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태원 접속자’ 1만 명 추적한 서울시, 사생활 침해다? [FACT IN 뉴스]

, FACT IN 뉴스

입력 : 2020-05-20 23:00:00 수정 : 2020-05-20 11:17:2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사실 아님’ / 서울시의 통신정보 수집 법적 권리 / 정보 수집 범위 설정 신중했어야 하는 비판도 / 법조계, 코로나19라는 미증유 상황에선 '공익' 더 중요

[검증대상]

 

“이통3사 통해 ‘이태원 접속자’ 1만 명 통신정보 확보한 서울시, 사생활 침해다.”

 

최근 이태원에 위치한 클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정부가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2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코로나19 전파 의심 시기에 근처에 있었던 기지국 접속사 1만 905명의 전체 명단을 확보했다”며 “조속히 자발적인 자체 검사를 받길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길을 거닐고 있다.뉴스1

서울시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로부터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 사이 매일 자정부터 오전 5시 사이 이태원 클럽과 주점 5곳 일대에 30분 이상 체류한 이들의 통신정보를 확보했다. 이름과 전화번호, 집 주소 등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다수 언론매체는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내놨다. 정부의 통신정보 요청은 감염병 예방법으로 보장된 권리이긴 하지만, 이번처럼 장기간에 걸친 방대한 인원의 정보를 요구한 전례는 없어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방지가 급선무인 상황에서 정당한 요구라는 반론도 나온다. 18일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총 172명으로 늘어났다.

 

‘사생활’이라는 개인의 권리와 ‘방역’이라는 공적 책임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확보한 개인정보 덕분에 우리나라가 해외와 비교해 성공적으로 코로나19를 방역할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확진자 동선 공개 문제 등 코로나19 사태에서 사생활 침해는 꾸준히 논란거리가 됐다.

 

20일 세계일보는 정부의 이번 통신정보 수집이 실제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현행법상으론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모호한 규정을 정부가 확대해석했다는 비판도 타당하다는 점에서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했다.

 

[검증과정]

 

◆ “규정 다소 모호하지만, 법적 근거 분명하다”

 

감염병 예방을 막기 위한 정부의 통신정보 수집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76조 2항)에 따라 정부는 감염병 의심자의 위치정보를 전기통신사업자(이통사)에게 요청할 수 있다.

 

문제는 ‘감염병 의심자’라는 대목이다. 의심자 범위가 밀접접촉자까지인지 아니면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모든 사람들까지인지는 정부 해석에 달렸다. 이번 사생활 침해 논란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시가 이태원 인근 기지국에 접속한 ‘1만 명’ 모두를 감염병 의심자로 본 게 적절했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렸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 시민들이 줄을 서있다. 뉴스1

김경환 변호사(법무법인 민후)는 15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감염병 의심자를 1만 명까지 포함한 게 적절했느냐가 사생활 침해 논란의 쟁점”이라며 “이태원 클럽 확진자 동선 기지국에 접속한 모든 이들을 의심자에 포함한 정부 해석에는 개인적으로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대웅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도 “정부 해석이 과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코로나19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방역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통신정보 수집은 문제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진보네트워크 오병일 대표는 정부가 해당 규정을 ‘확대해석’했다고 봤다. 오 대표는 “감염병 의심자를 다소 넓게 잡은 측면이 있다”며 “국민의 사생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정부가 최소한의 수준에서 필요한 만큼만 정보를 수집했는지는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이번 통신정보 수집은 법적으로 인정된 권리다. 감염병 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선 방역이라는 공적 의무가 사생활 권리에 우선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시민단체 측에선 정보 수집 범위 설정에 있어 신중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 ‘사생활 침해’로 정부 고소한다면 어떻게 될까?

 

일각의 주장대로 정부에게 사생활 침해 혐의가 있다면 개인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는 것도 가능할까? 예를 들면 특정 경로를 근거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권유하는 전화 때문에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일정이 알려질 수 있다. 이 경우 얼마나 승산이 있을지 법조계 의견을 들어봤다.

 

김 변호사는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방역이라는 취지를 고려해 국가의 조치 자체가 충분히 용인될 수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백 변호사도 “개인 사생활이 침해되는 일이 있더라도 국가적 상황을 고려해 감안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가 지나치게 의심자 범위를 넓게 잡아 사생활 침해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법원에선 국가의 방역 책임에 손을 들어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 클럽 거리 일대에서 이태원1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방역 자원봉사자들이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방역과 사생활, 같이 가려면

 

확진자 및 의심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확보는 방역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정부가 정보 수집을 시도할 때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빚어진다면 방역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워줄 방법은 없을까.

 

오 대표는 “(정보 수집)집행기관이 수집 대상을 단독으로 판단한 데서 이번 논란이 발생한 것”이라며 “보건의료 필요성만 보고 과도하게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막기 위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외부 기관과 협업하면 위험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국시민사회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코로나19와 관련한 혐오 조장을 규탄하며 인권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6일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23개 단체는 코로나19 인권대응과 관련해 성명을 내 “공중보건 목적으로 수집된 개인정보는 목적 달성 이후 바로 폐기돼야 한다”며 “정보주체의 권리가 어디까지 보호되고 어떤 조건에서 제한되는지 관련 법률에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관해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태원 발 코로나19 국면이 마무리되면 수집한 통신정보는 폐기하는 게 원칙”이라며 “다만 지금도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파악이 안 된 상황이라 폐기 시점은 언제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증결과]

 

이태원 클럽 인근을 지나간 1만 명의 통신정보를 수집한 서울시 조치는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감염병 유행과 같은 특수 상황에서는 허용된 조치다.

 

시민단체 등에선 정부가 정보인권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일견 타당한 주장이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선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상황에선 ‘공익’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적으론 사생활 침해가 아니지만, 특수 상황에서 공익을 더 우선 가치로 둘 뿐 사생활 침해 소지가 아예 없진 않은 것이다.

 

따라서 “서울시의 통신정보 수집이 사생활 침해다”라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했다.

 

박혜원 인턴기자 won0154@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안유진 '순백의 여신'
  • 고민시 '완벽한 드레스 자태'
  • 엄현경 '여전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