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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꾼 여가생활 캠핑의 재발견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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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16 03:00:00 수정 : 2020-04-17 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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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너무나 화려하지만 늘 애잔한 아쉬움을 남긴다. 일주일, 길어야 보름 정도 가슴을 마구 헤집어놓다 살랑대는 작은 바람에도 우수수 꽃비를 내리며 곁을 떠나니 말이다. 여행마니아 박모(53)씨는 몇 해 전부터 벚꽃을 오랫동안 즐기는 법을 찾았다. 3월 하순 벚꽃 소식이 들려오면 제주로 달려간다. 유채꽃과 벚꽃이 동시에 피어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제주 녹산로에서 시작해 ‘벚꽃의 끝판왕’ 진해 여좌천을 거쳐 서울 여의도 윤중로, 경희대, 워커힐 호텔 벚꽃을 두루 즐긴 뒤 4월 하순 파주 두포천 벚꽃길에서 ‘벚꽃엔딩’을 한다. 무려 한 달 동안 벚꽃에 푹 빠져 지내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 좋아하던 벚꽃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두 앗아갔다. 모든 벚꽃 축제가 취소되는 바람에 ‘집콕’하며 지난해 찍은 벚꽃 사진을 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코로나19가 바꾼 여가생활 ‘캠핑의 재발견’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여행도 다니지 못해 ‘코로나 블루(우울증)’에 시달리던 박씨가 찾아낸 희망은 캠핑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니 코로나19 감염이나 전파 걱정이 없다. 무엇보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자연을 감상하다보면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니 요즘 주말마다 캠핑에 푹 빠졌다.

 

일요일인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캠핑장. 텐트 앞에서 보글보글 라면 끓이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전날 자연을 벗 삼아 술 한잔 기울인 여행자가 해장을 즐기려나 보다. 캠핑사이트는 모두 150면인데 빈자리가 없다. 캠핑장 관계자는“이번 주말 모두 만실”이라고 귀띔한다. 실제 이 캠핑장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5월 말까지 토요일 예약은 캠핑 시설을 빌려 쓰는 렌털캠핑존 몇 곳을 빼고는 이미 모두 찼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이들이 ‘집콕’을 하는 줄 알았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캠핑업계 관계자는 “캠핑은 감염 우려가 거의 없는 레저여서 요즘 안전한 여행으로 관심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부른 ‘언콘택트 라이프’ 때문에 독립된 공간에서 자연을 즐기는 캠핑이 ‘코로나 시대의 여행’으로 인기를 끄는 모양이다.

파주 평화누리 캠핑장

캠핑의 매력은 무엇보다 자연 속 힐링이다. 넉넉한 공간에 텐트를 치고 신선한 공기를 폐 속 깊숙이 들이마시며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가족, 친구들은 바비큐를 굽고 왁자지껄 떠들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연인이라면 특급호텔 부럽지 않은 최신형 캐러밴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완성한다.

 

코로나19로 여행·호텔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캠핑산업은 이런 장점 덕분에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이 최근 내놓은 2018 캠핑산업현황 자료에 따르면 산업 규모는 2조6000억원, 국내 캠핑 이용자는 403만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32.1%, 3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환 캠핑아웃도어진흥원 이사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자제하던 이들이 비교적 안전한 캠핑에 나서면서 3월 셋째주부터 캠핑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주말 서울 근교 캠핑장은 대부분 풀 부킹”이라고 설명했다.

파주 평화누리 캠핑장
파주 평화누리 캠핑장

#텐트에서 럭셔리 캐러밴까지 모두 다 있다

 

2018년 문을 연 평화누리 캠핑장은 서울에서 가깝고 다양한 캠핑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매달 5일부터 다음달 예약을 받는데, 가장 인기 있는 토요일을 차지하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당일에 예약이 모두 완료되는데 접속이 폭주해 ‘광클릭’을 해야 겨우 예약할 수 있어서다. 스마트폰이나 집 PC를 이용하다 과부하가 걸리면 예약에 실패할 때도 있어 아예 성능 좋은 PC방을 찾는 이들도 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여전하다. 오히려 평일 예약은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두 배나 늘었다. 초중고 개학이 연기되면서 평일에도 캠핑장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경기관광공사가 위탁운영하는 이 캠핑장의 인기비결은 ‘뛰어난 가성비’와 ‘쾌적함’이다. 캠핑장 관계자는 “캠핑 사이트 면적이 일반 캠핑장의 1.5배∼2배 정도로 넓어서 쾌적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고 오토캠핑에도 적합하다. 주변에 한가롭게 산책할 수 있는 평화누리 공원 등도 있어 캠핑족 성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주 평화누리 캠핑장 캐러밴존
파주 평화누리 캠핑장 캐러밴존
파주 평화누리 캠핑장 캐러밴존

