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이언스프리즘] 공원이 사라지고 있다

관련이슈 사이언스 프리즘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0-05-27 22:29:42 수정 : 2020-05-27 22:29:4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7월부터 ‘도시공원일몰’ 적용 / 광주 송정공원 등 사라질 위기 / 지자체, 부지 매수 어려워 한계 / 정부서 적극적 공론화 나서야

당신에게 공원은 무엇인가? 빌딩 숲에 둘러싸여 바삐 사는 도시민일지라도 마음에 품은 공원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도시민이기에 우리는 더욱 공원을 갈망한다. 나에게 공원은 어린 시절 친구와 아이스크림을 물고 수다를 떠는 놀이터이자, 반려견을 뛰놀게 하는 자연 교육장이며, 음악을 꽂고 걷다 보면 마음이 풀리는 해우소이고, 좋아하는 사람과 달빛을 보며 손잡고 하염없이 걷던 추억이다. 세월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뀌어도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공원이다.

그런데, 평생을 두고 공원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유하면서 한 번도 던져보지 않은 질문을 이제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공원은 누구의 것인가? 공원은 내 것이기도 하고 우리의 것이기도 하고 누구의 것이 아니기도 했는데, 그런데 아뿔싸! 그것은 누군가의 소유였고, 이제 한 달 남짓 후면 우리가 함께 공유하던 공원을 누군가 온전히 이용·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공원은 그곳에서의 모든 추억과 함께 기억 저편으로 저물어 가게 될 것이다.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공원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광주 송정공원, 북한산도시자연공원, 삼청근린공원, 서리풀근린공원, 우면산도시공원, 인왕산도시자연공원, 제주 용담공원….

시작은 과도한 사유재산 제한에 대한 브레이크였다. 헌법재판소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토지가 나대지인 경우, 사업시행자에 의한 토지매수가 장기간 지체되어 토지소유자에게 토지를 계속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아 더 이상 요구될 수 없다면, 입법자는 매수청구권이나 수용신청권의 부여, 지정의 해제, 금전적 보상 등 다양한 보상 가능성을 통하여 재산권에 대한 가혹한 침해를 적절하게 보상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도시계획법 제4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2000년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관한 실효규정을 두게 되었다. 즉, 공원은 학교, 도로처럼 도시계획시설에 해당하는데,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고시된 이후 20년이 지날 때까지 토지소유자에게 보상하지 않으면 그다음 날 그 결정은 실효되고 소유자는 더 이상 행위에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규정 도입 이전에 고시된 도시계획시설 결정의 경우 부칙에서 기산일을 별도로 정했는데 2020년 7월 1일이 그 기산일로부터 20년이 지난 날의 다음날인 셈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방자치단체들은 뒤늦게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하며 공원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고, 서울시의 경우 도시공원 소유자들의 반발을 감수하고 일몰제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을 하겠다고 한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민간공원 조성이 추진되는 곳 중 실효 60일 전까지 공원 조성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보전녹지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러나 당장 실효되는 363㎢ 공원 중 절반 정도에 대해서만 그나마 계획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으로 시간이 흐르고 있다.

위 판결을 자세히 뜯어보다 보면 애당초 도시공원일몰제의 설계가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 헌법재판소는 “재산권에 대한 ‘가혹한’ 침해가 위헌적이므로, 나대지에 한해 장기간 이용 가능성이 배제된 경우에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보상방법은 다양하니 입법자가 고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실효규정은 사유재산과는 무관한 국공유지까지도 적용을 받고 있으며 이는 실효될 전체 도시공원 면적의 25%에 달한다. 이 규정은 올해 초 개정하여 10년을 더 연장해 놓았다. 또한 ‘일정한 기간이 지나도 보상을 하지 못하면 제한이 해지된다’는 단순한 해결책을 취한 것도, 좁은 땅에서 오손도손 살아야 하다 보니 부동산 투기가 고질적인 병폐가 된 우리나라의 여건을 생각했을 때 고민이 부족하다. 가뜩이나 돈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에 공원 조성은 지자체 사무이니 알아서 예산을 투여해 공원 부지를 매수하라며 손을 빼는 국토부의 태도도 애초에 설계를 제대로 했다면 없을 일이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공원은 당연히 그곳에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우리 국민들과 깊이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