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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안 급한 불 껐지만… 세계 달러 품귀에 리스크는 여전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3-20 18:31:22 수정 : 2020-03-20 21: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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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와프 체결·향후 전망 /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2배 확대 / “국내 외환시장 안전판 역할 할 것” / 이주열, 연준의장 한달 전부터 설득 / “계약 체결후 시장에 즉시 달러 공급” / 홍남기, 美재무장관에 편지도 주효 / ‘협상 중단’ 日과 통화스와프는 난망 / “코로나 불확실성·달러 확보전 여전 / 재정·통화정책, 구체성·속도 높여야”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초토화됐던 국내 금융시장이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로 숨통이 트이게 됐다. 다만 통화스와프 체결이 단기 효과에 그칠 가능성도 있기에 이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것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달러화 부족 현상을 완화시켜 줄 수는 있어도 백신 개발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잡히지 않는 한 근본 문제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계약서 작성되면 바로 달러화 공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과 관련해 “계약서가 작성되면 자금을 곧바로 시장에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달러 부족에 따른 환율 상승 등 시장 불안이 나타났다”면서 “한·미 통화스와프는 외환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제4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및 정책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및 정책점검회의’를 주재해 “(한·미 통화스와프 규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보다 2배 확대된 수준”이라며 “글로벌 금융 불안에 영향을 받았던 국내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든든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 효과가 재연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화 보유액을 많이 사용했음에도 안정되지 않았던 외환시장이 한·미 통화스와프로 안정됐던 경험을 보면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주열·홍남기 ‘투 톱’ 공조 빛 발해

신속한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엔 통화 당국인 한은의 이 총재, 재정당국인 기재부의 홍남기 부총리, 두 수장의 ‘공조’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한은 수장으로서 이번 통화스와프 협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한 이 총재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과 양자회담을 했다”며 “상당 기간 한국에 관해서 자세히 이야기를 나눴고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가 파월 의장을 만난 것은 지난달 22~23일 리야드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당시로, 이미 한 달여 전부터 물밑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이 총재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이사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의 협상 주도 속에 기재부는 서포트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홍 부총리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편지에는 한·미 통화스와프 내용을 포함해 코로나19 사태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국제공조를 통한 금융안전망 필요성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부총리가 2008년 한·미 양국이 첫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당시, 워싱턴 주미 대사관 재경관으로 근무하며 현장을 뛰었던 경험도 빛을 발했다.

이번에 미국이 더해지면서 우리나라가 양자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가 8개국으로 늘었지만 주요국인 일본과는 미체결한 상태다. 이 총재도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도 의미가 있다”며 체결 의지를 보였으나 성사 여부는 불확실하다. 한·일은 2001년 처음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2011년 700억달러까지 규모를 늘렸지만,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같은 해 10월 만기 연장이 무산됐다. 이어 2016년 8월 한은이 일본에 통화스와프를 제안했지만 위안부 소녀상을 빌미로 일본 측이 협상을 중단했다. 지난해 수출 중단과 ‘노재팬’ 운동으로 최근 양국 관계 역시 악화일로이기에 통화 스와프 체결 전망이 크지 않다.

◆단기 가뭄은 해소… 실물 경제 위기는 여전

통화스와프 체결로 당장의 국내 금융시장 불안은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실물 경제 침체가 가속화하고 달러화 확보 경쟁이 고조되는 만큼 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코로나19 사태의 불확실성,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달러화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에 단기효과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증시 현황판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조 연구위원은 이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금리 인하 등의 조치를 했음에도 원화가치가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한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시선이나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렇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타를 입은 기업·산업 등의 유동성 위기를 막는 것이 관건이고, 재정·통화정책에서 구체성과 속도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량기업 회사채마저 외면받을 정도로 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는 상황이다. 정부는 10조원 이상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조성해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은행연합회장, 주요 은행장 8명과 간담회를 열고 채안펀드 재가동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당국과 은행권은 자금 소진 추이를 보면서 필요할 경우 펀드 규모를 증액할 계획이다.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19일(현지시간)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2%에서 0.8%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남정훈·송은아 기자, 세종=박영준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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