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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낭비” “부담 당연”… 외국인 ‘공짜 의료’ 뜨거운 감자 [이슈 속으로]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3-28 12:00:00 수정 : 2020-03-28 15: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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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검사·치료비 지원 싸고 논란 / 유럽 이어 미국발 입국자도 검역 강화 / 해외 유입 확진자 3주간 18배나 급증 / 정부 “시혜 아니라 내국인 보호 조치” / 美·中·比·싱가포르 등 자비 부담 확산 / “해외선 푸대접 받는데 왜 우리만” 불만 / “무상 지원이 외국인 유입 요인” 우려도 / 전세계 팬데믹 상황… 국고 막대한 부담 / 전문가들 “의료비 비용 차등 부담 등 / 국제적 추세 맞춰 유연하게 대처해야”

“줄어든 국내 확진자 숫자를 늘어난 해외 입국자가 메우네요. 맥 빠집니다.” “오랜 ‘집콕’ 생활에 지쳐 가는데 입국한 외국인 치료비까지 대준다니요. 이 사태가 끝나긴 할까요?” 요즘 온라인 공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들의 코로나19 검사와 치료비 등을 우리 국고로 충당하는 것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인도적 차원에서 당연하다’, ‘한국인도 외국에서 다쳤을 때 비슷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등 이유를 들어 찬성하는 이도 적지 않지만 지갑이 얇은 서민들 입장에선 아무래도 ‘세금이 아깝다’는 느낌이 드는 게 현실이다.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에서 한 외국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인천국제공항 1,2 터미널에 각각 8개씩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는 유럽발 입국 외국인과 미국발 단기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하루 최대 2천명 정도를 검사할 예정이다. 뉴스1

소강 국면에 접어든 국내 코로나19 상황과 달리 확산세가 거센 미국, 유럽 등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입국자 수가 빠르게 늘면서 덩달아 해외 유입 코로나19 확진자도 증가하고 있다. 2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해외에서 유입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달 첫째 주(1∼7일) 4명, 둘째 주(8∼14일) 18명, 셋째 주(15∼21일) 74명으로 3주간 18배 넘게 증가했다.

무증상 입국자를 걸러내기 위해 검사·격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내가 낸 세금이 왜 외국인 치료비로 들어가나”, “마스크 사느라 지출이 상당한데 외국인 치료비까지 대줘야 하느냐” 등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보건당국 “외국인 치료비 부담은 내국인 보호 목적”

 

지난 22일부터 모든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 3일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국내에 장기체류할 예정인 입국자는 2주간 자가격리를 하도록 검역을 강화하면서 그에 들어가는 비용도 대폭 늘었다. 여기에 미국발 입국자로까지 검역 강화 대상을 확대하면서 관련 비용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승객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인천공항=연합뉴스

우리나라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 비용까지 모두 국고에서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1인당 진단검사 비용 16만원, 여기에 장기체류 시 14일 이상 격리 생활지원비(1인 가구)로 한 달 기준 45만원가량을 지원한다. 검사 결과 양성일 때는 약 400만원의 치료비도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다만 정부는 지난 24일 “자발적 유럽발 입국자의 경우 개인 선택에 따른 입국이기 때문에 음성 판정으로 2주 자가격리 시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생활지원비는 지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가격리 조치되는 미국발 입국자도 마찬가지다.

물론 유럽·미국발 입국자는 대부분 내국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들 입국자의 약 90%가 한국인 유학생, 출장자, 주재원과 그 가족, 그리고 교민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발 입국자’라곤 하지만 실은 내국인을 위해 예산을 쓴다는 뜻이다.

27일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있는 병동을 잠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에서 입국한 이들을 상대로 한 코로나19 검사 등이 결국은 내국인의 2차, 3차 감염을 막는 데 유용하다는 점도 그 비용을 국고에서 부담하는 게 옳다는 주장의 한 근거다. 무엇보다 한국의 코로나19 검사비 등 국고 부담 방침은 검역법과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보건규칙(IHR)에 따른 조치다. 현행 검역법 35조는 감염병 관련 격리와 감시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IHR 40조 역시 ‘외국인 방문자에게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진료, 백신 접종, 예방, 격리 등 비용을 청구해선 안 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피치 못한 비용 청구 시 규약에 근거해야 하고, 실제 들어간 비용 이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그간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등을 통해 “만성질환 치료와 달리 감염병은 내국인들을 보호하고 전파를 차단할 목적으로 강제 격리하고 치료를 진행한다”며 국고 부담이 내국인 보호를 위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윤태호 방대본 방역총괄반장도 “시혜적 차원이 아닌 더 큰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경기 수원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을 무증상 해외입국자의 임시생활시설로 활용한다고 26일 밝혔다. 수원시 관계자들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선 푸대접받는데, 왜 우리만…’ 불만 잇따라

