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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한 日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역사왜곡관’

입력 : 2020-04-01 06:00:00 수정 : 2020-03-31 19: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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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등 유산 등재 뒤 약속 무시 /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 명시 안해
시노 미쓰코 일본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가운데) 등 관계자들이 31일 도쿄 신주쿠구의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서 열린 산업유산정보센터 개관식에서 가위로 개관기념 테이프를 자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한민족의 강제동원 피해를 왜곡하는 내용의 선전관을 31일 개관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도쿄 신주쿠구 와카마쓰에 있는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서 시노 미쓰코(志野光子)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산업유산정보센터 개관식을 가졌다. 이 센터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나가사키현 군함도를 포함해 메이지시대 일본의 산업유산을 소개하는 곳이다. 개관식에서 만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일반 열람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날짜가 결정되면 내각 관방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단법인 산업유산국민회의는 31일 일본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 소재 총무성 제2청사 한쪽에 산업유산정보센터(이하 센터)를 개관했다. 도쿄=연합뉴스

극우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이 센터의 전시 내용에 대해 “군함도 원주민 증언이나 급여명세서를 소개해 조선반도 출신이 차별받았다는 한국 측 주장과 다른 실상을 전달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태평양전쟁 때 군함도에 있었던 재일 한국인 2세인 스즈키 후미오(鈴木文雄)가 생전에 말한 “주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다”는 증언을 비롯해 군함도 전(前)주민 36명의 증언이 동영상으로 소개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시설인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조선소에서 일한 대만인 징용 노동자의 급여봉투 등도 전시했다. 군함도 등의 노동자가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동원된 것이 아니며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됐음을 선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내용은 일본 정부가 2015년 7월 군함도 등 강제노역 시설 7곳을 포함한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23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한 약속에 정면배치된다. 당시 일본 정부는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전략(interpretive strategy)을 마련하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조선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brought against their will)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forced to work)는 사실을 이해하고, 인포메이션센터 설치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31일 일본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 소재 총무성 제2청사 한쪽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조선인 징용 현장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를 비롯해 세계유산에 등재된 일본의 산업시설을 표시하는 지도가 전시돼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군함도 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성공 후에는 약속을 뭉개버리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2017년 12월 제출한 첫 번째 이행경과보고서에서 ‘강제(forced)’라는 단어를 명시하지 않고 오히려 조선인 노동자가 일본 산업을 지원했다는 역사 왜곡 사실을 삽입했다. 지난해 제출한 두 번째 후속조치 이행경과보고서에도 한국인에 대한 강제노역 인정이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동북아역사재단 남상구 연구위원은 “한국인과 중국인, 연합군 포로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하여 동원돼 혹독한 조건하에서 강제노역을 했다는 내용은 일본 교과서에도 있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로 강제동원·노동의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올바르게 기록하고 피해자를 기리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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