 스트레스, 그로 인한 일·가정 불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24년간 경찰 생활을 해온 서울의 A경위는 “강력 사건이 줄면서 사건을 수사하며 위험에 노출될 일은 적어졌지만 감정노동자가 된 것 같다”며 “공을 들여 초동 수사를 해도 오히려 욕을 먹는 경우가 많다. 매일 같이 주취자나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순간순간 그만두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문제에 경찰은 일선 경찰관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2014년부터 ‘경찰트라우마센터’를 운영했다. 센터에는 국가 자격증을 소지한 정신건강 임상심리사가 배치돼 상담뿐 아니라 병원과 연계한 통합검사 체계 등을 갖췄다. 그럼에도 마음동행센터의 전담 인력과 접근성은 여전히 열악하다. 전체 경찰 인원 중 40%가량이 속한 서울과 경기 지역에 있는 센터는 각각 2곳씩 4곳에 불과하다. 센터 내 전문 상담 인력도 서울·경기 지역 센터에는 2명씩, 이외 지역은 1명뿐이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센터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고 치유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며 “센터를 증설하고 인력도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센터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상담 업무를 해온 송지연 임상심리사는 “지방같이 권역이 큰 곳은 거리가 멀어 센터 방문이 쉽지 않다. 대외적으로 국민을 보호하고 강해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심리 상담에 대한 문턱도 여전히 높다”며 “초기 관리가 중요한 만큼 만성이 되기 전에 전문적인 개입과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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