직접 가져온 텐트를 칠 수 있는 평화·누리·에코캠핑존은 주말 1박 요금이 2만5000∼3만원으로 착하다. 자가 캐러밴, 캠핑카, 폴딩 트레일러 등을 이용하는 힐링캠핑존은 3만5000원. 렌털캠핑존은 주말 12만∼18만원 수준이지만 텐트, 테이블, 매트 등 대부분의 캠핑장비를 모두 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캠핑 초보들에게 인기다. 빌리는 것도 귀찮다면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캐러밴을 선택하면 된다. 주말 15만∼18만원으로 호사스러운 캠핑을 보낼 수 있다. 이웃 텐트의 소음은 걱정할 필요 없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는 캠핑 에티켓 타임으로 과도한 음주 등 소란을 피우면 강제 퇴출된다.

용인힐링캠핑장
가평 산으로 간 니모 캠핑장

경기도 용인힐링캠핑장은 가족전용캠핑장으로 인기다. 자연관광 농원 일부를 캠핑장으로 개장했는데, 울창한 산림과 청정계곡으로 둘러싸여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캠핑 사이트 70면과 방갈로 6개를 갖췄고 오토캠핑을 즐긴다. 반려동물도 함께할 수 있고 공용 개수대, 샤워실과 수영장, 어린이 놀이시설, 미니게임장도 마련됐다. 중고 캠핑용품의 직거래 장터도 열린다. 주중·주말 1박 기준 5만∼5만5000원인데 연박하면 하루 3만원으로 할인된다. 캠핑에 필요한 모든 품목이 비치된 대여텐트도 이용 가능하다. 경기도 가평 산으로 간 니모 캠핑장은 오토캠핑과 글램핑으로 소문났다. ‘가평 하늘아래 첫 캠핑장’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곳에 있어 탁 트인 저수지와 계곡을 즐기며 힐링하는 곳이다. 일반야영장 12면, 오토캠핑 12면, 글램핑시설 7면이며 5단의 계단식 캠핑장이라 조망이 뛰어나다. 사이트 너비가 기본 8×12m로 넉넉한 점도 매력.

로디 프리미엄 내부

# 국산 경차 캠핑카 등장 아무 때나 떠난다

 

캠핑족들에게 지난달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캠핑용자동차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했는데 지난달 28일 개정된 자동차관리법 하위법령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2019년 말 기준 전체 캠핑카는 2만4869대로, 2014년 말(4131대)보다 6배 증가했고 이 중 튜닝 캠핑카도 7921대(32%)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캠핑카는 승합차로 분류돼 승용차나 화물차는 캠핑카로 개조할 수 없었는데, 개정 법령 시행으로 모든 차종의 캠핑카 튜닝이 허용됐다.

 

이에 코리아센터가 운영하는 캠핑카·수입 캐러밴 공식딜러 카라반테일이 발 빠르게 국내 최초로 국산 경차 레이를 개조한 캠핑카 ‘로디(LODY)’를 내놓았다. 180도 회전되는 15.6인치 FHD TV, 접이식 테이블과 싱크대, 전력장치, 무시동 가솔린 히터까지 캠핑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춰 몸만 들어가면 된다. 앞좌석을 젖히면 침대로 바뀌어 성인 2명이 넉넉하게 잘 수 있고 슬라이딩 도어라 캠핑카로 적합하다.

차체가 작아 기존 캠핑카보다 주차나 주행이 쉬운 것도 큰 장점. 로디 마루-라이트-프리미엄 세 등급으로, 소비자 가격은 1780만∼2420만원이다. 기존 국산 승합차를 튜닝한 캠핑카는 5000∼6000만원 수준이고 수입 캠핑카는 1억원을 훌쩍 넘어 일반 캠핑족에게 그동안 캠핑카는 ‘넘사벽’이었다. 하지만 로디의 등장으로 이제 ‘아무 때나 떠나는 캠핑’ 시대가 열렸다. 박원일 코리아센터 과장은 “캐러밴은 주차공간을 많이 차지해 정박하기 쉽지 않다. 로디는 차량 가격도 저렴하고 주차도 훨씬 편하다”며 “직장에서 퇴근 후 바로 캠핑을 떠나거나 퇴근길에 전망 좋은 곳에서 한두 시간 쉬면서 라면 한 그릇 끓여 먹고 귀가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캠핑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주=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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