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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호, 2심서 돌연 “유족에 미안”… 편지엔 “건강해서 코로나 걱정 안해”

입력 : 2020-03-19 23:00:00 수정 : 2020-03-19 22: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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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결심 공판서 檢, 재차 사형 구형 / 장씨, 경찰 비판 “CCTV 1대 더 있어… 제 입에만 기대더라” / “유족에겐 죄송, 형 확정되면 금전 배상할 것” / 분노한 유족 “뻔뻔하다, 인간도 아냐” / 회고록, 편지도 화제… “죽은 놈도 나쁜 놈, 물론 제가 조금 더 나빠”

 

일명 ‘한강 몸통시신 사건’의 피고인 장대호(38·사진)씨가 1심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후 열린 항소심(2심)에서 검찰로부터 사형을 구형받았다.

 

1심 때만 해도 “유족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고 했던 그는 2심 결심공판에서 “유족에게는 미안하고, 형이 확정되면 최대한 금전 배상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을 향해 “제 입에만 의존해 기대 초동수사가 부실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19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 3부(배준현, 표현덕, 김규동 부장판사)에서 살인 및 사체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장씨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이 사건은 장씨가 모텔 손님으로 온 피해자를 무례하다는 이유로 무참히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한 사건”이라며 “사체 손괴가 잔혹하고, 유족에 대한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씨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서 “장씨가 항소심에서 제출한 반성문은 감형을 받기 위한 것에 불과해 보인다. 1심 재판부도 가석방이 허용 안 되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을 만큼 그를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영구적인 격리가 필요하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장대호 최후진술 “난 원래 슬픈 감정 잘 못 느껴, 세월호 때도 슬프지 않았다”

 

 

장씨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슬픈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해서 저를 비난하는 분들이 있다”며 “저는 원래 슬픈 감정을 잘 느끼지 못 하고, 눈물도 잘 못 흘린다. 세월호 사건 때도 슬프지 않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이런 저를 비정상이라고 몰아가는데 슬픔을 잘 못 느끼는 제가 비정상인지, 눈물을 강요하는 사회가 비정상인지 모르겠다”면서 “구체적 보상을 하는 것이 반성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족분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형이 확정되면 그 금원에 대해 최선을 다해 배상하도록 하겠다”며 “유족분들은 제3자이고, 제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봤기 때문에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후진술에 앞서 장씨는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1대 더 있었는데 경찰이 현장조사를 제대로 안 하고 포승줄을 한 저를 끌고다니며 제 입에만 의존해 부실 수사를 했다”고 되레 경찰 수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변호인 “장씨 반성하고 수사에 협조” vs 유족 “너무 뻔뻔해”

 

장대호 사건 피해자 유족들. 연합뉴스

 

장씨 측 변호인은 “장씨 태도와 별개로 자수하고 수사에 협조한 부분을 양형에 고려해달라”며 “이 사건 피해자도 어느 정도 범행을 유발한 게 있다. 장씨의 인터넷 게시글과는 별개로 평소 폭력적 성향의 소유자인지 의문이 있다”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이날 유족들은 장씨를 향해  “뻔뻔스럽다”, “인간도 아니다”, “쓰레기”라며 울분을 쏟아냈다. 한 유족은 “장대호가 하는 수작을 보면 한두 번 한 수법이 아니다. 왜 재판부가 사형을 내려주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장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16일 오전 11시 진행될 예정이다.

 

장씨는 작년 8월8일 오전 자신이 일하던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 투숙객 A씨를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에서 장씨는 “피해자가 반말하고 시비를 걸며 숙박비 4만원을 주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으로 피해자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로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장씨에 대해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8쪽짜리 ‘장대호 회고록’ 재조명… ‘일베’ 게시판에 편지도 공개

 

장대호가 지난해 말 공개한 회고록 중 일부.

 

장씨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수사망이 점차 좁혀오자, 경찰에 자수했다. 이후 그는 구속 중 28페이지 분량의 ‘장대호 회고록’을 작성했다.

 

지난해 말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등을 통해 공개된 회고록에는 살인 사건 당시와 자수 이후의 상황, 장씨의 심리 상태 등이 자세히 담겨 있었다. 그는 “모든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길 바라는 심정에서 이 회고록을 작성했다”면서 “여러분들은 부디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띄웠다.

 

이 글에서 장씨는 “일본이 미국령의 작은 섬 하나 공격했다는 이유로 미국은 일본의 본토에 원자 폭탄을 떨어뜨렸다. 그러나 아무도 미국을 전범국가라 비난하지 않는다”면서 본인 행위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그러면서 “죄의 무게를 따지자면 내 잘못이 크다. 내가 중죄인임을 인정한다”면서 “사과하고 반성을 하는 것은 선후의 문제다. 나는 아직 원고(사망한 피해자)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한 일베 이용자는 장씨에게 답장(편지)을 받았다며 이를 공개했다. 해당 편지에는 “아무리 화가 나도 살인하지 말라”는 장씨의 충고가 담겨 있었다.

 

장씨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흉악한 일을 저지른 중죄인임을 인정하지만 죽은 놈도 나쁜 놈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바”라고 밝혔다. 이어 “본 사건은 조선족 이게 중요한 관점이 아니고 그냥 나쁜 놈이 나쁜 놈을 죽인 사건”이라며 “물론 제가 조금 더 나빴다”고 했다.

 

장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도 “아직 여기 서울구치소는 안전하다. 몸 건강한 사람은 며칠 앓다가 이겨낸다니 큰 걱정 안 한다”고 언급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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