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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펭수의 무한변신 학계도 주목… "인간 그자체"

입력 : 2020-05-29 06:00:00 수정 : 2020-05-29 08: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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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프로그램 캐릭터로 시작 큰 인기 / 방송 활동 넘어 디지털 앨범도 발매 / 세대 아우르는 유례없는 콘텐츠 평가 / “체계·완결성 갖춘 놀이세계 인기 비결 / 연기자에 대한 의존도 지나치게 높아 / 엄청난 순발력의 배우 찾기 힘들 것”

“나는 펭귄, 황제펭귄, 펭귄 중의 캡틴, 빌보드를 향해 행진!”-펭수 첫 디지털 싱글 ‘펭수로 하겠습니다’에서-

 

EBS ‘자이언트 펭TV’에서 나온 ‘스타’ 펭수의 변신은 무한대다. 데뷔 2년차 펭수에겐 미국 빌보드 진출이란 새로운 꿈이 생겼다. 타이거JK·비지·비비와 함께한 첫 디지털 싱글 ‘펭수로 하겠습니다’로 성공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실력 있는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하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출연해 라이브 실력을 선보였다. 펭수의 식지 않는 열정과 끊임없는 도전에 팬들은 열광하며 지지를 보낸다.

학계도 이 같은 펭수 신드롬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논문지(제14권 제3호)에는 펭수를 주제로 한 논문 두 편이 나란히 실렸다. 저자들은 “자아가 있는 펭수는 인간 그 자체”라면서도 “인형탈 안 배우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양날의 검’”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1일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타이거JK·비지·비비와 함께 ‘펭수로 하겠습니다’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 슈퍼스타 펭수(오른쪽 두 번째). 이 방송에서 펭수는 토이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을 불러 발라드 실력도 과시했다. KBS 제공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대학원 교수는 ‘EBS 캐릭터 펭수의 놀이세계 구조’란 논문에서 “펭수는 성격과 의지, 자아를 갖고 있고 탈 속의 인물이 누군지 철저히 비공개하는 남극 출신 이방인”이라며 “이 같은 놀이세계 규칙으로 기존 캐릭터와 달리 의인화에 그치지 않고 인간 그 자체를 대변한다”고 밝혔다. 펭수의 주요 인기 요인이 인형탈 안 배우의 연기력과 순발력인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김 교수는 “펭수의 놀이세계는 놀이로서 체계성과 완결성이 두드러져 수용자들을 놀이의 장으로 짧은 시간에 대거 흡인했다”고 분석했다.

펭수가 세대 통합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도 이견이 없다. 조희영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교수는 ‘자이언트 펭TV 스토리텔링 전략과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으로의 가능성’이란 논문에서 “펭수는 세대 통합의 아이콘”이라며 “자이언트 펭TV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유례없는 문화 콘텐츠로서 국민 예능의 지위를 향유했던 MBC ‘무한도전’을 연상케 하고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서의 진화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지난 3월까지 1년간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과 댓글, 14개 일간지 지면 기사 120건 등을 분석해 이러한 결론에 이르렀다.

김 교수는 “펭수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처한 문제를 동시에 대변한다”면서도 “2030세대를 대변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펭수 거주지인 EBS 소품실은 원룸과 고시원을, 연습생이란 신분은 비정규직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 잘할 순 없다”, “내가 나일 때 제일 좋은 거다”, “나는 나를 가장 존경한다” 같은 펭수 어록은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오포(집·경력도 포기) 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조 교수는 성별이 없고 남극이 고향이란 펭수의 설정에서 파생하는 ‘선한 영향력’에도 주목한다. 그는 “펭수의 젠더리스 설정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팽배한 한국에서 사용자들이 고정관념 위험성을 한 번 더 인식하고 바람직한 젠더 감수성을 함양하도록 이바지하는 측면이 있다”며 “남극에서 온 펭귄이란 설정은 자연스럽게 생태주의, 환경보호 가치와 긴밀히 연결된다”고 말했다.

 

펭수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장수 캐릭터가 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조 교수는 “다각화된 매체 활용과 스토리텔링 확장을 통해 펭수를 연기하고 있는 특정 배우의 개성에 의존하는 정도를 희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펭수의 경우 현재 연기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탈 안의 연기자 한 명이 자이언트 펭TV 스토리텔링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자이언트 펭TV의 가파른 성공을 견인한 원동력인 동시에 자이언트 펭TV 영속성을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신에 춤과 노래, 랩에 능하고 독특한 목소리에 엄청난 순발력을 지닌 연기자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인형탈을 쓴 캐릭터들에 비해 사용자들 만족도를 떨어뜨리지 않을 대체 배우를 찾기가 극도로 힘들 것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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