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 수원시에서 만취한 20대 대학생이 고가 외제 차량의 문짝을 발로 차고 운전자의 멱살을 잡아 경찰에 입건된 일이 화제가 된 이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유사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술에 취한 한 남성이 1억원 상당의 포르쉐 차량을 밟고 올라타는 등 훼손하고 차주를 폭행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3일 오전 2시쯤 강남역 인근의 한 거리에서 포르쉐 718 박스터 차량 보닛 위에 올라타 밟는 등 훼손하고, 피해 차주의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이 사건 피해 차주의 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인물이 올린 글에 따르면 피해 차주는 A씨의 행동에 당황해 차에서 내렸지만, 인사불성 상태였던 A씨는 목을 조르고 머리채를 잡아 뜯었다고 한다. 피해 차주는 경찰에 신고하고 도망가던 A씨를 쫓던 중 얼굴에 담뱃재를 맞아 화상을 입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글쓴이는 “‘(수원) 벤틀리’ 사건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흡사한 일이 또 생기니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고도 적었다. 피해 차주는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A씨와 피해자, 목격자 등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며 “구체적인 진술 내용이나 신원 등은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번화가 골목에서 2억원 상당의 벤틀리 컨티넨탈 GT 차량 문짝을 발로 걷어차고 운전자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대학생 B(25)씨가 경찰에 폭행 및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수원 벤틀리’, ‘수원 여포’ 사건 등으로 불리며 SNS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를 모았다.
다만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B씨에게 피해를 입은 운전자 C(23)씨는 경찰에 B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수원남부경찰서는 C씨가 이날 이런 내용이 담긴 합의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그는 차량에 파손된 흔적이 없어 실질적인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도 경찰에 알렸다. 경찰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인 폭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예정이나,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B씨가 차량을 파손할 목적으로 차량을 걷어찼다고 보고 재물손괴 미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