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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A 살 돈을 재난지원금에…무기도입 ‘칼바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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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18 12:00:00 수정 : 2020-04-17 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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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올해 방위산업은 망했다. 코로나19의 후폭풍이 하반기까지 미칠 것이다.”

 

한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의 한탄은 코로나19가 국방 분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보를 중시한다”며 50조원에 달하는 국방예산을 편성했지만, 수개월만에 약 1조원이 삭감되고 말았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16일 국회에 제출됐는데, 국채 발행 없이 지출구조조정과 기금 재원을 통해 추경 예산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2차 추경 발표를 앞두고 군과 방산업계에서는 예산 삭감에 따른 무기 도입 축소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여기에 총선에서 여권이 180석을 차지하면서 ‘여대야소’ 국면을 맞이하게 되자 국내외 방산업체들은 코로나19와 정치적 환경 변화가 국방 분야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한국 공군 F-35A 전투기가 비행을 마치고 활주로에서 격납고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나 떨고 있니”…방산업계 ‘비상’

 

국내외 방산업계는 180석에 달하는 ‘슈퍼 여당’ 탄생과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 경기부양 등의 필요성으로 주요 무기 획득사업이 연기, 취소,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는 물론 미국, 유럽 업체들도 총선 직후 내부 회의를 열어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국방부는 2차 추경을 위한 예산 조정 과정에서 공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3000억원),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2000억원) 이지스 전투체계(1000억원) 등의 사업비와 유류비 인하 및 예비군 훈련 연기에 따른 불용액 9047억원을 감액했다.

 

미국 록히드마틴 MH-60R과 영국·이탈리아 합작사인 레오나르도 AW-159가 격돌한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은 가격 및 기술협상을 거쳐 현지 시험평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이 외국인 입국거부 및 격리에 들어가면서 평가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군 당국은 “전력화 시기를 맞추는 건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체적인 사업 일정이 늦어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육군 CH-47 수송헬기가 활주로에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F-35A와 이지스 전투체계 사업은 올해 지급할 금액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식으로 조정했다. 

 

국방부는 “국내 방위산업 보호 차원에서 해외 도입 사업 위주로 감액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3차 추경이나 내년도 국방예산 편성, 2021~2025 국방중기계획 수립에서도 이같은 기조가 유지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사업 추진을 위한 선행연구나 소요 검토 또는 확정 단계에 있는 무기 획득사업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미국 E-8C와 유사한 지상감시정찰기를 2020년대 중후반에 도입하는 사업은 미국 레이시온과 스웨덴 사브가 국내 업체와 손잡고 사업 참여를 추진했으나, 단기간 내 추진이 어렵게 됐다. F-35A 20대 추가 구매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여론 조성 작업을 진행하던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 도입분에 대한 예산을 조정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는 평가다. 미국 보잉의 AH-64E 공격헬기 추가 도입과 CH-47 수송헬기 성능개량 및 신형 구매 등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스웨덴 사브 글로벌아이 조기경보통제기가 시험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사브 제공

◆경쟁입찰 및 국내 개발 비중 확대될 듯 

 

구매를 위한 절차 진행에 착수한 사업들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국방중기계획이 무기구매의 큰 틀을 잡는다면, 구체적인 추진 방법과 우선순위 등을 정하는 것은 국방부 장관이 주재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다. 

 

문제는 위원회 개최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는 이달 초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이달 말로 잠정 연기됐다. 

 

당초 방위사업청은 코로나19로 인한 회의 개최의 어려움 등을 고려, 전술정보통신체계(TICN)와 한국형구축함(KDDX) 전투체계 등 조속히 착수해야 할 국내 사업 위주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안건 상정을 추진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산업계에서는 코로나19 추경과 총선 정국을 반영하기 위해 추가 연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위원회가 제때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무기도입 방식에 대한 결정이 지연된다는 의미다. 규모가 큰 무기도입 사업을 중심으로 위원회 상정이 연기되거나 사업 추진 방식 등이 재검토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이유다. 

 

지난해 10월 15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 개막식에서 소형무장헬기(LAH)가 시범비행을 펼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외 도입 사업은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수의계약인 해외군사판매(FMS) 비중이 줄어들고 유럽이나 이스라엘 업체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개경쟁입찰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다. 

 

해외군사판매는 미국 정부의 보증 덕분에 성능과 군수지원을 보장받는 장점이 있다. 반면 가격이나 산업협력 등에서 협상할 여지가 많지 않다. 

 

경쟁입찰은 수의계약보다 사업 집행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예산 지출 시기를 다소 늦추면서 규모도 줄일 수 있다. 협상 과정에서 산업협력을 요구해 국내 업체와의 협업을 유도, 일자리 유지와 매출 증대를 지원할 수도 있다. 국내 기간산업 유지를 위한 범정부적 지원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경쟁입찰 비중의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1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차기 조기경보통제기 2대 추가 구매 사업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해당 사업에 참여할 의사를 내비쳤던 스웨덴 사브는 수천억원 규모의 산업협력 방안을 국내 업체와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무기를 연구개발하는 사업은 기간산업 진흥과 일자리 유지 등을 위해 기존 계획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고속도로 달릴 스포츠카를 짐 싣는 픽업트럭 개조해서 만들겠다는 거냐”는 비판을 받았던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사업은 미국 벨 AH-1Z나 보잉 AH-64E 도입 대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마린온 헬기를 토대로 국내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형전투기(KF-X) 개발도 예정대로 추진하지만, 도입 규모는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을 비롯한 함정 건조사업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차량이 경남 창원 한화디펜스 공장에서 조립되고 있다. 한화 제공

반면 방산수출은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약 1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스페인과의 A400M 수송기·T-50 훈련기 맞교환(스왑딜)은 스페인이 코로나19에 휩싸이면서 진척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은 T-50 훈련기 2대 추가도입을 중단했다. 

 

코로나19 방역과 예방, 경기부양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국방예산은 ‘칼바람’이 불가피하다. 세계 무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각국 정부가 일자리 유지를 위해 자국 방산업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 수출도 어려워진다.

 

코로나19 상황 장기화에 따른 경기하강으로 업체들의 자금난과 3, 4차 협력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원자재 수급과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 방산업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지원대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코로나19 추경과 경기부양책 등이 잇따르면 국방예산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향후 정책 집행을 놓고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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