방역당국이 해외 유입 차단을 위한 검역 강화 등 총력전을 펴는 가운데 ‘이젠 입국자 자체를 줄이는 대책도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로 입국한 외국인의 코로나19 검사 비용 등을 자비로 부담하게 하는 방식을 통해 국가 간 이동 자제를 유도하는 국가가 느는 추세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따라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대부분 지역과 미국 하와이, 필리핀 세부 등은 방역조치 목적으로 격리 비용을 각 개인이 부담토록 했다. 싱가포르는 이전까지 외국인 검사비를 정부가 부담하되 기타 비용은 자부담 원칙을 적용했지만, 최근 들어 외국인에 대한 신규 검사 및 치료를 무기한 중단 또는 연기해버렸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제한된 의료 자원을 아낄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태국은 외국인에게 들어간 의료 비용에 대해 정부가 환급을 요구할 수 있다. 베트남의 경우 외국인의 검사·격리비는 무료이지만, 병원 치료비는 자부담이 원칙이다.

따라서 한국인은 이들 국가에서 코로나19 검사 등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이 ‘공짜 치료’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라 당장 “왜 우리만 푸대접을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잇따른다. 외국인에 대한 무상 지원 방식이 되레 외국인 ‘유입’의 요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의료시설이 열악한 지역에 사는 코로나19 유증상자는 ‘차라리 한국에 입국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할 수 있다.

◆공짜 치료, 국내 유입 동기 될라… ‘비용 차등’ 목소리도

건강보험 재정이 넉넉지 않은 데다 예비비 등도 한정된 상황에서 외국인 의료비 지원은 ‘낭비’란 주장도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코로나19의 장기전이 예상되는 만큼 방역당국의 이런 기조는 국고에 막대한 부담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입국자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방침을 바꾼 각국 사례에 근거해 우리도 보다 유연하게 국제적 추세와 보조를 맞출 필요성을 거론한다.

정우진 연세대 교수(보건정책학)는 “각국은 입국을 막는 봉쇄정책을 펴며 내국인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입국을 막는 것이 방역의 제1단계인데 유인 수단을 주면 더 들어오는 모순이 생긴다. 내국인 보호가 우선인 정책을 펴면서 세금 내는 내국인의 부담을 가장 먼저 줄여주고 해외 거주 교민, 그리고 외국인 순으로 부담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 걸친 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 의료비 비용 부담 원칙 역시 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있다. 사스(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과 비교가 어려울 만큼 광범위한 감염 확산이 이뤄진 현 상황에선 외국인 입국을 한시적으로 제한, 유입 자체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란 뜻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해외여행객이 급감하고 2001년 개항 이래 첫 1만명대 이하로 떨어진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체크인 카운터를 알리는 전광판에 많은 빈칸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그 방편으로 입국자에 대한 비용을 차등 부담케 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입국자에게 비용을 물리는 방식은 당장 국가 간 이동을 자제하도록 경각심을 갖게 하는 효과를 일정 부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출장 등 이유로 입국한 경우는 코로나19 검사비 등을 회사 경비로 처리케 하고, 관광이나 여행 목적이면 100% 자비로 부담케 하는 정책을 한시적으로 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렇게 하면 납세 의무를 진 내국인의 ‘박탈감’도 조금은 해소가 가능하다.

정우진 교수는 “방역정책의 목표는 감염병 확산을 조기 차단하고 치사율을 줄이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외국인에게 여느 선진국보다 많은 무상 진료 혜택을 주는 것을 납득하기 힘든 국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정책을 펴는 데 세금 등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중요하다”며 “외국인 등 전혀 세금을 내지 않은 이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것이 그런 원칙에 부합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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