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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 청와대’ 대통령 전용기가 바뀐 이유는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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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30 12:00:00 수정 : 2020-05-30 13: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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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에어포스원’인 신형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가 내년 11월에 첫 비행에 나선다. 

 

국방부는 29일 공군 1호기 장기임차 3차 사업에 단독 입찰한 대한항공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21~2026년까지 3003억원을 들여 임차하는 공군 1호기는 기존에 사용되던 B747-400(2001년식)을 최신형인 B747-8i로 바꾼다. 대한항공은 여객기와 조종사, 정비사, 승무원 등을 함께 제공하며, 예비기 1대와 엔진 1개, 창정비 서비스도 추가된다. 

 

국방부는 29일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의 3차 임차사업 추진 결과 단독 입찰 참여업체인 대한항공과 B747-8i 기종에 대한 5년(2021∼2026년)간의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B747-8i(위 사진) 기종은 최대 14시간에 1만4815㎞까지 운항할 수 있다. 현재 대통령 전용기인 B747-400(아래 사진) 기종보다 운항 거리가 약 2300㎞ 더 길어진 것이다. 동체도 기존보다 더 커졌다. 연합뉴스

군 당국은 공군 1호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5년 이내 제작된 최상위 등급 기체로 엔진을 4개 탑재하고, 7000마일(1만1265㎞) 이상 비행이 가능하며, 수행인원 210명 이상이 탑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입찰이 유찰되자 국방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재검토를 진행, 지난 4월 입찰공고를 다시 내고 대한항공과 계약을 체결했다.

 

◆예상된 결과지만…냉담한 기류 감돌아

 

당초 공군 1호기 후보로 거론된 기종은 보잉 B747-8i와 에어버스 A380이다. B747-400 후속 기종인 B747-8i는 1만3602㎞를 비행할 수 있다. 비행좌석은 368석이다. A380은 1만2949㎞를 날아가며 비행좌석은 495석이다. 대한항공은 두 기종을 모두 보유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A380만 운용한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과 청와대 등은 B747-8i를 더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1호기는 업무수행이 가능한 대통령 전용실과 침실, 회의실, 수행원석, 기자석 등을 갖추게 된다. 국가지휘통신망, 위성통신망, 미사일 방어장치, 암호장치 등 보안장비도 탑재된다. 이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개조가 필요하다.

 

대한항공의 B747-8i 여객기. 2021년부터 공군1호기로 활동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제공

이와 관련해 청와대 경호처 등에서는 A380의 경우 객실 2층을 대통령과 장관들이 쓰고, 다른 수행원은 1층에 수용하는 방안이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층 높이가 1층보다 낮고 내부 개조 공사도 난이도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면적인 인테리어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도 있었고, 경호상의 어려움도 지적됐다. 

 

반면 B747-8i는 기존 1호기인 B747-400의 인테리어를 일부 재활용할 수 있다. 비용절감 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항공업계 소식통은 “대한항공은 협상 과정에서 A380 운영비가 B747-8i보다 더 많이 들고, 개조 범위도 커서 정부가 책정한 예산을 초과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새 공군 1호기에 장착되는 보안장비는 신형으로 바뀔 전망이다. 기존 항공기에서 쓰던 장비를 재활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사용중인 장비들이 2010년 1차 임차계약 당시 채택됐던 것으로, 현재는 노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기존 장비를 재활용하면 전선 교체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지 않은데다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지금은 기존 것보다 성능이 훨씬 좋고 저렴한 장비들이 많다”며 “도청 우려 때문에 청와대 경호처에서 신형 장비를 선호하는 경향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A380 여객기. 공군1호기 후보로 거론됐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통령이 탑승하는 공군 1호기 계약이 체결됐지만, 항공업계의 시각은 냉담하다. “축하할 일만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 위기가 확산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대한항공을 포함한 항공업체들의 내부 사정이 악화됐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임차 계약을 수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계약 체결 직후에도 대한항공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말이 적지 않다. 

 

실제로 대형 여객기 한 대가 5년간 전용기로 쓰이면, 운송수입은 그만큼 감소한다. 비행기에 구멍을 뚫는 개조공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임차 기간이 끝나면 여객기로 원상복귀하는 공사를 거쳐야 한다. 공군 1호기가 머물 서울공항에서는 창정비가 어려워 창정비를 할 때는 인천이나 김포공항으로의 이동이 불가피하다. 이래저래 비용 부담이 크다.

 

이를 상쇄하려면 계약금이 충분히 지급되어야 한다. 군 당국은 1, 2차 임차사업 예산(1400여억원)보다 두 배 이상 인상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세부 계약을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일정 거리나 이용횟수를 초과할 경우 추가되는 할증금(extra charge)이 낮게 부과되면, 대한항공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국방예산이 삭감되는 상황에서 전용기 임차 사업을 수주했다는 지적은 대한항공은 물론 군 당국에도 부담스런 대목이다. 계약금 3000여억원은 지난달 2차 추경 예산을 위해 삭감됐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사업비 규모와 맞먹는다. 

 

공군2호기가 서울공항을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호기도 최신 기종 선정될까  

 

군 당국은 공군 1호기를 보완할 2호기 임차 또는 도입에 대한 선행연구와 타당성 조사를 진행중이다. 대형 항공기는 장거리 이동을 할 때 쓰고, 동남아시아나 국내 등 가까운 권역에는 중형 항공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현재 사용중인 공군 2호기는 1985년 도입한 B737-3Z8 기종이다. 대북 특사단의 2018년 3월 방북에 사용했고, 같은해 9월 평양정상회담에선 예비기로 쓰였다. 다만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고, 탑승인원이 40명 정도에 불과한데다 비행거리도 짧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안팎에서는 구매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되는 모양새다. 그 중에서도 “최신 기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잉 B787이나 에어버스 A350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운용중인 B787은 269명을 태우고 1만1970㎞를 날아간다. 아시아나항공이 쓰는 A350은 311명을 태우고 1만2156㎞를 비행한다. 필요한 경우 장거리 비행도 가능한 기종들이다. 보잉 B737 시리즈가 있으나 B737맥스(MAX) 추락사고로 상업적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의 B787이 비행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에어버스 A320과 A321 기종도 거론되나 정부의 수요를 충족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정을 감안하면 A320, A321도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고객이 준중형 승용차를 원하는데, 경차를 제시할 자동차회사가 있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A330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A330은 공군 KC-330 공중급유기의 기본 플랫폼이다. KC-330은 유사시 최대 380명을 태울 수 있으며, 객실구조를 변경하면 VIP 수송도 가능하다. 공중급유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진 KC-330 1호기에서 급유장치를 제거해 공군 2호기로 개조하고, 급유장치는 A330을 새로 도입해서 사용하거나 유사시 공군 2호기에 재장착한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수송량은 높지만 적용된 기술 수준이나 효율성이 뒤떨어지고, 좌석 수는 많지만 공간이 지나치게 좁아 장시간 비행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동남아 저가항공사들이 A330을 주로 쓰는 것도 많은 승객을 실어나를 수 있어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통령 전용기는 정상 외교의 핵심이자 국가안보와 직결된 핵심 장비다. 그만큼 국정 운영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공군 1호기는 우여곡절 끝에 B747-8i로 결정됐고, 2호기도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위선양에 기여한다’는 당위성에도 전용기 임차 사업을 피하려는 항공업계 움직임은 여전하다. 국내 항공사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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