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지원금 기부할까 말까”… 정부 엇박자에 국민은 ‘혼란스럽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5-16 18:00:00 수정 : 2020-05-16 18:12:3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기부를 해야할지 그냥 써야할지 고민이네요.”

 

결혼 7년차 공무원 윤모(34)씨는 최근 정부에서 주는 긴급재난지원금(이하 재난지원금)을 기부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아이가 없는 2인 가구인 윤씨 부부는 60만원이 책정됐는데 기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아직 신청도 못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무래도 공직에 있다 보니 내부적으로 ‘기부해야 된다’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오히려 쓰는 게 소상공인 살리는 길’이라고 받아서 지역상인들을 돕자고 한다”며 “정부에서도 부처나 지자체마다 다른 목소리라 어떻게 해야 할지 헷갈린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 14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가능 매장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재문 기자

◆절반 이상 재난지원금 지급… 다음주부터 방문 신청도 가능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한 지 15일로 사흘이 흘렀다. 15일 행정안전부가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14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총 1044만 3000가구에 6조 3787억원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완료됐다. 이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인 전체 2171만 가구의 48%에 해당한다. 총 예산 14조 2448억원 가운데 45%가 이미 지급된 것이다.

 

15일부터 카드사 콜센터나 자동응답시스템(ARS)로도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가능해지고 16일부턴 출생연도와 상관 없이 신청할 수 있다. 18일부터는 카드사와 연계된 은행 창구와 읍면동 주민센터에 방문 신청도 가능해 신청 가구 증가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대통령부터 기부하자 정재계 줄줄이 ‘기부 행렬’

 

국민들은 재난지원금 신청 시 기부 여부와 기부 금액을 곧장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를 놓고 정부와 지자체 안에서도 입장 차이를 보여 결정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쪽에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원금 사용을 독려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대대적으로 지원금 기부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재난지원금 60만원을 기부했다. 문 대통령은 3일 전 “재난지원금을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위축된 내수를 살리는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소비를 진작시킨 바 있다. 정부의 기본 취지는 소비를 통한 경제 활성화지만 재정적으로 아주 어렵지 않은 국민들은 기부할 수 있도록 독려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15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도 문 대통령과 뜻을 함께 했다.

 

‘전국민 100% 지급안’에 반대 입장을 보이다 자발적 기부를 조건으로 절충안을 받아들였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액 기부 의사를 밝혔다. 기재부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도 전액 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지원금을 기부하기로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난지원금 지급 시행 초기부터 기부 분위기 형성에 앞섰다. 지난 11일 민주당 지도부 전원은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기부하기로 결정했으며 당원들도 함께하겠다고 나섰다. 금융권을 비롯한 대기업도 이러한 정부의 기조에 맞춰 임원과 간부급 직원들이 기부 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어 정재계가 기부 문화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뉴스1

◆최문순 “기부하지 말고 경제 위해 써달라”

 

그런가 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난지원금을 기부하지 말고 써달라”는 독려도 나온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 13일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다 함께 동행, 지역 경제살리기 챌린지' 캠페인을 벌이고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하면 국고로 귀속될 뿐”이라면서 “저도 기부하지 않겠다. 받아서 지역 경제를 위해 쓰겠다”고 소비를 장려했다.

 

최 지사는 “자발적 의사에 따라 기부하라곤 하지만, 공직사회에선 일정 직위 이상의 직원들은 알아서 기부하란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꼬집으면서 “재난지원금 사용은 코로나로 무너진 지역 상권을 살리는 일종의 경제방역인 만큼 모두 빠짐없이 신청해 소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강원도의 시·군 공직자를 비롯해 도민들은 재난지원금을 지급받아 강원도 경제를 위해 써달라”고 요청했다. 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도 가정경제를 구하기 위해 지원금을 취지에 맞게 소비하자는 입장이다.

 

◆‘줬다 뺐기’ 지적도… 전문가 “자율성에 맡겨야”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들 사이에서 상반된 입장이 나오자 일부 국민들은 갈피를 못 잡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두 아이를 키우는 자영업자 김모(48)씨는 “코로나19로 손님이 뚝 끊겨 생활까지 힘들어질 정도였다”며 “급한대로 100만원 지원금을 받아 아이들을 위해 쓰고 싶었는데 너도나도 기부하자는 분위기가 되니 ‘줬다 뺏기’도 아니고 쓰려 해도 찝찝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금을 기부할지 정하지 못했지만, 받기로 결정하더라도 주변 시선을 의식해 기부 여부를 알리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난지원금 지급 취지상 정부가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 옳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세돈 성신여대(경제학) 교수는 15일 “재난지원금 취지는 재난으로 발생한 피해를 지원하는 데에 있다”며 “정부가 어떤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국민의 혈세로 만드는 지원금은 개개인이 힘든 부분을 채우기 위해 소중하게 쓸 수 있도록 정부가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