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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신중론에도 밀어붙였던 교육부… ‘혼란’은 누구 몫인가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5-12 06:00:00 수정 : 2020-05-12 1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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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판단’ 지적 일어 / 방역당국·전문가, 등교일정 논의 당시 / “연휴 2주뒤부터 고3 등 일부만” 의견 / 교원단체서도 “감염 추이살펴야” 전달 / 박백범 “이견 있지만 종합적 판단” 해명 / 정부, 일정 발표 때와 상황 달라져 연기 / 조희연 “다시 크게 확산 가능성” 우려 / 학부모 혼란… 이태원발 확진자 성토
11일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 교실의 의자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고3 등교를 불과 이틀 앞둔 11일 ‘등교 일주일 연기’ 결정이 다급하게 내려지면서 학생, 학부모는 물론 등교에 대비해 방역에 힘을 쏟던 학교 현장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집단감염 가능성이 높았던 5월 ‘황금연휴’ 이후 바로 일주일 뒤 등교 시작 일정을 잡은 교육부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는 모양새다. 이달 초 교육부가 등교수업을 검토할 당시 방역전문가, 교원단체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잠복기를 고려해 황금연휴 2주 뒤 등교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런 지적에 대해 “(당시 등교 결정과 관련해) 방역전문가뿐 아니라 질병관리본부(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시·도교육청 의견을 종합적으로 들어서 결정했다”며 “방역전문가는 여럿 계시는 데다, 대체적인 의견과 안 맞는 부분이 부분적으로 있을 수 있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등교 일정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등교 판단 성급했나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도 “만약에 5월 연휴기간 동안 감염이 발생했을 경우 최장 잠복기가 14일인 건 맞지만, 가장 빈도 수가 높은 잠복기는 사실 일주일 이내”라면서 “이 기간에 아무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당초 5월13일 고3 등교가 합리적 판단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교육부가 고3 등교를 일주일 미루면서 결국 이런 판단이 잘못됐다는 게 드러난 셈이 됐다. 애초 이달 초 교육부가 등교 일정을 처음 발표했을 때도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방역 전문가 사이에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교육부 등교 일정 결정 직후 진행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말 급한 고3, 중3, 초1·2학년 정도는 (등교를) 시작하지만 나머지 학년은 온라인으로 이번 학기를 마치거나 그게 어려우면 온·오프라인 병행하면 어떠냐고 의견을 드렸는데 (교육부 등교 발표 내용이) 전문가 의견과 다르게, 아주 강하게 내려와서 정부 내에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게 아닌가 생각이 많이 든다”며 “질본이 이걸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상황이 안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입장문에서 “교육부는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1, 2주 개학 연기 등 단기 대응으로 일관해 학교 현장과 사회에서는 큰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등교수업 일주일 재연기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등교수업 결정 ‘전제’가 달라졌다

교육부가 이런 문제에도 결국 등교 연기를 결정한 건 결국 코로나19 상황이 생활방역 전환 이전 상태로 되돌아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애초 등교수업은 그간 정부가 핵심 방역지침으로 내세웠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방역 형태로 전환하는 데 연계해 준비된 것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입장문에서 “지난 4일 교육부가 발표한 순차 등교 일정은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로부터 코로나19 위험도가 완화하고 생활방역 전환을 전제로 짠 것”이라며 “당초 오늘(11일) 발표할 예정이던 서울시교육청 후속대책 발표도 그걸 전제로 수립됐지만, 최근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크게 확산될 가능성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애초 교육당국이 등교계획을 짜면서 전제했던 코로나19 상황이 바뀌었으니 등교일정 또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이날 오후 2시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주재로 등교 후속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던 인천시교육청도 일정을 잠정 연기하면서 그 이유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는 등 앞서 등교개학이 결정됐던 때와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등교연기에 학부모 혼란

교육 당국의 등교 재연기 방침이 나오자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삼남매를 둔 맞벌이 직장인 신모(47)씨는 11일 “죄송하지만 부모님 손에 일주일만 더 아이를 맡겨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역별 맘카페 등에서는 등교 연기 소식에 무분별하게 다중시설에 드나든 사람들을 성토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 서울 용산구 소재 이태원 클럽을 찾았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주민을 비난하는 벽보가 붙어 있다. 경기일보 제공

지난 10일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 현관에는 ‘학부모 일동’이라는 명의로 이태원 클럽 방문 확진자를 맹비난하는 벽보가 붙기도 했다. 이 아파트는 이태원 클럽에 다녀왔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이 사는 곳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벽보에서 “어린아이, 중·고등학생들도 밖에 못 나가고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있는데, 이태원 업소 가서 날라리처럼 춤추고 확진자 돼서 좋겠습니다”라며 확진자를 원망했다. 대전 유성구에서 고2 자녀를 기르는 학부모 B(50·여)씨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젊은이들에 대한 원망이 있다”고 언급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직장인 박모(50)씨도 “솔직히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이가 정말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상황이고 당장 내년이면 고3인데 한 학기를 진도도 못 나가고 거의 버리다시피 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김승환·박지원·이강진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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